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에 진짜로 힐링이 필요한 게스트가 출연했다. 구설수의 아이콘 신은경. 최근까지 양악수술로 호된 여론의 철퇴를 맞은 바 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의 입에서 나온 양악수술의 이유에는 차마 웃지 못할 뼈아픈 이유가 있었다. 다른 성형수술과 달리 죽을 수도 있다는 대단히 위험한 양악수술로 신은경이 원했던 것은 미모가 아니라 차라리 주술 같은 것이었다.

관상학적으로 얼굴에서 초년복, 청년복, 중년복 등을 따지는 부위에서 수술 받은 곳이 중년복에 해당하는 지점이라고 한다. 그곳을 짧게 줄여서라도 지긋지긋한 중년을 빨리 지나고 싶었다는 말을 우리가 기억하는 톱배우 신은경에게서 들을 거라 상상할 수도 없었다. 물론 그것만이 수술의 이유는 아니었지만 최악의 최악으로 몰린 명성 있는 배우의 마지막 몸부림이 느껴지는 짠한 대목이었다.

사실 중년의 여배우가 양악수술을 하면서 오해와 루머를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돈을 받고 수술했다는 루머는 시쳇말로 신은경을 두 번 죽이는 잔인한 악성루머였다. 그만큼 신은경이 돈이 궁했기 때문에 더욱 잔인하고 패륜적인 루머였다. 이에 대해 신은경은 “양악수술은 죽을 수도 있는데, 목숨 값을 얼마나 받아야 할까요?”라고 반문했다.

여자가 지켜야 할 삼종지도라는 말이 있다. 어려서는 아버지, 결혼해서는 남편 그리고 늙어서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은경에게는 삼종지도 대신에 세 남자로 인해 짊어져야 하는 빚이 있었다. 어린나이부터 연기자로 활동했었고 CF를 찍을 시간이 없어서 광고를 받지 못했을 정도로 바빴다면 부는 당연히 따라왔을 것이다.

그러나 신은경이 번 모든 돈은 고스란히 부친의 빚을 가리는 데 탕진해야 했고, 심지어 촬영장까지 채권자들이 찾아오는 여배우로서는 치명적인 상황까지 겪어야 했다. 그래서 스물다섯이란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기도 했지만 신은경을 괴롭히는 팔자는 결혼에도 작용했다. 소속사 대표와 결혼했던 신은경은 남편의 부도로 말미암아 또 다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빚만 얻은 것이 아니었다. 남편의 부도는 또 다른 면에서 치명적이었다. 이미 드라마에 출연키로 되어 있었던 신은경에게 돈을 떼먹고 도망갔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당연히 그런 상태로 드라마 출연은 불가능한 상태여서 신은경은 남편에게 사실을 밝혀달라고 했지만 워낙 궁지에 몰린 남편은 그럴 여력이 없었던 것 같다.

결국 신은경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한 남편에게 크게 실망하게 되어 이혼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됐다. 그 일로 인해 주거도 없이 떠돌다가 지명수배까지 당하며 여배우로서 정말 마지막까지 몰리게 됐다.

딸은 아버지 닮은 남자를 만난다더니 옛말이 새삼 무섭게 느껴진다. 그렇게 아버지와 남편에게서 무거운 빚을 물려받았지만 신은경의 불행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4년 정도의 결혼 생활에 얻은 유일한 행복일 수도 있는 아들이 생후 10개월쯤에 갑자기 뇌수종이란 병을 얻어 정상적인 아이들처럼 자랄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된 것이다.

보통의 여자라도 운명이 이쯤 괴롭히면 죽거나 최소한 미치기라도 할 것만 같다. 거기다 일정한 주거도 없이 떠도는 톱여배우의 입장이라면 이 고통과 절망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다. 그렇지만 신은경은 지금 남은 빚을 갚기 위해 50부작 드라마가 절실하다고 작품 구걸을 할 정도로 절박하다.

그러면서 아홉 살의 나이에 두 살 정도의 지능을 가져서 온통 하자뿐인 아들이 부모의 모자람을 알지 못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끝까지 신은경이 안쓰러웠던 것은 힐링캠프 막바지면 등장하는 힐링 서프라이즈에 신은경의 세 남자 중 누구도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신은경은 전에도 앞으로도 그 스스로를 추슬러야 할 팔자인가 보다 했다.

그런 신은경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떠오른다. 탤런트 박원숙이 눈물로 쓴 수필 “열흘 운 년이 보름은 못 울어?”이다. 제목만으로도 신은경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힘내라고 신은경의 연기를 진정으로 좋아하는 팬의 마음도 전하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