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자녀 '아빠 찬스' 의혹에 대해 언론에서 '부실 검증'을 지적하고 있다. 정 후보자 인사 검증이 하루 만에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당선자 의중에 맞춰 시늉만 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정 후보자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제기된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정 후보자 딸은 2016년 경북대 편입학 과정에서 3고사실 구술평가 만점을 기록했다. 3고사실 구술평가 심사위원은 경북대 의대 부학장, 정 후보자와 논문을 공동 집필한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3고사실 구술평가 만점자는 정 후보자 딸이 유일했다. 정 후보자 딸의 최종 점수와 탈락자의 최종 점수 차이는 6.81점에 불과해 딸의 구술평가 만점이 당락을 좌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대강당에서 최근 제기된 자녀 관련 의혹 등을 설명한 뒤 승강기를 타고 퇴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 후보자 아들은 2010년 신체검사에서 현역 판정을 받았지만 5년 뒤 정 후보자가 진료처장으로 있던 경북대병원에서 재검을 받아 척추협착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또 정 후보자 아들은 의대 편입 전인 2016년, 2017년 학부생 신분으로 KCI 등재 논문 두 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2018년 정 후보자 아들은 경북대 의대 편입학 서류전형에서 30점 만점에 28~29점을 받았다. 경북대 의대 부학장과 논문 공저 교수가 매긴 점수다. 두 자녀의 봉사활동 내역 부풀리기 의혹도 제기됐다.

정 후보자는 자녀 편입학 논란에 대한 교육부 조사를 요청하는 동시에 국회가 지정한 의료기관에서 아들 척추 질환에 대한 검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자녀 봉사활동 증빙 자료, 아들의 MRI·CT 자료 등 제기된 의혹을 반박할 수 있는 자료를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윤 당선자는 "부정의 팩트가 확실히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8일 조선일보는 사설 <“위법 없다” 변명까지 조국사태 닮아가는 정호영 의혹>에서 "윤 당선인이 불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혹투성이의 40년 지기를 계속 감싸고 돈다면 이번엔 민심이 윤 당선인을 향해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정 후보자의 두 자녀가 동시에 아버지 근무 병원에서 편입 스펙을 쌓은 뒤 아버지 재직 의대에 편입한 것을 두고 이른바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더구나 조국 비리를 수사한 사람이 윤 당선인이라는 점에서, 의혹의 당사자가 당선인의 ‘40년 지기’라는 점에서 더욱 엄격한 잣대로 이번 사건을 바라보고 처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중앙일보는 사설 <의혹 해소 못한 정호영 회견…윤 당선인이 결단해야>에서 윤 당선자의 '부정의 팩트' 발언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모자란 안이한 인식"이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팩트' 운운하기 전에 의혹이 제기된 사실만으로도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중·삼중으로 검증망을 돌렸어야 마땅했다"며 "'법을 어겼다는 증거가 없지 않나'는 형식논리만으로 장관 후보 임명을 강행한다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그리고 6·1 지방선거에서 민심의 거센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인수위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동아일보는 정 후보자 인사검증이 하루밖에 이뤄지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인수위의 인사검증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15일 채널A는 "정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 기간은 하루 정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 후보자는 지명 당일 채널A와의 통화에서 '인수위로부터 이틀 전 밤에 연락을 받고 지명 하루 전 인사검증동의서를 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18일 사설 <검증동의서 제출 하루 만에 장관 지명… 대체 뭘 검증한 건가>에서 정 후보자, 대학 총장 시절 '금수저' 학생을 전수조사한 김인철 교육부 장관 후보자, 부인 그림을 일부 기업들이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등을 거론하며 "첫 조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인수위는 5년 내내 부실 검증으로 논란이 됐던 문재인 정부보다 훨씬 구체적인 검증동의서를 준비해 놨다고 자신했다"면서 "검증 환경이 더 나아졌는데도 검증에 구멍이 난 것은 윤 당선인의 의중에 맞게 검증 시늉만 냈기 때문 아닌가"라고 썼다. 인수위법 개정으로 이번 인수위부터 현 정부 인사기록과 인사관리시스템을 열람할 수 있다. 인수위는 정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박근혜·문재인 정부 검증 자료를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4월 18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관련 조선·중앙·동아일보 사설 제목

같은 날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윤 당선인은 조국 전 장관 수사로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사긴 했으나 공정의 아이콘이란 대권 도전의 기반도 마련했다"며 "그런 그가 정 후보자 의혹에 대해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윤로남불' 논란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썼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40년 지기라면 더더욱 조국 전 장관 때와 똑같은 인사검증 잣대를 적용하는 게 공정하다"며 "인사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정호영 감싸기’ 노골화한 윤석열 당선자의 ‘내로남불’>에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이 조국 장관 후보자 청문회도 열기 전인 2019년 8월 24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어 조 후보자의 즉각 사퇴와 검찰 수사, 문재인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한 사실, 사흘 뒤인 27일 ‘윤석열 검찰’이 조 전 장관 자녀 입시 의혹과 관련한 대학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던 사실을 잊었단 말인가"라고 물었다.

경향신문은 사설 <해소 못한 정호영 의혹, 강제력 있는 방법으로 규명해야>에서 "강제력 있는 검증·수사가 아니면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게 객관적 현실"이라며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은 정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할 수 있도록 협조하고 책임있게 결자해지하기 바란다"고 했다.

이 밖에 국민일보 사설 <정호영 후보자 의혹 부인… 당국은 진상 규명에 나서라>, 서울경제 사설 <정호영 자녀 ‘아빠 찬스’ 의혹, 공정·상식에 맞는가>, 디지털타임스 사설<"모든 의혹 사실 아니다" 정호영, 국민 납득할지 의문이다> 등이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조목조목 해명했다", "소상히 설명했다", "시종일관 차분한 태도로 상황을 설명했다" 등의 표현으로 정 후보자의 해명을 평가했다. 한국경제는 "중요한 것은 어떤 편견도 갖지 말고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하게 가려내는 일이 우선"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국회 청문회를 진행하는 것이 소모적인 논쟁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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