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 출신으로서 뉴욕 특파원, 시청자국장 등을 역임한 김형태 새누리당 후보(경북 포항시 남구ㆍ울릉군)가 2002년에 친동생의 부인을 성폭행하려 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의혹이 제기된 2002년은 김 후보가 KBS에 몸을 담고 있던 시기다.

▲ 새누리당 김형태 후보 홈페이지 화면 캡처.

김형태 후보의 제수인 최아무개(51)씨는 8일 무소속 정장식 후보 선거대책위 관계자들과 기자회견을 열어 김 후보가 2002년 자신을 성폭행하려 했었다고 폭로했다.

1995년 남편이 암으로 사망한 후 두 아들과 함께 부산에서 살았다는 최씨는 "남편의 형인 김형태 후보가 2002년 5월 아들의 장학금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상경을 요청했고, 서울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나 알몸으로 성추행을 시도했다"며 "TV토론회를 인터넷으로 시청하던 중 성추행자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막아야겠다는 생각에 정 후보 선거캠프에 제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최씨는 9일 재차 기자회견을 열어 2004년 김형태 후보가 최씨 큰아들과의 통화에서 "술을 먹고 결정적으로 실수한 것은 인정한다" "마지막 남녀관계까지는 안갔다"며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을 증거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형태 후보는 8일, 9일 두 차례 기자회견을 열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면 부인했다. 9일 오후에는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며 최씨와 조카를 비롯해 폭로를 도운 정장식 무소속 후보 캠프 관계자 2명에 대해 '명예훼손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포항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민주통합당, 자유선진당, 시민단체가 한 목소리로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포항KYC,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성명을 내어 "상당기관에 내담하여 진술한 피해자 증언을 분석한 결과 우리는 이 사건이 희대의 파렴치한 범죄라는 인식에 뜻을 같이 한다"며 김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KBS 공채 6기 기자로 입사해 KBS 뉴욕 특파원, KBS 정치부장, KBS 시청자센터 시청자국장 등을 역임한 김형태 후보는 2003년 정연주 사장 체제의 KBS를 비판하며 사표를 제출한 뒤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하며 정치권으로 직행한 인물이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박근혜 언론특보단장직을 맡고 있다.

2003년 당시 김 후보는 시청자센터 시청자국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의 홈페이지(www.kht2030.net)에 'KBS가 표류하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려 정연주 사장 체제를 비판했다. 그는 이 글에서 "어떤 프로그램에서는 자기 구린 줄 모르고 남의 흠만 잡아 타 언론을 나무라니 누가 KBS를 곱게 보겠는가"라며 대표적 개혁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였던 <미디어포커스>에 직격탄을 날리는 등 정 사장 체제의 '개혁'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글이 나온 이후 당시 후배 기자들 사이에서는 "오래 전부터 정치권 진출을 생각하고 출마하려고 준비해왔다는 점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기회를 이용해 자기에게 유리한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분노는 물론 비참함과 연민을 함께 느낀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김 후보는 현재도 후보 홈페이지(kimht2030.iptime.org/) 경력 사항에 '좌파언론인 정연주 사장 반대 선언, KBS 자진사직'이라 적고 있다.

KBS 보도국의 한 기자는 "김형태 후보는 KBS에 몸 담았을 때부터 박근혜 의원에게 줄을 섰고, 그 끈을 이용해 결국 공천까지 따냈다"며 "KBS내의 전형적인 정치지향 기자였다"고 평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