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을 맞이해 신문협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신문사 사주의 세습 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제기돼 주목된다.

▲ 왼쪽부터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홍석현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신문협회(회장 김재호)와 언론학회(회장 윤영철)은 신문의 날(7일)을 맞이해 '신문의 가치와 신뢰회복'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5일 공동 개최했다.

'신문의 가치와 신뢰회복을 위한 한국형 저널리즘 모델의 성찰'을 주제로 발제를 맡은 이재경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신문 본연의 가치인 '저널리즘', '뉴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주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오늘의 신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재경 교수는 이어 "적어도 사회적으로 주목을 받을 만한 저널리즘의 원칙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신문 사주는 특히 민주화 이후 최근 20여년 동안 기억해내기 어렵다"라며 "더 걱정되는 요인은 주요 신문에서 진행되는 소유권 승계 움직임"이라고 밝혔다.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중앙미디어네트워크 홍석현 회장,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등 신문업계를 독점하고 있는 3개 신문사가 모두 '세습'을 통해 사장직을 맡고 있는 현실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은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신문협회의 회장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이재경 교수는 "신문의 가치를 투철하게 인식하고 존중하던 창업자가 회사를 2세, 3세에게로 넘기며, 신문에 대한 가치관은 실종되고, 신문사에 대한 재산권만 상속되는 느낌"이라며 "신문의 신뢰는 어떤 의미에서는 기자에 대한 신뢰보다 사주에 대한 신뢰가 더욱 중요하다. 경영자가 어떠한 원칙을 가지고 있는가가 취재와 편집, 경영의 관계를 구조적, 장기적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재경 교수는 "뉴욕타임스는 신문 저널리즘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지난 10여년 간 주가가 3분의 1로 떨어지는 과정에도 거의 감원을 실시하지 않았다"며 "역설적으로 각 지역에 소유하고 있던 방송사들을 모두 팔아 신문에 재투자했다"고 강조했다.

"설즈버거 회장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경영원칙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뉴욕타임스의 퀄리티 저널리즘을 어떠한 대가를 치루더라도 지켜내겠다는 내용이었다"며 "안타깝지만 한국 신문업계에서는 이러한 사주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재경 교수는 이어 "요즘 같은 격동기에 한국 신문이야말로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그를 실천하는 사주의 존재가 절실히 필요하다"며 "그러한 사람의 제대로 된 비전을 자신의 신문 기자들과 사회가 공유할 수 있으면, 신문의 신뢰회복은 물론 우리 사회의 선진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이날 행사에 대해 6일 <"민주주의 지키는 데 신문만한 매체 없어"> 기사를 통해 사주에 대한 비판적 문제제기 보다는 "신문을 포기하거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잘못이다"는 내용을 주요하게 전달했다.

동아일보는 <신문의 날 기념 '신문의 가치…' 토론회>라는 제목으로 사진 기사만 게재했으며, 중앙일보는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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