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KBS 사장 ⓒ연합뉴스
그동안 KBS 새 노조 파업에 대해 침묵해왔던 김인규 KBS사장이 4.11 총선의 '새누리당 압승' 결과가 나온 이후 전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등 적극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여의도 KBS본관 앞에 설치된 김인규 퇴진 촉구 농성 천막도 강제 철거됐다.

KBS 불공정 보도 문제를 불러온 당사자로 MB특보 출신인 김인규 사장을 지목한 KBS 새노조는 김 사장의 즉각적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6일부터 총파업을 진행했으나, 김 사장은 한 달 넘게 이어지는 파업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었다.

김 사장이 입을 연 것은 4.11 총선 다음날인 12일이다. 새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38일 되는 날이다.

김 사장은 12일 오전, 전 사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본부노조(새 노조)의 파업으로 어느 때보다 인력이 부족한 상태인데도 공정한 선거방송을 차질없이 치러낼 수 있었다"며 "노조의 이번 파업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억지파업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하루속히 업무에 복귀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본부노조는 출범 이후 줄곧 대화의 상대방을 향한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분별한 공세를 계속했다"며 "총선을 앞두고 특정 정당에 노골적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임으로써 공영방송인의 자세를 스스로 저버린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유감스러운 행태였다"고 공격했다.

이어 "공사 1기생으로 들어와 평생을 몸바쳤던 KBS에 사장으로 돌아온 제가 소원했던 것은 우리 KBS가 정치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진정한 공영방송이 될 수 있도록 그 기틀을 마련해야겠다는 것이었다"며 "수신료 인상에 그토록 매진했던 것도 수신료가 현실화돼야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새 노조 파업에 대한 선전 포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KBS 충주방송국의 한 기자는 KBS 사내게시판을 통해 "내용을 보면 메시지는 '격려'라기 보다는 'KBS본부 너네 졌으니까 이제 숙이고 들어와'라는 포고"라며 "편지 쓰시면서 입가에 아련히 맺히는 미소가, 그리고 행간에 스며있는 자신감이 자꾸 떠오르고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응대했다.

이 기자는 "KBS본부의 정치편향을 운운하시면서 (특보 출신의) KBS사장이 이런 편지를 보내다니 참으로 남 보기가, 바깥 사람들이 알까 부끄럽다. 이번 파업은 시작도 사장님이고, 끝도 사장님"이라며 "선거 다음날 아침에 자신감에 가득 찬 이런 편지를 보내시는 걸 보니 이번 총선에 큰 기대를 거셨던 모양이다. 결과에도 만족하신 듯 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인 김인규의 공영방송 특강'이라는 대작도 쓰셨고, KBS가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되도록 기틀을 마련하는 것이 평생 단 하나 소원이셨다는데,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았던 사람이 KBS 사장 자리에 앉는 것이 KBS의 독립성을 순식간에, 결정적으로, 무참하게 망가뜨리는 사건이라는 것을 모르시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13일 오전, 경찰의 강제 철거로 완전히 부서진 김인규 퇴진 촉구 농성 천막(오른쪽) ⓒ KBS새 노조 트위터

13일에는 새 노조가 KBS본관 앞에 설치한 농성 천막도 강제 철거됐다. 새 노조는 해당 천막을 집회 물품으로 사전에 신고했음에도 서울 영등포경찰서 측에서 강제철거한 것이다. 13일 오전 7시 20분경, 경찰이 강제 철거한 이후 새 노조 조합원들이 천막을 다시 세우려했으나, KBS 청경들이 이를 막아서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총선 하루 전날인 10일에는, 김현석 새 노조 위원장이 파업 현수막 철거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KBS 청경에 의해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KBS 새 노조 남철우 홍보국장은 "천막을 설치하려는 곳은 KBS 땅도 아닌 곳인데, 왜 청경들이 구사대처럼 우리를 막아서는지 모르겠다. 청경들이 단독으로 행동하겠느냐"며 "사측의 관리가 뒤에 있음을 방증한다. 일련의 조치에 대해 조합원들이 매우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 조합원들도 많은 상황이었는데, 청경 50여 명이 천막을 못치게 막아서면서 몇몇 조합원들은 피를 흘리는 등 부상을 입었다"며 "오늘(13일) 오후 1시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향후 김인규 퇴진투쟁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BS사측은 "시비가 있었을 뿐 폭행은 전혀 없었다"며 "해당 지역은 KBS가 시설 사용료를 구청에 납부하고 있는 회사 관리지역으로, 노조에서 시설물을 설치할 경우 구청과는 별도로 회사측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사장메일 발송 계획은 임원회의에서 사전에 공표된 것으로 총선 결과와 무관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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