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우승후보 삼성을 상대로 고전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으며 12년 만에 개막 2연승을 거뒀습니다. 김기태 감독의 뚝심 있는 투수 교체와 타자들의 집중력 덕분에 LG는 연승했는데 이면을 찬찬히 뜯어보면 세 가지 키워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포수 심광호입니다. 개막전 포수로 일찌감치 예고된 심광호는 이틀 연속 안정적인 리드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습니다. 개막전 경기 후반이나 개막 이튿날에는 조윤준, 유강남 등 젊은 포수가 기용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2경기 18이닝을 모두 소화했습니다.

놀라운 것은 평소 타격에 취약해 8번 타순에 배치된 심광호가 개막전에서 4타수 2안타의 멀티 히트를 기록하더니 개막 이튿날에는 8회초 무사 2, 3루의 결정적인 기회에서 좌익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이자 결승 타점을 기록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 단 1타점에 그쳤지만 올 시즌에는 결정적인 순간에 첫 타점을 얻었습니다. 이적한 조인성의 공백을 메우며 심광호는 개막 2연전에서 6타수 2안타 타율 0.333 1타점으로 기대 이상을 활약을 선보였습니다.

둘째, 장타입니다. LG는 장타와는 거리가 먼 팀 컬러를 지니고 있지만 개막 2연전에는 장타로 2경기를 모두 쓸어 담을 수 있었습니다. 개막전에서는 1회초 1사 1, 3루, 2회초 2사 1, 2루의 득점권 기회를 살리지 못하며 초반 답답한 흐름을 이어갔습니다. 만일 3회초 무사 만루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면 LG는 초반 분위기를 삼성에 넘겨줄 수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득점하기 힘들다는 무사 만루에서 주장 이병규의 방망이는 삼성 선발 차우찬의 초구 높은 직구에 날카롭게 돌았고 그대로 타구는 오른쪽 담장을 넘어갔습니다. 이병규는 개막전 선취점이자 결승 타점을 기록하며 프로야구 통산 7번째 개막전 만루 홈런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 역대 개막전 7번째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된 이병규ⓒLG트윈스 홈페이지
이튿날에도 LG의 장타는 결정적인 순간에 터졌습니다. 8회초 무사 1루에서 김일경이 우측 담장을 직격하는 큼지막한 2루타로 무사 2, 3루의 선취 득점 기회를 만든 것입니다. 호투하던 삼성 선발 장원삼은 의외의 장타에 흔들렸습니다. LG는 심광호의 희생 플라이로 선취점을 얻은 뒤 오지환이 다시 좌중간을 가르는 적시 3루타를 터뜨려 2:0으로 달아났습니다. 결국 장원삼은 강판되었고 이어 권혁이 올라왔지만 이대형이 중전 적시타로 오지환까지 불러들여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 하위 타선에서의 장타 2개가 경기 향방을 가른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LG가 개막 2연전에서 얻은 장타 3개가 모두 득점과 연결된 반면, 이승엽, 최형우 등 장타력이라면 내로라하는 삼성은 6:0으로 뒤져 사실상 승부가 갈린 개막전 6회말 터진 박석민의 솔로 홈런을 제외하고는 단 한 개의 장타도 기록하지 못했다는 사실입니다. 장타는 원한다고 터지는 것이 아니지만 LG는 개막 2연전에서 고비마다 장타로 승기를 잡았습니다.

셋째, 선발 투수입니다. LG는 스토브 리그에서 불미스런 일로 두 명의 젊은 선발 투수를 잃고 지난 시즌 11승 투수 리즈를 마무리 투수로 돌리며 믿을 만한 선발 투수는 주키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주키치는 개막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에이스답게 호투하며 선발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다음날에는 깜짝 선발 좌완 이승우가 4.2이닝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잠재웠습니다. 시범 경기에서의 삼성전 호투로 정규 시즌 개막 이튿날 선발로 낙점된 이승우는 비록 5이닝을 채우지도, 승리 투수가 되지도 못했지만 이름값에서 한참 앞서는 삼성 선발 장원삼에 맞서 초반 흐름을 대등하게 이끌어가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만일 이승우가 초반에 실점했다면 최강의 필승 계투조를 지닌 삼성을 상대로 LG는 결코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야구는 역시 선발 투수 싸움이라는 사실을 주키치와 이승우의 호투가 입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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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8일 LG:삼성 - 김기태 감독 뚝심 빛난 LG 2연승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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