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여진 칼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와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13일 JTBC <썰전 라이브>에서 1대1 토론을 진행했다. 이 토론을 지켜보면서 불편하고 답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안타깝게도 이준석 대표는 이번 토론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아니라 불법시위 주도 단체 대표를 가르치고 훈계하는 자리로 만들고 있었다. 박경석 대표의 차분하고 예의 있는 대응이 존경스럽고 애처롭게까지 여겨졌다.
이번 토론은 전국장애인차별금지연대의 지하철 이동권 집회에 대한 국민의힘 이준석 당대표의 문제적 발언이 계기가 되었다. 지난달 28일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전장연이 최대다수의 불행과 불편을 야기해야 본인들의 주장이 관철된다는 비문명적 불법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를 중단하라고 했다. 3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 수백만의 서울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에 대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서 한걸음 더 나간 것이다.
당시 언론은 이준석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기에 바빴다. 심지어 지난 1일 조선일보는 “이준석 대표가 환기시킨 장애인 이동권 문제”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의도한 건 아니었겠지만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결과적으로 전장연을 도와준 셈이 됐다”며 “전장연이 바란 게 이런 사회적 관심이었을 텐데 이 대표 ‘덕분에’ 부각됐다”고 썼다.
이준석 대표는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불법적일 뿐 아니라 반문명적이라고 규정했다. 출근 시간에 맞춰 일부러 전동휠체어 바퀴를 지하철 출입문과 플랫폼 사이에 끼워넣어 전동차 출발을 20분이나 지연시켜서 다수 시민을 불행하게 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의 발언 이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반문명적 집단이 되었고,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는 ‘문명’ 진영의 혐오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전장연의 시위 현장에 나타나 혐오 발언을 쏟아냈다.
모든 시위는 문명적이다. 자신들의 의사를 표현하고 관철시키기 위해 집단적 행동을 평화적으로 실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문명적 행위이다. 근대 민주공화국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인권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국민’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장애인은 모든 국민에 속하는가? 코로나19가 창궐할 때 한 교회에서 정부의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광화문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강행했었다. 누구도 그들에게 반문명적이라고 비난할 수 없다. 이준석 대표도 그들에게 전염병을 확산시킬 수 있는 불법 집회에 대해 반문명적이라며 중단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모든 국민에 속하기 때문이다. 불법일 수는 있지만 반문명적일 수는 없다.
하지만 이준석 대표는 유독 장애인의 휠체어 시위는 반문명적 행동이라며 이 부조리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나섰다. 이준석 대표는 소수의 불편함을 해소하겠다며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은 반문명적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광화문 기도회를 개최한 목사님을 비롯해 ‘모든 국민’이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장애인이 행사하는 것이 반문명적이 될 수는 없다. 장애인의 시위를 반문명적이라는 차별이야말로 반문명적인 것이다.
시위는 차별 받는 이들에게 주어진 거의 유일한 무기다. 시위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자신의 대변할 정당도, 국회의원도, 관료도 없는 이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차별 받는 이들은 특별하게 ‘모든 국민’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위는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특별하게 문명적이다. 민주공화국의 시민은 자신의 권리와 자유만큼 다른 이들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기 때문에 차별 받는 이들의 시위에 대해 용인하고 지지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것이 문명적 태도이다.
*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칼럼은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언론인권통신' 제 950호에 게재됐으며 동의를 구해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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