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주장 이병규의 결승 만루 홈런과 에이스 주키치의 호투에 힘입어 개막전에서 삼성에 6:3으로 승리했습니다.

LG의 초반 흐름은 좋지 않았습니다. 제구가 약점인 삼성 선발 차우찬을 상대로 1회초부터 2이닝 연속으로 두 명의 주자가 출루하며 기회를 얻었지만 선취 득점에 실패한 것입니다. 2회말 선두 타자 채태인의 안타 이후 LG 내야진이 두 타자 연속 땅볼 타구를 병살로 연결하지 못해 이닝을 종료시킬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 역시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선발 주키치는 2회초까지 침착하게 무실점 처리하며 초반 분위기를 삼성에 넘겨주지 않았고 6이닝 5피안타 1실점으로 호투하며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 역대 개막전 7번째 만루홈런의 주인공이 된 이병규ⓒLG트윈스 홈페이지
결국 3회초 터진 이병규의 우월 만루 홈런으로 LG는 기선을 제압할 수 있었고 이것이 결승점이 되었습니다. 주장 이병규는 답답한 팀 타선의 흐름을 일거에 해소하며 초보 사령탑 김기태 감독에게 개막전에 데뷔 첫 승을 선물했습니다. 30년 전인 1982년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도 LG의 전신인 MBC 청룡은 이종도의 결승 만루 홈런으로 삼성에 승리한 바 있습니다.

수훈갑은 이병규와 주키치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타선의 흐름을 연결한 최고령 선수 최동수도 돋보였습니다. 1회초에는 1사 1루 0B 2S의 불리한 볼 카운트에서 7구까지 끌고 가며 볼넷으로 출루해 차우찬을 괴롭혔고 3회초에는 무사 1루에서 우전 안타로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며 이병규의 만루 홈런에 다리를 놓았습니다. 평소 최동수가 끌어당기는 타격으로 일관한다는 선입견과 달리 밀어 치는 타격으로 진루타를 다분히 의식한 것입니다. 4회초에는 1사 2, 3루에서 몸쪽으로 들어오는 공을 피하지 않고 맞아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해 정성훈의 2타점 쐐기타로 연결시켰습니다. 좌타자에 편중된 LG 타선의 약점을 감안하면 최동수가 2차 드래프트로 친정팀 LG에 복귀하지 않았다면 과연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이었습니다. 오늘 경기의 최동수처럼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의욕만 앞세우기보다 동료를 믿고 출루를 우선하는 팀플레이가 올 시즌 약체로 평가받는 LG에 절실합니다.

승부처였던 8회말 투수 교체는 아쉬움과 만족이 교차합니다. 7회말 삼성의 하위 타선을 상대로 우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드는 공을 앞세워 호투하던 우규민은 8회말 상위 타선을 맞이하자 흔들렸습니다. 선두 타자 배영섭을 상대로 3B 0S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출발한 끝에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낸 것이 2실점의 화근이었습니다. 대타 우동균을 범타 처리했지만 이승엽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했는데 사이드암 우규민이 좌타자를 2명 연속 상대하는 것은 부담스럽기에 이승엽의 타석에서 이상열을 올리는 편이 나았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상열이 만족스러웠던 것도 아닙니다. 이상열은 3명의 타자를 상대하며 우규민이 출루시킨 주자들을 모두 홈을 밟게 했는데 좌타자 2명을 상대로 모두 안타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불안했습니다. 필승 계투진에서 가장 중용되는 좌투수 답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6:3으로 쫓기는 2사 1, 3루에서 한희를 등판시킨 교체는 만족스러웠습니다. 최악의 경우 홈런을 허용하면 동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부담스러운 등판이었지만 한희는 우규민, 이상열과 달리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으며 유리한 볼 카운트로 끌고 간 끝에 대타 김헌곤을 범타 처리하며 불을 껐습니다. 2사 1, 3루에서는 마무리 리즈를 등판시킬 수도 있었지만 한희로 대신한 것은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 처음 마무리 투수로 전업한 리즈가 가급적 편안한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도록 코칭스태프에서 배려함과 동시에 그만큼 한희를 믿었다는 의미인데 LG 불펜에서 내국인 우완 투수 중 사실상 유일한 강속구 투수인 한희는 기대를 충족시키며 홀드를 챙겼습니다. 차후 한희는 리즈의 앞을 지키는 프라이머리 셋업맨으로 중용될 듯합니다.

리즈는 넉넉한 3점차를 안고 9회초 등판해 강속구를 내세워 삼진 2개 포함 3자 범퇴로 경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주자가 있는 상황이나 박빙의 리드 상황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 시에는 어떤 내용의 투구를 선보일지 미지수이나 오늘 경기만큼은 깔끔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 삼성을 상대로 LG가 원정 개막 2연전에서 1승이라도 챙길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다행히 개막전에서 승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습니다. 내일 경기에서는 좌완 이승우가 깜짝 선발 등판해 장원삼과 맞대결을 펼치는데 팀이 1승을 안고 있는 만큼 홀가분하게 임한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