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연속 방영된 더킹 투하츠에서는 끔직한 반전이 있었다. 왕 이재강 부부가 독살되고, 오빠 부부를 놀라게 해주려 찾아온 기특한 여동생 재신이 범인들에게 납치되었다가 스스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져 목숨은 구했지만 하반신 마비가 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런데 이를 두고 자살을 시도했다는 패배주의적 시선이 있으니 답답한 일이다. 도넛으로 오명을 뒤집어쓴 후라 뭐든 갖다 붙이면 된다는 식의 가벼운 이해가 아닐 수 없다.
왕의 여동생 재신은 왕족이기 전에 똑똑하고 자존감이 강한 여성이다. 본래 왕 부부만을 노렸던 범인들이 재신을 죽이려 한 것은 증거인멸의 목적이다. 사고사로 가장하여 왕 부부의 죽음과 연관을 지우려 한 것이다. 그 상황에서 재신이 순순히 범인들의 의도에 따랐다면 영원히 왕 독살사건은 묻히고 말 것이다.
재신은 어차피 죽을 상황이라면 오빠의 죽음에 의혹을 남기고자 한 것이다. 자살할 이유가 전혀 없는 공주가 절벽에 떨어져 죽었다면 당연히 의심을 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 살아났지만 심한 충격 때문에 아직 그 상황을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조만간 기억을 찾게 된다면 왕의 죽음이 사고사가 아닌 것도 밝혀지게 될 것이다. 얼마나 큰일을 한 것인가.
재강의 목숨을 노린 것도 남한의 주적인 북한이 아니라 바로 클럽 엠의 김봉구라는 점도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작가는 조선왕조의 숨겨진 독살에 대한 의문제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재신이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재강의 죽음도 불행한 사고사로 왜곡됐을 것이다.
우리는 여자의 투신에 대해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 재신의 투신은 논개에 비유할 만큼의 애국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놀라운 용기였다. 아니 테러범들의 의도대로 사건을 왜곡시키지 않겠다는 거룩한 분노였다. 사실 작가가 재신을 굳이 재강에게 보낸 것부터가 아주 용의주도(?)한 설정이라는 의심을 갖게 된다.
더킹 투하츠는 의외로 위대한 청사진을 품고 있다. 그것이 상업적 동기건 아니면 정말 못 견디게 분단에 사무치는 마음이건 그다지 중요치 않다. 전자에 가깝다고 전제한다고 하더라도 기특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재벌놀이나 막장에나 빠져있던 한국 드라마가 분단의 현실을 정면으로 보듬고 있다는 점은 분단을 당연시 하는 세태에 크나큰 도발이자 질책이 아닐까? 거기다 왕조의 숨겨진 독살사건까지 은유하고 있으니 이 드라마가 품은 뜻은 뿌리깊은 나무에 비교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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