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시절 '노동개혁 여론전'을 펼쳤다는 의혹에 대해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다. 때문에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상세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이하 행개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노동개혁 여론전'은 언론 지면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내용이 문서 형태로 남아있다. 2018년 행개위가 김 후보자를 특정해 "사실상의 언론 매수행위"를 했다고 발표한 이유로 보인다.

김 후보자는 노동개혁 홍보를 위한 TV정부광고 집행에 있어 '협찬약정 방식'의 수의계약을 체결, 청와대 수석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를 지정해 방송사와 도급계약을 맺게 해 직권남용 혐의를 받기도 했다. 고용노동부는 정부에 지면을 판 언론사와 TV광고를 제작한 업체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1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018년 3월 행개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와 정의당 강은미 의원, 민주당 권인숙 의원 등이 확보한 '행개위 활동결과 보고서 부록' 등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고용복지수석 시절 비선 기구인 '노동시장개혁 상황실'(이하 상황실) 설치를 주도하고 이후 '상황실' 운영을 지휘하면서 언론 등을 통한 여론화 작업을 기획지시·집행했다.

행개위에 따르면 '상황실'은 형식상 노동부 차관 직속기구로 설치됐지만 고용복지수석인 김 후보자가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상황실'은 청와대 노동시장개혁TF회의(이하 BH회의) 자료를 작성하고 결정사항을 집행하는 관계부처 합동 기구였다. 노동부·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해 대외협력팀·이슈대응팀·콘텐츠개발팀이 구성됐다. 기재부는 홍보메시지 총괄, 노동부는 상황별·대상별 구체적 홍보메시지 개발, 문체부는 메시지 전달매체 선정과 매체별 홍보자료 개발, 산업부는 기업대상 홍보메시지 개발과 기득권 노조 비판 등의 업무를 맡았다.

행개위 조사 결과는 '상황실' 문서 5천여건, 관계자 21명에 대한 출석조사 등을 근거로 두고 있다. 김 후보자가 주재하는 BH회의는 ▲보수청년단체 동원방안 ▲야당정책에 대한 대응방안 ▲기획기사 및 전문가기고 조직화방안 ▲TV토론 기획 등을 결정·지시하고 실행 사항을 점검했다.

'상황실 운영 관련 문서'에 '기획기사 유료구매 현황'이라는 도표가 포함돼 있다. 해당 도표에는 13차례에 걸친 기사 구매 현황이 매체·주제·회차·일시·지불금액 별로 분류되어 있다. 행개위는 "'상황실' 문서에서 20건 이상의 기획기사 구매행위가 확인되고 이중 13건에 대해서는 홍보결과보고서 등에서 지급금액과 증빙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A 언론의 경우 '일자리창출'을 주제로 2015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신문·TV기획' 보도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난다. 집행된 예산은 5천만 원으로 A 언론은 스트레이트 기사 8회, 기획기사 3회, 방송 5회 등 총 16회의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다른 언론의 기사주제를 보면 ▲노동시장 새틀짜기 ▲상생고용새모델·임금피크제 ▲실업급여·직업훈련비 ▲지역 일자리 창출 ▲2015년 지역고용정책의 성과와 전망 등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의제가 나열돼 있다. 언론이 청와대 계획에 따라 국민세금을 받고 '정부홍보 기사'를 실어준 것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활동결과보고서 부록 갈무리

행개위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노동개혁 홍보 예비비 1차 배정액은 13억 9천만 원으로 2015년 3월 23일 노동부가 요구하고, 4월 2일 대통령 승인을 거쳐 노동부에 배정됐다. 그런데 실제 집행일자는 3월 19일(신문광고), 3월 23일(TV광고) 등으로 나타났다. 노동부가 예산을 요구하기도 전에 홍보예산이 집행된 것이다. 행개위는 이를 국가재정법령 위반으로 판단했다.

당시 정부광고시행에 관한 규정과 시행지침에 따라 정부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언론재단)에서 대행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 홍보를 위한 정부 TV광고를 '협찬약정 방식'의 수의계약으로 체결했다. 이에 대해 행개위는 "신속한 사업추진 및 정부가 나서서 노동개혁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목적"으로 정부가 언론재단 대행을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이때 김 후보자가 협찬약정 방식의 TV광고 제작사 선정과정에서 청와대 수석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를 지정, 방송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게 행개위 조사결과다.

