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조 파업으로 10주째 결방한 무한도전이 파업특별판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찾아왔다. 김태호 PD는 단순한 안부인사라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10주를 거른 무한도전 팬들에게는 안부가 안부일 수도 없을 지경인데 20분가량 방송된 특별판은 오랜 갈증을 채워주기에 충분한 웃음과 열정이 가득했다.

무한도전 멤버들의 제멋대로 그러나 제대로 웃겨주는 난장판을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무한도전만의 눈에 쏙 들어오는 촌철살인 자막을 다시 보는 것도 크나큰 재미였다. 무한도전 파업특별판을 장식한 자막의 백미는 정형돈에게서 나왔다. 간만에 무한도전을 외치고 왠지 짠해지는 멤버들은 에피소드가 중단된 하하와 노홍철 대결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결과를 말해도 되냐며 김태호 PD에게 물어본다면서 유재석이 다가가자 뒤를 따른 정형돈이 다짜고짜 김PD에게 “앨범 냈더라? 리드싱어로 해가지고?”하면서 특유의 진상을 시작했다. 그러자 유재석이 정형돈이 입고 있던 트레이닝 복 지퍼를 끝까지 올리자 마치 목 없는 사람처럼 얼굴까지 가려졌다. 그때 나온 자막이 ‘진상봉인’이었다.

구구한 설명 필요 없이 이 얼마나 간명하면서도 개그를 더 살려주는 촌철살인의 자막이란 말인가. 상황이 잘 살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 챈 정형돈은 특유의 진상짓을 즐겁게 했고, 유재석도 덩달아 유쾌해져서 누가 시키지도 않은 메뚜기춤을 추며 행복해 했다. 그때 나온 자막은 “이렇게 얼굴만 봐도 좋은 것을...”이었다. 더 이어진 자막은 없었지만 김PD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무한도전의 속풀이 뉴스는 계속 됐다. 무한도전이 아니라 무한상사가 만든 유재석TV의 무한뉴스 형식으로 만들어진 특별판은 멤버들의 근황을 전하는 내용이었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멤버들도 많이 힘들어진 것은 분명했다. 특히 무(無)리한 스케줄로 공중파 스케줄이 해피투게더 밖에 없는 박명수의 개점휴업 상태는 주2일 근무로 연명하고 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깨알 같은 일화를 소개했는데 과연 박명수다운 이야기였다. 해피투게더와 손바닥TV밖에는 공중파 스케줄이 없는 박명수, 그래서 코디를 일주일 만에 해피투게더 녹화현장에서 만났다고 한다. 박명수가 코디에게 요즘 일 없는데 월급 다 받을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참 어려운 말을 쉽게 하는 박명수다. 그러나 압권은 코디의 대답이었다. “일 많을 땐 더 줬어요?”

천하의 독설 박명수의 말문이 막히게 한 코디의 이 우문현답이 통쾌했다. 그리고 이어진 박명수의 이사소식에 ‘혐오시설 이전 방배주민반대’는 웃기자면 웃긴 대목이고, 풍자라면 또 풍자이기도 한 자막이었다.

그 외에도 노총각 정준하가 장가가는 소식도 전했다. 파업이 아니라면 훨씬 더 호들갑스럽게 정총무의 결혼이벤트를 보여줄 수 있었지만 그나마 파업특별판에서라도 전할 수 있어 다행이긴 했다. 그렇지만 결혼날이 5월 20일이니 4월 총선의 결과에 따라서 파업이 정리될 가능성도 있어 제대로 결혼이벤트를 만들 것도 기대할 수 있다.

무한도전 파업특별판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무한도전을 좋아하고, 유재석을 좋아하지만 공정언론을 위한 방송연대파업이라는 상황에서 정작 국민적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예능인들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서운한 일이었다. 방송사 직원이 아닌 이상 사장의 눈 밖에 나서는 김제동처럼 방송퇴출이라는 철퇴를 맞을 수도 있어 알아서 몸을 사리는 입장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어도 개념예능 무한도전의 멤버들은 조금은 달랐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당연히 노개런티 출연인 파업특별판에 출연함으로써 직접 파업이슈에 대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어도 예능인으로서 취할 최소한의 파업지지 행동을 보였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게 된다. 김제동, 김미화 같이 적극적인 태도를 갖는 연예인도 필요하지만 모두가 그럴 수도 없고, 그럴 필요 또한 없다. 무한도전 파업특별판 정도의 성의면 충분하다. 그래서 무한도전 파업특별판을 보고 마음껏 웃어도 뒤가 깨끗하다.

이렇게 흐드러지고 개운한 웃음을 준 무한도전 그리고 MBC노조에 감사한다. 하루 빨리 공정언론을 막는 진상이 봉인되어 특별판이 아닌 매주 토요일 보통판을 보고 싶을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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