LG가 선발 이대진의 초반 난조와 2명의 포수를 비롯한 야수들의 실책이 겹치며 KIA에 9:7로 패배했습니다. LG는 2연패로 시즌 3승 3패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어제 연장전에서 승리한 KIA 타선이 오늘 경기 초반부터 달아오르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지만 LG 선발 이대진은 매 이닝 실점하며 무너졌습니다. 만 38세의 이대진이 구속이 130km/h 중반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제구력을 앞세워야 했지만 제구마저 난조를 보였습니다. 1회초 선취점을 내주는 과정에서는 김선빈의 볼넷이 화근이 되었고 2회초 4실점의 빌미는 2타자에게 연속 허용한 사사구였습니다. 이대진은 4회초에도 1사 후 연속 볼넷을 허용한 뒤 강판되며 3.1이닝 5피안타 5사사구 6실점(5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는데 구속은 물론 제구까지 1군에서 통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습니다. LG 입단 이후 첫 선발 등판이 하필이면 19년 간 몸담은 친정팀이기에 긴장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제구력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군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 LG 선발 이대진 ⓒ연합뉴스
이대진과 호흡을 맞춰 선발 출장한 포수 유강남도 불안했습니다. 유강남은 3개의 도루를 허용하며 1개도 저지하지 못했는데 2루 송구가 모두 2루 베이스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 강점을 보인 도루 저지 능력이 막상 정규 시즌에 돌입하니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입니다. 2회초 1사 만루 이용규 타석에서 이대진의 폭투로 인한 실점 역시 유강남이 블로킹을 제대로 했다면 옆으로 빠뜨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시범 경기에서는 타격에도 어느 정도 자질을 보였던 유강남이지만 오늘은 2타수 무안타에 그쳤는데 특히 5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초구 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전혀 골라내지 않고 네 번 연속 방망이를 낸 끝에 삼진으로 물러나며 성급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고졸 2년차 포수가 1군에서 성장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강남을 대신해 7회초부터 출장한 심광호 역시 도루 저지에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7회초 1사 후 2루 주자 이용규가 3루 도루를 시도하자 심광호의 송구는 3루수 정성훈이 잡을 수 없는 좌익수 쪽으로 빠져 이용규의 득점으로 7:4로 벌어졌습니다. 7회초 6:4 상황에서 우규민과 함께 심광호를 투입한 것은 어제 아쉽게 패해 오늘 경기만큼은 역전승하겠다는 김기태 감독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으나 심광호는 베테랑답지 않은 어처구니없는 악송구 실책으로 실점을 자초했습니다. 오늘 유강남, 심광호 두 명의 포수는 6개의 도루 시도를 하나도 저지하지 못했습니다.

2명의 포수뿐만 아니라 2명의 3루수도 문제였습니다. 2회초 1사 1, 2루에서 홍재호의 땅볼 타구를 1루에 악송구한 김용의의 실책은 대량 실점으로 귀결되었습니다. 6회말 대타로 기용된 뒤 김용의를 대신해 7회초부터 3루수로 출장한 정성훈은 7:4로 뒤진 8회초 1사 1, 3루에서 홍재호의 땅볼 타구에 홈 승부를 하지 않고 1루에 던져 8:4로 벌어지게 했습니다. 아마도 정성훈은 2사여서 타자만 처리하면 된다고 아웃 카운트를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명백한 본헤드 플레이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필이면 KIA의 선발 출장 타자 중 가장 아웃 카운트를 늘리기 쉬운 홍재호의 타석에서 3루수의 엉성한 수비가 두 번이나 나온 것입니다. 2명의 포수와 2명의 3루수가 범한 엉성한 수비가 아니었다면 KIA의 불펜이 취약하다는 점에서 오늘 경기 향방은 알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병규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제외되고 정성훈이 선발 출장하지 않으면서 타선의 무게감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이진영의 부진 또한 오늘 경기 패인 중 하나입니다. 이진영은 9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내야 안타를 기록하며 무안타에서 벗어났지만 그에 앞선 4번의 타석에서 3번이나 주자를 두고 부진했습니다. 1회말 1사 1루, 5회말 1사 1, 2루, 7회말 1사 1루에서 모두 이진영은 범타로 물러났습니다. 이진영이 3번의 기회에서 단 한 번이라도 출루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진영은 올 시즌 0.217의 타율에 머물고 있는데 개막 이후 단 1경기도 멀티 히트를 기록한 적이 없으며 고작 1타점에 그치고 있습니다.

LG의 KIA전 2연패는 어찌 보면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시즌 전 지적된 LG의 약점들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선발 투수의 부재, 마무리 리즈의 난조, 중심 타선의 위력 저하, 조인성의 이적에 따른 포수의 공수 약점 등은 모두 진작부터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LG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으며 결국 노출된 약점을 극복하며 하위권 추락을 막을 수 있을지 시즌 6경기 만에 시험 무대에 올랐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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