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가정사입니다. 철저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공간에서의 일이고 마땅히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하는 영역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못합니다. 아니, 그렇게 하기 힘듭니다. 한 사람의 이혼에 이렇게나 많은 관심이 몰리게 만든 것은 그 누구의 탓도 할 수 없거든요. 그녀 그리고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자초한 잘못된 방향과 행동과 결정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주 처절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자신들의 동료에게 경고를 던진 셈이죠.

개그우먼 조혜련이 남편과의 오랜 결혼 생활을 접고 합의 이혼했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에 체류 중이며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한다는군요. 개인에게 불행한 결과이고, 서로의 선택을 존중해 주어야 하고, 이런 결정에 대해 어떠한 제 3자의 평가나 참견이 개입되는 것은 아무런 가치도 의미도 없는 일입니다. 자신의 인생이니 그 누구보다도 신중하게 결정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도 전적으로 본인의 몫입니다. 그냥 그렇게 됐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죠.

그런데 이런 개인사를 넘어서 분명히 지적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왜 우리는 이런 연예인들의 사생활이 톱기사에 오르내리고 그에 대해 각종 평가를 하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많은 할 일 없는 이들의 쓸데없는 참견 때문에? 아니면 나름의 공인이라는 굴레를 적용하며 철저히 공개된 삶을 강요받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저는 이런 모든 이유들, 피해자로서 대중의 눈치를 보며 숨죽이며 살아간다는 연예인의, 피해자로서의 한탄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치게 집요하고, 과도하게 세밀하고, 쓸데없이 강요하는 일부 사람들과 언론의 시선이 이들의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거든요.

하지만 이들의 하소연 뒤에는 이번 조혜련의 경우처럼 자신들이 자초하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우리가 이들 연예인들에게 사랑과 애정, 관심을 주는 이유는 그들의 재능 때문입니다. 웃기는 사람이건,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건, 연기하는 사람이건 간에 그 핵심은 재능과 가능성, 노력과 열정입니다. 그러나 이른바 조혜련 류의, 본인이 사람으로서 겪는 수많은 관계와 경험들을 맨살 그대로 드러내며 그것 자체를 대중의 구경거리로 공개하는 고약함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제가 누누이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스스로가 자신의 사생활 따위는 보호받을 필요가 없다고 선언하는 어리석은 자학이죠.

그가 누구이냐, 어떤 사람이냐, 얼마나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노력했느냐의 여부가 아니라 그저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 어떤 아이의 아버지 엄마냐, 혹은 어떤 유명인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가족과 친구의 구경거리화.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까지도 화제로 만들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얻어 보려 거침없이 공개하는 뻔뻔함. 자기 자신이 보호하려고 하지 않는 사생활을 다른 이들에게 존중해달라고 주장해봐야 아무런 설득력을 가지지 못합니다. 조혜련은 너무나 자주 자신의 내밀한 삶의 일부분을 공개했고, 남편과 아들을 방송에 참가시키며 이야기를 풀어 나갔으며, 가족의 갈등도 문제도 너무나 손쉽게 털어 놓았습니다. 손가락질을 감수하며 그런 소중한 가치와 공간을 스스로 공개한 것입니다.

비단 그녀뿐만이 아닙니다. 조혜련의 이혼 소식이 알려지고 많은 이들이 웅성거리며 뒷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방송에서는 자신들의 부부 관계 속 문제들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이 겪은 일들을 자랑스럽게 꺼내 놓고 역경과 고난이 있었지만 이 모든 것들을 극복했다고 자랑하기도 합니다. 실제 그 삶이 얼마나 곪고 있고, 안으로는 어떤 어려움이 있든지 우선은 포장하고 드러내고 설명합니다. 남편이, 자식이, 친구가 동원되고 소재가 되고 웃음거리가 또는 눈물과 감동의 이유가 됩니다.

그래서 그 결과는 무엇인가요? 물론 조혜련과 그 가족의 문제를 지나치게 확장하고 무리하게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사정은 있는 것이고 그 모두가 존중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한 가지 사실은 존중받고 싶다면 스스로 존중하라는 것, 보호받고 싶다면 스스로 보호하려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있는 대로 다 까발려놓았다면, 그것 때문에 생기는 상처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죠. 제 살을 파먹으며 대중의 관심을 유지하는 동료들에게 던지는 가장 잔인하지만 정확한 경고. 곧 그들도 울게 될 눈물을 미리 흘리는 조혜련의 이혼과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에게 이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녀는 하나의 잔혹한 예시일 뿐이에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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