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4월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과 정치 현안에 대해 논하던 중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가 “박근혜 씨”라 하자, 하태경 의원이 문제를 제기한 겁니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태경 의원은 방송 이후 페이스북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예우’가 아니라 ‘팩트’”라며 “(언론사마다 다른 호칭이) 진영으로 갈가리 찢긴 민심의 또 다른 표출인 것 같아 씁쓸”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 제3노조도 “공영방송이 앞장서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비난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때아닌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의 불씨는 다음 날 종편 시사대담프로그램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박근혜 씨가 (유영하 변호사) 지지선언하기 전에 했던 (여론)조사인데도 (대구시장 지지율이) 꽤 나오던데 더 올라간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죠. 제가 이 방송 처음인데, 전직 대통령을 다 ‘씨’라고 부르세요? 박근혜 씨, 전두환 씨.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이게 탄핵당한 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호칭 정리가 그렇게 돼 있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이명박 대해선 이명박 씨라고 부르세요?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예.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그럼 이명박 대통령 탄핵은 안 당했잖아요.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그분 같은 경우 전직 대통령 예우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거 준해서 호칭을 정리해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 그래도 전직 대통령이라고 불러주시죠. 우리 공화당 조원진 의원 같은 경우 문재인 씨라고 그러거든요. 그렇게 되면 진영에 따라서, 어차피 대통령 당선된 분들이기 때문에.

진행자 김종배 시사평론가 : 그건 저희가 내부적으로 스태프들끼리 다시 한번 얘기해볼게요. 저희는 예우가 박탈이 됐기 때문에 거기 준해서 호칭을, 이 점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방송 일부(2022/4/11)

 

채널A와 MBN, 박근혜 호칭 ‘진영논리’로 해석

민주언론시민연합은 4월 12일 종편4사 시사대담프로그램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를 살펴봤습니다. 채널A <뉴스TOP10>과 MBN <뉴스와이드>에서 박근혜 씨 호칭 논란을 다뤘는데요. 박근혜 씨 호칭을 진영논리로 해석하는 발언이 곳곳에서 나왔습니다.

MBN <뉴스와이드>(4월 12일)에서는 박근혜 씨 호칭은 논쟁할 문제가 아니라고 출연자 다수 의견이 모아진 가운데,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가 다른 발언을 내놨습니다.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것은 일부러 폄하하고 격하하는 것’으로 ‘진영을 떠나 전직 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예우해줘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 : 저는 그냥 박근혜 전 대통령, 전 대통령 맞잖아요. 그럼 그렇게 불러주면 되지. 왜 저걸 일부러 ‘씨’라고 하면서 좀 폄하하고 격하시키는 듯한 뉘앙스를 주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진영을 떠나서 예우해줄 건 예우해주는 게 맞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박근혜 호칭을 진영논리로 해석한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2022/4/12)

최병묵 “방송사가 진영논리 흡수해 ‘박근혜 씨’라 호칭”

채널A <뉴스TOP10>(4월 12일)에서도 출연자들은 장성철 교수와 비슷한 발언을 여럿 내놨습니다. 최병묵 시사평론가는 ‘방송사가 진영논리를 흡수해 박근혜 씨라 호칭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 상식의 문제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가 과거에 자, 북한의 ‘김일성’이라고 하는 사람을 어떻게 부를 것이냐, 김일성이라고 그냥 부를 것이냐, 김일성 주석이라고 부를 것이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사실은 상당한 정도의 과거 뭐 보수정권은 그냥 김일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렀어요. 근데 그 이후에 이제 뭐, 여러 가지 조정 과정을 거쳐서 지금은 뭐 직책을 그냥 불러주는 경향이 있잖아요?

진행자 김종석 기자 :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통칭하죠.

최병묵 정치평론가 : 지금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라고 부릅니다. 그런 것들 때문에 호칭은 늘 논란이 되지만, 자, 일부 방송에서 얘기하는 뭐, 대통령 예우법, 뭐 이런 거와 호칭 문제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그런 점으로 본다면 저는 상식적으로 이런 정파적 입장을 떠나서 중립적 입장에서 그 사람의 호칭을 불러줘야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뭐 일부 방송이 저렇게 부르는 것은 저는 정파적 또는 진영논리를 방송이 결국 흡수해서 얘기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렇게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서로 다른 이념 때문에 과거엔 직책도 붙이지 않던 북한 정상에 대해서 이제는 ‘직책을 그냥 불러주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호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방송사들이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것은 ‘진영논리를 방송이 흡수한 것’이라고 평가했는데요.

국가 정상에게 직책을 붙이는 건 정상외교 예우 차원에서 당연합니다. 중국 내 인권탄압이 벌어진다고 해서 시진핑 주석의 직책을 떼고 이름만 부르지 않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직책을 떼고 이름만 부르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국가 간 정상외교 호칭 문제를 한국 전직 대통령 예우와 연관 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이현종 “탄핵됐어도 전직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뉴스TOP10>(4월 12일)에서 최병묵 정치평론가와 맥을 같이 하는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되었다고 직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며, 박근혜 씨라 호칭하는 것을 ‘편협한 생각’이라 규정했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 제가 전직 대통령 문재인 씨, 이렇게 부르면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역사를 역사로 생각을 해야 됩니다. 아니 대통령 예우법에 탄핵 당했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 아닙니까? 전직 대통령이잖아요. (중략) (전직 대통령 예우가 박탈될 경우) 직책이 없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 그럼 이분들이 예를 들어서 그 나중에 그 재판 받았다고 해서 전직 대통령 아닙니까? 역사에 지울 수 있는 건가요? 저는 그런 편협한 생각을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중략) 탄핵 당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다 부정된다? 이건 아니지 않습니까. (중략) 당신은 탄핵됐으니까 모든 거 자체를 제로로 돌려야 된다? 전직 대통령도 아니고 ‘씨’다? 이런 것들은요. 정말, 왜 우리가 김정은한테 계속 김정은 위원장이라고 불러줍니까? 김정은 위원장한테는 그렇게 불러주면서 저렇게 우리의 재산(남북공동연락사무소)을 폭파시키고 우리의 사람을 죽인 사람을 위원장으로 불러주면서, 아니 전직 대통령한테 전직 대통령이라는 말도 못 붙이는? 이러한 게 말이 된다는 이야기입니까? (중략)

