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의무고용률을 준수하기 위해 장애인을 무기계약직·인턴 등으로 채용하는 관행이 여전한 상황이다. 국방홍보원이 장애인을 단 한 명도 채용하지 않아 장애인 고용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장애인 고용의무를 위반해 고용분담금을 납부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인이 안정적으로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정부기관·공공기업·민간기업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정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정부기관·공공기관은 전체 직원 중 3.6%를 장애인으로 채용해야 한다. 민간기업의 의무고용률은 3.1%다. 이를 위반한 정부기관·공공기업·민간기업은 장애인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사진=국가인권위워회)

미디어스는 11개 언론·미디어 관련 공공기관의 장애인 채용 자료를 입수했다. 국방홍보원은 최근 3년간 장애인을 공개 채용한 사실이 없었다. 국방홍보원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국방부에서 일괄 납부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채용한 장애인은 총 21명, 의무고용률은 3.49%다. 인터넷진흥원은 최근 3년간 장애인 고용의무를 위반해 고용부담금을 납부했다. 인터넷진흥원이 납부한 고용부담금은 2019년 6천만 원, 2020년 5천 3백만 원, 지난해 2천 1백만 원이다. 인터넷진흥원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올해 상반기 장애인 직원 12명을 채용할 계획”이라며 “올해는 의무고용률을 충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언론·미디어 공공기관은 장애인 고용의무를 준수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17명 채용, 6.5%), 한국언론진흥재단(11명 채용, 4.91%), 한국정책방송원(3명 채용, 4.7%), 방송통신전파진흥원(23명 채용, 4.47%), 국악방송(3명 채용, 4.43%), 시청자미디어재단(11명 채용, 4.1%), 국제방송교류재단(9명 채용, 3.8%), 한국콘텐츠진흥원(19명 채용, 3.74%),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10명 채용, 3.53%) 순이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공공기관 무기계약직은 정년이 보장되지만 일반 정규직 직원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채용한 장애인은 전원 무기계약직이다. 언론재단이 채용한 장애인 중 3명은 정규직, 8명은 정규직 전환이 안 되는 청년 인턴이다. 언론재단 관계자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별도 채용을 진행하지 않는다”며 “일반 채용을 할 때 장애인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청년 인턴을 통해 장애인을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 무기계약직·비정규직 비율은 66%, 시청자미디어재단·콘텐츠진흥원 63%, 국제방송교류재단 60%, 국악방송 50%, 인터넷진흥원 33% 순이다.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은 무기계약직·비정규직 비율을 공개하지 않았다.

코바코의 장애인 직원은 전원 정규직이다. 코바코 관계자는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배우는 점이 더 많다”며 “지금 당장 추가 채용 계획이 있다고 확답할 순 없지만, (추가 채용을) 회사에 제안해 보겠다”고 밝혔다. 한국정책방송원 장애인 직원은 일반 직원과 같은 공무직이다.

박환수 정의당 장애인위원장은 미디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고 고용부담금을 내는 것도 문제지만, 정규직이 아닌 무기계약직·인턴으로 채용해 의무고용률을 충족시키는 것도 문제가 있다”며 “무기계약직·인턴으로 장애인을 고용한 경우 의무고용 숫자를 절반으로 인정하는 등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실 관계자는 “장애인 의무고용 제도를 통해 양적인 부분은 충족됐지만 질적인 부분에선 문제가 있다”면서 “하지만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장애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사업을 강화하는 방안이 적절할 것이다. 장애인의 업무 능력 향상을 도모해 장애인 고용의 질적 향상을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현재는 어떤 형태로든 고용을 하면 되는데 ‘이 정도 해주면 되는 거 아니냐’는 방식”이라면서 “무기계약직도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로 볼 수 있다. 이는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인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무기계약 방식으로 채용해 임금에 차별을 주는 것은 모두의 문제”라면서 “노동환경의 차별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공공기관에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에게 임금과 승진의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무기계약직이 정규직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동일·유사한 채용절차를 거쳤다면 동일한 집단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인권위는 운전·식당 운영 등 단순 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으로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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