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톱4에 여성 출연자만 올려놓기가 어색했을까? 이미쉘이 그간의 생방송 무대 중 가장 뛰어난 노래를 불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톱4을 목전에 두고 무릎을 꿇었다. 이미쉘의 톱4 좌절은 이변이면서도 동시에 충분히 예견됐던 결과라는 점에서 씁쓸한 일이었다. 이변이면서도 이변이 아닌 이유는 바로 이승훈 때문이다.

호평을 받은 이미쉘과 혹평에 가까운 평가를 받은 이승훈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의 점수 차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점이다. 이미쉘은 마침내 노래에 감정을 싣는 데 성공했다는 공통된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점수는 세 심사위원 모두 90점씩을 주었다. 100점짜리 무대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호평에 어울리는 점수는 아니었다.

이승훈이 잘 하지 못하더라도 이미쉘이 떨어지고 이승훈이 올라간다는 전망이 파다했기 때문에 이미쉘의 점수가 비교적 낮게 나왔을 때 이미 탈락을 예감한 사람도 많았을 것이다.

싸이의 챔피온을 들고 나온 이승훈의 퍼포먼스는 특별하지 못했다. 심사위원 모두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아주 형편없었던 것 또한 아니다. 그렇지만 이승훈의 챔피언이라기보다는 싸이 대신 무대에 선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전혀 신선하지도 않았고, YG 아티스트 이름을 연결시킨 랩 가사는 재미는 있었지만 역시나 이승훈의 이야기가 될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보아는 “자신의 무언가의 스토리가 없으면 무대가 그냥 정신이 없는 것 같다”면서 시종 피곤한 표정으로 평을 했다. 박진영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딱딱하다”면서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게 티가 많이 났다”고 역시나 혹평을 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보아나 박진영 모두 혹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점수는 똑같이 88점을 주었다. 호평을 한 이미쉘에게 90점을 준 것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수였다. 그러나 보아나 박진영은 차라리 양반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양현석이었다.

양현석도 “보아 씨, 박진영 씨 한 얘기가 정확하다” 좋은 평가를 할 수 없는 무대였음을 인정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양현석은 이어서 “그렇지만 일주일 내내 이승훈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다 지켜봤기 때문에 좀 가산점인 2점을 더 줬다”며 90점을 줬다. 오디션 점수가 엿장수 맛봬기 떼주는 것도 아니고 고생했다는 것이 가산점이 이유라니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물론 이승훈이 다른 출연자들에 비해 할 일이 더 많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렇다고 가산점을 줘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디션 그것도 결승에 가까워질수록 출연자들의 일상은 지옥 같았을 것이다. 당락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내면서 새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해내기 위해 목이 터져라 연습하고 또 연습할 것이다.

그 시간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럽지만 오디션 참가자로서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인 동시에 그들만이 누리는 특권이락 할 수 있다. 양현석의 고생 운운한 발언과 가산점은 다른 출연자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행동이었다.

차라리 아무 말 없이 90점을 주었다면 몰라도 고생 운운하며 가산점이라 밝힌 것은 YG 트레이닝을 받은 이승훈에 대한 자기 식구 감싸기에 불과하다. 양현석이 이승훈을 아끼는 마음까지를 비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을 상대로 한 오디션에서 보여서는 안 될 편파적인 태도였다.

또한 마지막 발표에서 박진영은 “시청자들의 선택에 의해서”라는 단서를 붙였는데, 심사위원 자신들이 이미쉘과 이승훈의 점수차를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시청자 탓으로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 격의 책임회피일 것이다. 박진영은 혼혈 차별을 겪은 이미쉘을 격려하는 말을 나중에 하기도 했는데, 말의 위로에 앞서 엄정하고 바른 심사를 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참가자들의 당락은 대중의 투표와 심사위원의 고유권한인 채점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해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미쉘과 이승훈의 별 차이 없는 점수 차와 어이없는 가산점은 K팝스타에 대한 신뢰에 치명상을 입게 했다. 또한 열심히 하는 이승훈에게 안티만 늘려주는 결과를 낳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