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방송사 외주 작가·PD들이 카타르 월드컵과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프로그램 결방에 따른 임금 미지급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외주 작가·PD 95.6%가 프로그램 결방으로 임금을 받지 못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4일 올림픽 기간 프로그램 결방으로 인한 임금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월 16일부터 23일까지 외주 작가·PD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결방된 프로그램 90%가 지상파 3사 프로그램이었으며 결방 통보 시점은 한 달 전부터 4일 전까지 일정하지 않았다. 결방 기간의 70%가 2주, 11.1%가 3주 이상이었다. 결방 프로그램 대부분(62.2%)은 1주일 간격으로 방송되는 프로그램이며 2주 이내는 26.7%를 차지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가 지난 2월 16일부터 23일까지 외주 작가, PD 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지.

결방 기간 51.1%는 일을 쉬었다고 답했다. 방송 비축분을 제작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8.9%였으며 쉬지 않고 기획안을 작성하거나 다른 업무를 지시받았다는 응답은 20%였다. 결방 동안 임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95.6%로 압도적이었으며 2명만 절반을 받았다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외주 작가·PD 전원은 “올해 계획된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때도 결방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결 방안으로 ‘기본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으며 '방송 회차별’로 받는 시스템을 ‘월급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방송사 사정으로 정규방송이 결방된 것이니 위약금 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희망연대노조 방송스태프지부는 “결방 시 임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2021년부터 지속해서 문제 제기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며 “이는 방송제작현장의 불공정거래로 고착된 오래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 7월 20일 방송스태프지부는 KBS, MBC, SBS, JTBC에 ‘도쿄올림픽 및 방송사 결방으로 인한 작가·PD 임금지급·생존권 보장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에 방송스태프지부는 국민권익위에 불공정거래 개선을 호소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와 사건을 이관받은 문화체육관광부, 고용노동부는 문제의 핵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방송스태프지부로부터 비판받았다.

방송스태프지부는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결방 시 임금 미지급 문제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와 두 차례 면담을 진행했다. 이후 방통위는 ‘동계올림픽 실시에 따른 결방 프로그램 현황 조사’를 계획했으나 방송사의 거부로 무산됐다. KBS는 ‘방송독립의 자유’를 이유로 답변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사 사정으로 올림픽과 같이 2~3주 특별편성이 이뤄지면 외주 작가·PD들은 기존의 절반 혹은 25%의 임금을 받는 등 생계 위협에 놓인다”며 “외주 작가·PD는 벌써 결방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스태프지부는 방송사와 방통위에 월드컵·아시아게임이 시작되기 전 외주 작가·PD의 결방 시 임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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