최병묵 정치평론가 : 잠깐만 말씀드리면 이런 거예요.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의 심정, 그냥 제가 짐작을 해보겠습니다.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이런 것 아닌가요? 저는 그런 부분에 관해서 박근혜 씨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내가 왜 박근혜 씨라고 부를까’ 하는 걸 한 번쯤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최병묵 정치평론가와 마찬가지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례를 꺼내들며 박근혜 씨 호칭 문제와 비교했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는 직책을 붙이면서 전직 대통령에게 전직 대통령이라는 말도 못 붙이냐는 주장을 한 겁니다.

최병묵 정치평론가는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사람들의 심정은 ‘(박근혜 씨를)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짐작하기도 했습니다. 일개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가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박근혜 씨’라 호칭하는 것을 두고, 박근혜 씨를 전직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전직 대통령이라 호칭하지 않는 것이라고 부적절하게 짐작한 것입니다.

‘박근혜 씨’ 호칭이 옳지 않다고 주장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과 최병묵 정치평론가(2022/4/12)

사면‧복권돼도 형 효력 유지, 최소경호 외 전직 대통령 예우 박탈

박근혜 씨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회동을 보도한 4월 12일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이튿날인 4월 13일 신문지면에서 박근혜 씨 호칭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경향신문과 JTBC는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한 반면, 그 외 언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호칭했습니다.

방송사 저녁종합뉴스(4/12)·신문지면(4/13) 박근혜 씨 호칭 구분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씨가 탄핵된 이후에도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호칭해왔습니다.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주범 최서원 씨(최순실)가 2020년 6월 11일 뇌물 및 직권남용‧강요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18년·벌금 200억 원 확정판결을 받은 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기 시작했습니다. JTBC는 2021년 1월 14일 박근혜 씨가 대법원에서 징역 22년·벌금 180억 원·추징금 35억 원 확정판결을 받은 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 호칭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근거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제7조(권리의 정지 및 제외 등) 2항의 1~4호에 해당하는 경우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를 하지 않기로 명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씨는 이 중 1호 ‘재직 중 탄핵을 받아 퇴임한 경우’와 2호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경우’에 해당합니다. 박근혜 씨 탄핵만으로도 충분히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할 수 있지만 경향신문은 국정농단 주범의 형이 확정된 후, JTBC는 박근혜 씨 형이 확정된 후 해당 호칭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2021년 12월 31일 박근혜 씨 사면‧복권이 단행됐지만, 최소한 경호 외 전직 대통령 예우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박근혜 씨가 받은 형의 선고 효력은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호칭’도 전직 대통령 예우에 포함된다는 게 중론

박근혜 씨 호칭 문제를 논하며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2조에 “‘전직 대통령’이란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이라고 돼 있으니, 박근혜 씨를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 부르든,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로 부르든 문제될 것 없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4월 12일)에서 김경진 전 국회의원 발언이 그러했는데요.

그런데 이러한 해석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습니다. 해당 조항은 “이 법에서 ‘전직 대통령’이란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되어 재직하였던 사람을 말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의를 내린 조항이 아니라 ‘이 법’이라 지칭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적용받는 대상을 정의해놓은 것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제7조 2항 1~4호에 해당될 경우 헌법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돼 재직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직 대통령으로서 예우가 박탈되는 것입니다.

채널A <뉴스TOP10>에서 최병묵 정치평론가나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처럼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 호칭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 경우도 있는데요. 통상 ‘예우’엔 ‘호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게 중론입니다. 부정적인 의미로 곧잘 쓰이는 ‘전관예우’도 ‘호칭이나 의전상으로 재임 당시의 관직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을 당시 언론은 북한이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 각하’라는 호칭을 사용했다며 ‘북측의 예우가 달라졌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박근혜 씨 탄핵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이 호칭까지 규정하지 않는다”지만 “예우라는 것이 호칭에서부터 시작하고, 대통령이라는 호칭 자체가 존칭어이니 탄핵으로 그 예우를 상실했다면 ‘박 전 대통령’ 대신 ‘박 씨’라는 표현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법무부 법무실장인 이상갑 변호사는 과거 한겨레 기사에서 “전직 대통령의 직책을 가졌다는 과거 사실에 근거해 그냥 전 대통령이라고 불러도 잘못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박 전 대통령으로 절제해 표현하는 것이 국정농단이라는 비판의 목적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습니다.

박근혜 씨 호칭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언론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라고 호칭하는 게 정파적이거나 진영논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죠. 법률에 따른 호칭을 두고 ‘정파적이거나 진영논리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진영논리에 따른 주장 아닐까요.

* 모니터 대상 : 2022년 4월 12일 JTBC <정치부회의>,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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