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크쇼가 대세다. 그래서 또 생겨난 것이 고현정이 중심이 된 고쇼(Goshow)다. 예능도 잘 나오지 않던 고현정이 토크쇼 메인엠씨를 한다는 것에 대한 불안 때문인지 아니면 요즘 대세대로 엠씨를 여럿 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현정 옆에는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이 포진됐다. 아무리 자기 이름을 내 건 토크쇼라 할지라도 숱한 예능전쟁터에서 생존한 예능고수들을 뚫고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기가 결코 쉽지 않을 거란 감이 온다.
보통 이런 파격적인 시도에는 기대 반 우려 반이란 말을 하게 되는데 결과는 우려한 쪽이었다. 미실 고현정이라 할지라도 토크쇼 메인엠씨는 결코 녹록한 자리가 아니었다. 고현정은 토크쇼를 진행할 엠씨로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한다면 자주 비쳐지던 방청객과의 역할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았다.
결국 틈나면 치고나오는 윤종신, 정형돈, 김영철에 밀려 고현정은 게스트들에 대한 반응만 눈에 띌 뿐이었다. 오히려 게스트보다 진행을 더 못했다. 그것은 토크쇼가 전반적으로 산만해질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심지어 자리배치도 윤종신 다음에 앉아 있다가 어색했는지 후반에 가서야 고현정이 게스트 방향으로 첫 자리에 앉기도 했다. 제작진도 당황했음이 보이는 대목이다.
그러나 고쇼가 해결해야 할 진짜 문제는 토크쇼의 정체성이다. 요즘 주춤하고 있는 놀러와는 차치하고 후발주자로서 잘 나가고 있는 승승장구나 힐링캠프가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는 것은 아무리 예능이라 할지라도 진정성 있는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승승장구에는 눈물포인트가 있다고 할 정도로 게스트의 솔직한 자기고백은 요즘 토크쇼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승승장구도 아니고 힐링캠프도 아닌, 고쇼만의 공감 콘텐츠를 창출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해결할 점은 서브엠씨와 고현정과의 조율이다. 서브엠씨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 셋 모두 웃겨야 사는 남자들이다. 그 치열한 따먹기 전쟁에 고현정을 앉혀 놓은 것부터가 무리수였다. 한 명 정도는 다른 색깔의 엠씨여도 좋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리 미실 고현정이라 할지라도 예능에는 이제 발을 떼기 시작한 초보일 뿐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속담도 있듯이 고현정 쇼는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고쳐야 할 점, 갖춰야 할 점들이 너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실 고현정에 대한 기대는 쉽게 접을 수 없는 강한 유혹이다. 또한 여성 메인엠씨라는 실험대에 오른 고현정이기에 반드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시청자도 한마음일 것이다. 고현정의 색깔, 고현정의 카리스마가 살아날 수 있는 포맷을 찾아내기를 바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