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KIA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 두 외국인 투수의 난조와 타선의 집중력 부족이 겹치며 연장전 난전 끝에 8:6으로 패배했습니다.

선발 주키치는 지난 시즌 KIA전 3경기에서 3패만을 안은 징크스를 오늘 경기에서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6.2이닝 9피안타 5실점으로 패전은 면했지만 투구 내용이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선취점의 빌미가 된 3회초 1사 후 신종길을 상대로 3B 0S의 불리한 카운트 끝에 5구에 3루타를 허용한 것부터 좋지 않았습니다. 신종길의 타격감이 좋지 않았고 1번 타자 이용규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신종길을 상대로 유리한 볼 카운트를 전개하다 범타 처리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결국 4연속 안타, 3회초에만 5피안타로 3실점했습니다.

6회말 타선이 4:4 동점을 만들었지만 주키치는 7회초 2사 후 김선빈을 상대로 볼넷을 내준 후 안치홍에게 우월 적시 3루타로 역전을 허용했는데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은 상황이라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가 늦었습니다. 에이스 주키치의 승리 투수 요건을 배려한 것으로 보이지만 김선빈에게 볼넷을 내줬을 때가 주키치 교체의 적기였습니다.

▲ 리즈 ⓒ연합뉴스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는 결승점을 내준 11회초에도 아쉬웠습니다. 5번째 투수로 등판한 리즈는 선두 타자 차일목을 범타 처리한 이후 홍재호를 상대하면서부터 갑작스런 난조에 빠졌습니다. 직구 제구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후 신종길, 이용규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한 후 김선빈에게 밀어내기 볼넷, 안치홍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했는데 어처구니없는 것은 연속 네 타자에게 내준 볼넷이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이었으며 볼 12개를 던지는 동안 단 1개의 스트라이크도 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리즈의 4타자 연속 볼넷은 2011년 6월 17일 잠실 SK전에서 임찬규가 허용한 4타자 연속 볼넷을 연상시켰습니다. 두 투수 모두 마무리 보직을 맡은 상황에서 제구가 무너졌으며 팀을 패배에 빠뜨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리즈는 외국인 투수이며 임찬규는 내국인 신인 투수라는 점에서는 확연히 다릅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선수 2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팀의 주축으로 키워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외국인 선수는 즉시 전력감이 되어야지 팀의 패배를 담보로 성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당시 마무리 보직을 갑작스레 맡은 임찬규의 성장을 위해 경기를 버리더라도 쓰디쓴 교훈을 부여할 수도 있었지만 리즈는 시즌 전부터 마무리 투수로 낙점되어 있었으며 외국인 투수라는 점에서 성장을 위해 경기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더욱 납득할 수 없었던 것은 리즈가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동안 차명석 투수 코치가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던 것입니다. TV 생중계에 비친 LG 더그아웃의 모습을 보면 차명석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가고자 했지만 김기태 감독이 만류한 것으로 보이는데 신종길을 상대로 두 번째 스트레이트 볼넷이 나왔을 때 투수 코치가 올라와 리즈를 진정시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리즈가 안치홍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강판될 때까지 차명석 코치는 전혀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2011년 6월 17일 잠실 SK전에서의 임찬규의 블론 패전 이후 LG는 상승세가 꺾이며 내리막으로 치달았는데 오늘 경기에서 마무리 리즈의 패전 이후 LG의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애당초 리즈의 마무리 전환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상당했습니다. 제구가 불안하고 기복이 심해 마무리로는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겨우내 전지훈련에서도 리즈는 선발 투수로서 몸을 만들어 왔습니다. 박현준과 김성현의 이탈로 주키치 외에는 마땅한 선발 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작년 11승을 기록한 리즈가 마무리로 전환하는 것이 타당한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시즌 개막 이후 리즈는 3경기에 등판해 2경기에서 볼넷이 화근이 된 실점으로 난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과연 리즈가 마무리로 적합한 것인지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야 합니다.

두 외국인 투수의 부진과 김기태 감독의 투수 교체 실패가 결정적인 패인이지만 타자들도 만족스럽지 못했습니다. ‘병살타 3개가 나오면 이길 수 없다’는 야구 속설이 있는데 LG는 2회말부터 5회말까지 4이닝 연속 더블 플레이가 나왔습니다. 특히 3회말 무사 1, 2루 기회에서 오지환의 직선타에 2루에서 스타트했다 아웃된 서동욱의 주루 플레이는 본헤드 플레이였습니다. 무사 혹은 1사에서 직선타가 나오면 내야를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스타트하는 것이 주루 플레이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기회마다 범타로 물러난 심광호도 아쉽습니다. 심광호는 5회말 1사 1루에서 병살타로 물러났고 6회말 2사 만루, 8회말 2사 1, 3루, 10회말 2사 만루의 기회에서 모두 삼진으로 돌아섰습니다. 전술한 6회말부터의 3번의 기회는 모두 동점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결승점과 직결될 수도 있었습니다. 심광호가 어제까지 타격감이 좋았다는 점에서 3번의 기회를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이 큽니다.

KIA는 상대 투수의 난조를 파고들어 연장전에서 결승점을 뽑은 반면, LG는 상대 투수가 난조를 보일 때 동점에는 성공했지만 역전에는 실패했다는 점에서 타선의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스토브 리그에서 주축 타자 2명이 이적했고 이병규까지 부상으로 제외되면서 특히 상위 타선의 힘이 상당히 부족합니다.

끝으로 3회초 연속 장타로 이어진 선상 수비에 의문이 남습니다. 3회초 1사 후 신종길과 이용규의 타구가 1루수 작은 이병규가 잡을 수 없는 선상으로 빠져나가며 선제 3실점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이용규의 타구는 빨라 처리가 어려웠지만 그에 앞서 신종길의 타구는 작은 이병규가 선상에 보다 가까이 있었다면 아웃 처리도 가능했습니다. 올 시즌 LG는 경기 초중반까지 1루수와 3루수를 각각 2루수와 유격수 쪽으로 당기며 라인 선상의 공간을 비워놓는 수비를 하고 있는데 작년까지의 일반적인 수비보다 그 공간이 상당히 넓은 편입니다. 선상으로 빠져나가는 타구보다 1, 2루간이나 3, 유간으로 빠져나가는 타구가 많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수비 위치이겠지만 장타를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럽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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