'상황실'은 노동개혁 홍보를 위해 전문가 기고를 청탁, 초고를 포함한 원고를 수령한 후 언론사 지면을 확보해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 중 2건은 홍보대행사를 통해 노동부가 기고료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2015년 10월 11일 작성된 '일일 추진상황 점검' 문서를 보면 10월 홍보 계획으로 '전문가 기고 등 홍보 일정에 따라 조속 추진'이 명시됐다. 또한 '파견법(OOO, D언론 13일)', '근로시간 단축(OOO, 월요일 원고 수령)', '청년고용할당제(OO교수, 주말 원고 수령)'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적혔다.

이어 이 문서는 야당의 노동개혁 대체법안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기획기사를 거론했다. '상황실'은 "OOO 또는 OO 등에 기획기사(2~3편)"를 계획하면서 "자료 및 방향 미리 제공해서 즉각 기획기사를 낼 수 있도록 협조(예산지원)"라는 내용이다.

이 문서에서 '상황실'은 노동개혁 홍보를 위해 TV광고 시점에 맞춰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작까지 기획했다. 관련 예산은 2천만 원 내외로, 실제 이 문서가 작성된 2015년 10월경 노동부는 '노동개혁 이모티콘'을 만들어 배포해 빈축을 샀다. 이모티콘에는 '노동개혁' '청년 희망펀드' '임금피크제' '가늘고 길게' 등의 문구가 담겼다. 당시 네티즌들은 "굵고 길게 가게 만들어야지 가늘고 길게 만들고선 자랑하는 건가", "부당노동행위 사업장들 저대로 단속이나 해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2015년 10월 19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카카오톡 '노동개혁 이모티콘'

'상황실'이 2015년 8월 17일에 작성한 '한국노총 노사정위 미 복귀시 대응방안' 문서에는 2015년 4월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자 복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언론과 광고를 활용한 정황이 담겨있다. 상황실은 "10% 귀족노조 비판" 등을 주요 메시지로 설정하고 TV·버스·지하철 광고, 극장광고, 각 부처 SNS·협업매체를 통한 광고영상 송출, 노동부·기재부·산업부 협조를 통한 전문가 릴레이 기고, 기획기사 등을 계획했다. 아울러 "노조를 정면 비판하는" 전문가 기고와 경제단체 세미나, TV광고 등을 추가 검토했다.

'노동개혁 홍보일지' 중 '언론기고·기획기사' 내용에는 ▲8월 24일 노동부차관 기고(D언론) ▲10월 26~27일 장시간 근로개선 기획기사(A언론) ▲10월 27일 실업급여 해외사례 비교(OO언론) ▲10월 28일 OOO 교수 기고(A언론) ▲10월 29일 중기중앙회 토론회와 연계한 야당법안 비판(A언론) ▲11월 3일 중견연 기고(A언론) ▲11월 11일 파견법 개혁효과 기획기사(OO언론) ▲11월 12일 노동부장관 기고(B언론), 비정규직법 관련 기획기사(H언론) ▲11월 13일 환노위 법장 늑장논의 기획기사(A언론), OOO 기고(D언론) ▲11월 17일 노동부장관 기고(B언론) ▲11월 18일 OOO 기고(F언론) ▲11월 19일 노동부차관 기고(OO언론) ▲11월 27일 산업부차관 기고(D언론) 등이 적혀있다.

아울러 행개위는 김 후보자가 주재하는 'BH회의'는 언론사 TV토론 주제와 특정 패널 구성안을 제시하며 '공정해고' 주제의 토론을 추진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이 참여해 TV토론 추진 현황을 보고했고, 실국에서 토론 출연자를 파악했다.

한편 노동부는 노동개혁 여론전에 동원된 언론사, 김 후보자가 특정해 정부광고 제작을 맡긴 업체 등의 이름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인숙 의원실 관계자는 19일 미디어스에 "고용노동부에 관련 자료요구를 해둔 상황이지만 언론사 특정은 힘들다는 답을 들었다"며 "TV광고 제작업체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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