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핵심 인사들이 기자의 질문에 불쾌감을 드러내 입길에 올랐다. 이같은 대응 방식은 언론 혐오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지난 12일 한 여성 기자와 통화 직후 비하 발언과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18일 기사 <'사동심결 엠블럼' 논란과 박주선 위원장의 석연치 않은 해명>을 통해 “대통령 취임식 공식 엠블럼이 '사동심결' 논란 끝에 변경 수순을 밟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논란에 대한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의 석연치 않은 해명과 부적절한 대응이 뒷말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윤 당선자 취임식 엠블럼으로 선정된 ‘동심결’의 형태가 죽은 사람을 염습하는 데 쓰는 ‘사동심결’과 비슷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이같은 의혹에 대한 준비위의 입장을 묻기 위해 박주선 준비위원장과 통화했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식 준비위원회 위원장이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위원회 인선과 업무추진 현황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마이뉴스는 “취재 과정에서 박주선 위원장이 보여준 태도도 석연치 않았다”며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오후 2시께 오마이뉴스 취재기자와 전화로 대화를 끝낸 직후, 취재 내용에 불쾌감을 드러냈고 심지어 기자를 비하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당시 박 위원장은 오마이뉴스 사회부 인턴기자로부터 관련 질문을 받자 자신은 잘 모르는 내용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나 전화가 끊기기 전에 박 위원장은 근처에 있던 다른 남성에게 통화 내용을 언급하며 욕설을 했고, 그대로 녹음됐다. 오마이뉴스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해당 기자가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라며 통화를 마무리하자 "쯧. 가시내 이XX"라고 발언했다. 또 박 위원장은 기자에게 “내가 그 부분을 잘 몰라” “이도훈 감독이라고 있어” 등의 반말을 하기도 했다.

‘가시내’는 계집아이의 경상·전라도 지역 방언이다. 이 단어만으로는 욕으로 볼 수 없지만 '이XX'란 단어와 결합하면 상대방이 누구든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표현이고, 더구나 여성 기자와 통화한 직후 다른 사람 앞에서 쓰는 표현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 오마이뉴스 설명이다.

오마이뉴스는 13일 직접 항의하고 사과를 요구했으나 박 위원장은 ‘가시내’ 등의 표현이 취재기자를 지칭해서 한 말이 아닌 당시 자신의 책상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서 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하며 사과하지 않았다고 한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이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장제원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장은 정호영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자녀 특혜 의혹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특정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날을 세웠다. 장제원 비서실장은 18일 오전 자택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해당 논란에 대한 윤석열 당선자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당선자, 당선자 하는데 왜 나한테 물어보는가”라고 반문했다.

장 비서실장은 기자에게 "자꾸만 '이거 알았느냐 몰랐느냐' '알고도 지명했느냐' 물어보고 싶은 거 아닌가"라며 "국민이 검증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비서실장은 특정 기자의 이름을 거론하며 "책임질 수 있는 기사인지 확인도 안 하고 막 쓰는데, 내가 거짓말하나? 자료 받아서 보여드려야 하나”라고 물었다. 장 비서실장은 "인수위원회의, 국민의힘의 누구한테 묻고 쓴 것인가? 이야기해 보라”며 “검증도 않고 기사를 막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사안이 비슷하다는 지적에 대해 장 비서실장은 “(조국 사태와) 뭐가 같나 얘기해 보라. 조작을 했나, 위조를 했나”라며 “조국, 조국 그러는데, 진짜 조국 문제하고 이거하고 비슷한 거 있으면 얘기해 보라, 무슨 근거를 갖고 얘기하라”고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장 비서실장은 “지금 보면 전부 기자들이 얘기하는 게 프레임”이라며 “팩트가 뭐가 있나, 입시 문제하고 병역 문제에 있어서 팩트로 밝혀질 게 있으면 얘기해 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후보자가 당선자에게 사퇴 의사를 밝힌 바 있나라는 질문에 “아니다. 그 보도는 인수위 누구에게 묻고 쓴 기사인가”라고 반문하며 “그니까 확인해보지도 않고 기사를 막 쓰는 것이다. 그 기사 어디서 나온 기사인가, 어디서 나온 기자인가”라며 재차 따져 물었다.

이같은 언론에 대응 방식은 민주주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안수찬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19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한국 정치인이 언론을 망치는 주된 방식은 언론 혐오를 확신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일개 정치인이 아닌 대통령 행정부의 최고 권력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공식 비공식적으로 언론 전반을 냉소하고, 조롱하고, 혐오하는 표현 등을 내놓은 것인데 이럴수록 스스로가 민주주의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시민들도 쉽게 언론을 혐오하고 냉소하고 불신하게 되고, 언론 정보에 대한 신뢰도도 떨어지게 된다"며 "이러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이러한 대목이 문제가 됐었는데, 이번 정부는 초기부터 아주 극단적으로 그러한 증후들이 보여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안 교수는 “언론은 정치혐오가 아닌 건설적인 비판과 비평을 하고, 정치는 건설적인 견제를 수용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민주주의가 발전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안 교수는 “지금 한국은 그 두 가지 기능이 동시에 하락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비단 정치인만의 잘못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안 교수는 미국 트럼프 정부와 오바마 정부의 언론 대응 방식을 언급했다. 안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론 전반에 대한 혐오발언은 미국 사회에 허위조작 정보, 급진세력의 선동 확산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면서 “반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식 자리에서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정치인의 활동을 감시해달라는 연설을 한 바 있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진실을 보도하는 기자들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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