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카메라를 몰래 들여와 재소자를 인터뷰했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와 촬영감독이 대법원으로부터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재판장 노정희)은 지난달 31일 2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민철 SBS PD와 촬영감독은 2016년 ‘위계공무집행방해’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었다.

2015년 9월 5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대한민국에 정의를 묻다 1부 담장 위를 걷는 특권' 화면 갈무리. 기사 내용과는 무관합니다. (사진=SBS)

대법원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에 대해 “단순히 공무원의 감시·단속을 피해 금지규정을 위반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 행위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피고인이 금지규정을 위반하여 감시·단속을 피하는 것을 공무원이 적발하지 못했다면 이는 공무원이 감시·단속이라는 직무를 소홀히 한 결과일 뿐 위계로 공무집행을 방해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관리자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는 건조물에 관리자 승낙을 받아 들어갔다면, 승낙의 의사표시에 하자가 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관리자의 승낙이 있었으므로 가정적·추정적 의사는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단순히 승낙의 동기에 착오가 있다고 해서 승낙의 유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관리자가 행위자의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사정이 있더라도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대법원은 “피고인들은 접견신청인으로서 서울구치소의 관리자인 서울구치소장으로부터 구치소에 대한 출입관리를 위탁받은 교도관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서울구치소 내 민원실과 접견실에 들어갔으므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평온상태를 해치는 모습으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수용 중인 재소자를 취재하고자 명함지갑 모양으로 제작된 녹화 장비를 몰래 소지하고 서울구치소 접견장에 들어갔다.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최민철 PD는 4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검찰 기소 이후 판결이 나올 때까지 교도소 취재가 불가능했다”며 “재판이 걸려있다 보니 취재를 하려면 교도소의 편의에 따라야만 했고, 교도소 측은 안녕과 질서를 유지한다는 논리로 취재 자유를 위축시켰다”고 말했다.

최 PD는 “SBS는 기소 초기부터 타 언론사와 다르게 대응해왔고, 이번 판결은 남아있는 외주 PD(궁금한 이야기 Y) 판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니 중요했다”며 “감사하게도 좋은 결정이 나왔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SBS 법무팀 변호사는 “SBS는 처음부터 내부적으로 강경 대응방침을 밝혀왔다”며 “교정국과 검찰은 교정기관의 공무가 방해되었다고 하나 재소자의 범법행위와 관련된 면회를 하는 것이 왜 교정시설의 안전과 질서를 침해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저희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교정국이 교정시설 취재에 대해 그토록 예민하고 보안이 문제가 된다면 방송사와 언제든 다양한 경로로 협의하고 개선해 나갈 의사가 있는데, 돌연 PD 개개인을 명백한 법규정도 없이 일반 형법에 억지로 짜 맞추어 무분별하게 고발, 기소까지 하는 것은 공소권 남용이자 권력 남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2016년 검찰은 몰래카메라를 사용해 재소자를 인터뷰한 SBS·MBC PD들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와 ‘건조물 침입’ 등의 혐의로 무더기 기소했다. 기소된 PD들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보이스피싱’ 편(2015년 8월 방송)을 연출한 본사 PD 1명, SBS <궁금한 이야기 Y>의 ‘K5 도난사건’, ‘순천 초등생 인질극 사건’ 편을 제작한 독립 PD 3명, MBC <리얼스토리 눈>의 ‘두 여자는 왜 1인 8역에 속았나’, ‘시흥 아내 살인사건’ 편 등을 제작한 독립 PD 6명이다.

이에 대해 당시 한국PD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취재 과정에서 PD들의 무리한 행동이 있었다 하더라도 무더기 고발이라는 초강수로 PD들을 겁박하는 것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며 “일각에서는 <그것이 알고 싶다> 1000회 특집에서 교도행정의 투명성을 촉구하고 재소자의 인권 신장을 요구한 데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해 11월 MBC <리얼스토리 눈> 제작에 참여한 독립 PD들은 각각 300만 원(2명), 200만 원 (1명), 100만 원(1명)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듬해 7월 검찰은 최민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에게 징역 10개월과 집행유예 2년, 촬영감독에게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구형했다.

이에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검찰이 무리한 기소와 구형을 통해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이를 언론을 적대시하고자 하는 검찰의 권력 남용으로 규정하며 이에 엄중히 항의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2017년 9월 1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 4단독)와 2018년 8월 2심 재판부(서울남부지법 2형사)는 <그것이 알고 싶다> PD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궁금한 이야기 Y> PD들은 1심에서 각각 300만 원, 200만 원,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 받았으며 2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들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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