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할 8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윤곽을 드러냈다.
신문 지면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검찰총장 시절부터 호평한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무고죄 강화' 공약을 만든 것으로 알려진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내정됐다. '출산 기피 부담금' 조선일보 칼럼으로 논란이 됐던 이창양 카이스트 교수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윤 당선자는 10일 오후 1차 조각 인선안을 발표했다.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지명됐다. 문체부 장관에 박보균 전 편집인, 여가부 장관에 김현숙 전 수석, 산업부 장관에 이창양 교수가 내정됐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정호영 경북대학교병원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로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이 지명됐다.
60대 초반 남성, 영남·서울대 출신이 대거 기용됐다. 30대 청년 장관 기용을 약속했던 윤 당선자는 인사 다양성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선거운동 과정에서부터 할당이나 안배는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서 "대한민국의 인재가 어느 한쪽에 쏠려있지 않기 때문에 지역·세대·남녀 다 균형있게 잡힐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윤석열 카톡 프로필' 띄웠던 문체부 장관 후보자
박보균 전 편집인은 지난해 8월 윤석열 캠프에 상임고문으로 합류한 이후 선거대책위원회와 선거대책본부에서 후보 특별고문을 맡았다. 현재 윤 당선자 특별고문을 맡고 있다. 1981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대기자, 전무 등을 역임한 30여년 경력의 언론인 출신이다.
박보균 전 편집인의 공식적인 퇴사 시점은 2018년 말경이지만 그는 지난해 2월 말까지 중앙일보 '대기자'로서 칼럼을 썼다. 2020년 12월 17일 칼럼 <윤석열의 '침착하고 강하게'>에서 당시 징계를 받고 있는 윤 총장의 카카오톡 프로필 'Be calm and strong'에 주목해 "그 구절은 신에 의존하지 않는 자의 말투"라고 했다. 박보균 전 편집인은 "윤석열은 그 글귀로 자신을 단련하는 것일까"라며 "‘문재인의 신세계’는 윤석열에게 거친 바다다. 그의 항해는 외롭다"고 적었다.
같은해 11월 19일 칼럼 <'김종인 훈육정치'의 그림자>에서 박 전 편집인은 "민심의 바람이 분다. '윤석열 현상'이 분출한다"며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의 제1야당은 민심의 분노를 낚아채지 못했고, '윤석열 현상'으로 그림자가 뚜렷해졌다고 했다. 같은 해 9월 24일 <'문재인 권력'의 결정적 욕망>에서는 "검찰은 권력 친위대로 재편됐고, 윤석열은 안에서 포위됐다"고 했다.
박보균 전 편집인이 윤석열 캠프 상임고문에 합류하자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이 과거부터 박 전 편집인의 신문 칼럼을 즐겨 읽었다"는 캠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폴리널리스트'(politician+journalist, '정치인'과 '언론인'의 합성어) 비판을 이어왔던 중앙일보는 박보균 전 편집인의 윤석열 캠프 합류는 비판하지 않았다.
무고죄 강화 공약…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 여론전' 주도
김현숙 전 수석은 경제학자 출신 정치인으로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례대표 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해 박근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등을 역임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원, 한국조세연구원 연구위원,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등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 윤석열 캠프 정책메시지 팀장으로 영입돼 현재 윤 당선자 정책특보로 활동 중이다.
김현숙 전 수석은 지난해 10월 윤 당선자가 발표한 '청년공약'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자 청년공약은 여가부 폐지, 성폭력특별법상 무고죄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무고죄 공약'의 경우 한국의 무고죄 처벌 형량이 이미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고, 성범죄 가해자가 무고죄를 통해 피해자를 옥죄는 현실을 외면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김현숙 전 수석은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성범죄에 한해선 무고의 형량을 좀 더 강화해야 한다는 청년들의 의견이 많았다"며 "성범죄 무고 피해자는 혐의가 벗겨진다 해도 명예훼손 등 위험성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일반 절도 같은 범죄와는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숙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 '노동개혁'을 주도하면서 언론 등을 통한 부적절한 여론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의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 조사 결과를 보면, 김현숙 전 수석은 고용노동부의 '노동시장개혁 상황실' 운영을 지휘하면서 예비비를 동원해 정부광고를 집행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혁 여론몰이를 한다는 비판을 피할 목적으로 정부 TV광고를 '협찬약정 방식'의 수의계약으로 체결했고, 이는 국가계약법과 국무총리 훈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광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대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당시 김현숙 수석이 협찬약정 방식 TV광고의 제작사 선정과정에서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특정 업체를 지정, 방송사가 위 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해당 광고를 제작하게 한 것은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숙 전 수석은 노동단체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보수청년단체를 활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는 "BH(청와대) 회의에서 김현숙 수석이 청년단체 동원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제시, 청년단체 관련 지시사항을 청년위원회 소속 공무원 또는 수석보좌관이 전달·집행한 것으로 파악"했다며 "김현숙 수석이 BH회의에서 야당의 정책비판 및 노동단체 압박을 위해 보수청년단체의 기자회견 등을 지시한 사실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김현숙 전 수석은 청와대 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홍보하기 위해 기사·전문가 기고·방송 등을 활용한 여론화 작업을 기획 지시하고 이를 집행하도록 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 매수행위'에 해당하는 기획기사 유료구매, 전문가 섭외를 통한 기고문 청탁과 언론지면 확보, '공정해고' 주제의 TV토론 추진 등의 행위가 적발됐다.
'출산 기피 부담금' 칼럼에 '이해충돌' 논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간사인 이창양 교수는 지난 2010년 12월 16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고문 <'출산 기피 부담금'>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교수는 해당 글에서 "개인의 선택에만 맡겨두면 저출산의 가속화는 피할 수 없다"며 "경제학적으로 접근한다면 경제력이 있으면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데 대해 부담금을 도입하는 것이 의미있는 정책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창양 교수는 "즉 건강이나 경제 사정 등 불가피한 경우 이외에 출산을 기피하는 세대에게 일종의 부담금을 물리는 것"이라며 "이는 개인의 출산 기피 행위가 사회적으로 해로운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를 갖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신은 출산을 기피하여 출산에 따른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출산 가정의 자녀들에게 노후 복지 등을 의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창양 교수의 이 같은 주장에 당시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출산을 하지 않으려 하는 부부에게 세금을 부과한다는 것은 너무나 기상천외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강인규 펜실베니아주립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오마이뉴스 기사 <애 안 낳을 거면 돈 내라?>에서 "주장의 오류가 한두 개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실현이 불가능한 발상이라는 데 있다"며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불가피한 사정'을 어떻게 입증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이창양 교수는 대기업 사외이사 경력으로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지난 8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이창양 교수는 LG디스플레이 사외 이사직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2019년 3월부터 LG디스플레이스 사외이사를 맡아 온 이창양 교수는 지난달 23일 재선임됐다. 그가 지난달 17일 인수위에 합류했다. 한겨레는 "특정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새 정부의 산업·통상·에너지 정책 틀을 짜는 경제2분과 인수위원으로 일한 셈"이라고 보도했다.
10일 한겨레는 이창양 교수가 지난 2009년부터 13년동안 TCK·SK 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3개 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약 8억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창양 교수가 이사회에 올라온 안건 총 285개 중 수정 의견을 낸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며 '거수기' 역할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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