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유전이라는 말이 있다지만 32년 전의 슬픈 사랑이 그들의 아들딸들에게 이어지는 이 기막힌 인연은 드라마가 아니라면 생각지도 못할 것이다. 32년 전 윤희는 병을 고치기 위해 할머니와 함께 인하 몰래 미국으로 떠났다. 그곳에 정착해 살면서 병은 고쳤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유학 온 남자와 만나 결국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하나를 낳았지만 그것이 윤희에게 남은 전부였다.
그렇게 된 이상 윤희는 인하를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인하도 윤희가 떠난 뒤 얼마 후 결국 혜정과 결혼해 준을 낳았다. 그럴 수 있었던 것은 윤희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하의 가족은 서로 그다지 단란하지 않다.
32년의 세월. 이 소심하고도 외곬수인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누구는 홀로 되고 누구는 따로 살고 있다. 보통이라면 이들이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는 것으로도 충분히 한 편의 드라마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운명은 이들에게 끝까지 잔인하다.
32년만의 재회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준과 하나가 상극처럼 티격태격하면서도 자꾸 엮이게 되는 것이 다이아몬드 스노우의 전설이 이뤄질 모양이다. 그렇게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거꾸로 인하와 윤희에게는 잔인한 것이다. 아들과 딸이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들은 과거의 연인으로서가 아니라 사돈으로 만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선호의 여동생 미호가 과거 혜정처럼 준을 좋아하게 되는 복잡한 러브 스토리가 서서히 태동하고 있다. 드라마는 여전히 이 젊은이들의 감정을 쫓아다니느라 바빠서 인하와 윤희의 재회의 감정을 아주 자세히 다루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더 애틋하고 벌써부터 가슴이 아릿해진다.
특히 강한 여자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이미숙의 윤희는 어떤 모습일까 더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6회가 끝나고 7회 예고에서 이미숙의 모습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단 한 컷의 모습으로도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다. 야외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옆모습을 잠깐 봤을 뿐인데도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괜히 이미숙이 아니다. 평소의 강철 같은 이미지를 다 어디로 숨기고 가녀린 윤희의 모습으로 거기에 앉아 있었다. 물론 32년의 세월은 윤희를 그대로 두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미숙이 표현할 윤희의 모습은 사랑비 다음 회를 기다리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 분명했다.
분명 인하와 윤희의 사랑은 재미없었다. 그런데 그 아들과 딸이 사랑하게 될 것이니 32년이 흘렀어도 다시 뭔가를 해볼 도리가 없게 됐다. 그러니 답답 인하와 소심 윤희의 재판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래도 32년 전과는 분명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준과 하나의 쑥쑥 자라나는 사랑의 배경에 다시 답답한 인하와 윤희의 미묘한 감정이 얹히는 것이 의외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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