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선발 김광삼의 호투와 하위 타선의 분발에 힘입어 롯데에 시즌 첫 패배를 안기며 4:0으로 승리했습니다. 수요일의 패배를 설욕하며 3승 1패를 기록한 LG는 SK, 롯데와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 LG 김광삼 ⓒ연합뉴스
김광삼은 6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기대 이상으로 호투해 지난 3경기 연속 두 자릿수 안타를 터뜨린 롯데의 강타선을 잠재우며 팀 완봉승의 수훈갑이 되었습니다. 구속보다는 제구로 승부하는 김광삼의 가장 큰 약점은 갑자기 제구가 흔들리며 볼넷을 내줘 자멸하는 것이었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볼넷도 1개 밖에 없었습니다. 타선의 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는 훌륭한 모습이었습니다. 작년에도 롯데에 강했던 김광삼이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도 롯데전에서 따냈는데 타 팀을 상대로도 어제과 같이 호투한다면 주키치 외에는 확실한 선발 투수가 없는 LG의 선발 로테이션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7회초 세 번째 투수로 등판해 1.1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경찰청 제대 이후 첫 홀드를 기록한 우규민의 호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우규민은 7회초 2사 1루의 상황에서 등판해 첫 타자 문규현에게 우전 안타를 허용해 2사 1, 2루의 역전 위기를 맞았지만 김주찬을 투수 땅볼로 처리하며 이닝을 종료시켰고 8회초에는 롯데의 중심 타선을 삼자 범퇴로 깔끔히 틀어막았습니다. 4개의 아웃 카운트 중 3개가 내야 땅볼이며 1개가 삼진이었는데 우규민이 언더 핸드 투수임을 감안하면 내야 땅볼로 아웃 카운트를 처리해 나간 것은 공의 움직임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시범 경기와 개막전에서 불안했던 모습을 탈피한 우규민까지 가세하면 필승 계투진의 운영은 상당한 여유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결승타의 주인공은 0의 행진을 5회말 적시 2루타로 깨뜨린 심광호입니다. 심광호는 지난 시즌 단 1타점에 머물렀는데 올 시즌에는 벌써 2타점 째를 기록 중이며 4월 8일 대구 삼성전 8회초 희생 플라이와 이번 경기의 적시 2루타를 포함해 2타점이 모두 결승 타점이라는 점에서 인상적입니다. 타격을 기대하지 않았던 심광호가 방망이로 연일 팀 승리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심광호는 선발 출장한 3경기에서 교체 없이 모든 이닝을 소화했으며 3경기 모두 팀이 승리했습니다.

1:0의 불안한 리드를 안고 9회초 마무리 리즈가 등판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지만 오지환은 8회말 2사 만루에서 3타점 좌중간 2루타를 터뜨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오지환은 5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심광호의 적시 2루타로 선취점이자 결승 득점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습니다. 8회말에 터진 2루타는 4월 8일 대구 삼성전 8회말에 터진 좌중간 적시 3루타와 거의 동일한 궤적의 타구였습니다. 좌중간을 향하는 타구가 많다는 점에서 밀어치는 타격을 몸에 익히며 타격 메커니즘이 진보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수비에서도 안정적으로 변모한 오지환은 매 경기 안타를 기록하며 13타수 5안타 0.385로 분전하고 있습니다.

옥에 티를 지적하면 추가 득점을 할 수 있었던 5회말로 2가지 측면에서 아쉬웠습니다. 첫째, 이대형의 번트입니다. 심광호의 적시 2루타가 터진 뒤 무사 2루에서 이대형은 투수 정면으로 향하는 번트로 2루 주자를 진루시키지도 못하고 자신도 아웃되었는데 삼진과 다를 바 없는 아쉬운 플레이였습니다. 2루 주자를 3루로 보내는 번트였다면 3루측으로 타구가 향했어야 하는데 투수 정면으로 향했습니다. 2루 주자 심광호의 리드 폭이나 스타트를 보면 이대형에게 희생 번트 지시가 나온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김기태 감독은 희생 번트가 아니어도 이대형이 잡아당기는 타격으로 진루타를 쳐줄 것이라 믿고 맡겼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대형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둘째, 1사 1, 2루 기회에서 중심 타선의 이진영과 김용의가 범타로 물러난 것입니다. 이진영은 8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안타를 기록하며 만회했지만 1군 경험이 부족해 검증되지 않은 김용의를 5번 타자로 선발 출장시킨 타순 배치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병규가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기용 폭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김용의보다는 1군에서 3할 타율을 기록한 바 있는 검증된 작은 이병규를 5번 타순에 배치하고 김용의를 하위 타순으로 내려 부담을 줄이는 편이 낫지 않았나 싶습니다. 투수진의 호투와 8회말 3득점으로 5회말 1득점에 그친 것이 화근이 되지는 않았지만 차후 LG가 강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5회말과 같은 기회에서 번트 실패와 중심 타선 침묵이 나와서는 곤란합니다.

LG는 오늘부터 KIA와 홈에서 3연전을 치릅니다. 화요일 우천 취소 덕분에 KIA 에이스 윤석민을 만나지 않게 되었고 이범호와 김상현의 공백으로 KIA의 중심 타선도 힘이 떨어져 있습니다. 에이스 주키치가 등판해 서재응와 맞대결하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위닝 시리즈도 노려볼 만합니다. 어제 경기에서 마무리 리즈, 필승 계투진의 유원상과 한희를 아낀 만큼 오늘 경기에서는 모두 투입이 가능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