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냉정히 평가하면 오늘자(21일) 경향신문 2면과 한겨레 3면 제목으로 정리가 된다.

“실질 성과보다 ‘협력의지’를 확인”하는(경향) 정도에 그쳤고 때문에 “‘전략동맹’ 내용은 빈칸으로 남아 있는 상태다. 그것이 미일수준으로 격상될 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겨레)

사실 더 냉정히 평가하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양 정상의 친밀감이 ‘기대이상’이라는 것 외에 뚜렷하게 결정되거나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두 정상의 친밀감도 만약 쇠고기 전면개방이라는 ‘카드’가 없었다면 가능했을 지도 의문이다. 국제관계는 냉혹하다. 두 정상의 친밀감이 ‘우리’의 외교적 성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 경향신문 4월21일자 2면.
‘글로벌 파트너’ ‘동맹 업그레이드’ … 실질적인 소득은?

그런 점에서 오늘자(21일) 동아·조선일보를 비롯해 많은 보수신문들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찬양 일변도’로 평가한 것은 유감이다. 조선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관계가 ‘군사적 동맹을 넘어 글로벌 파트너’로 격상됐다고 평가했고, 동아일보는 한미 동맹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이들 신문의 평가대로 한미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됐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오늘자(21일) 한겨레에 실린 한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는 이를 잘 보여준다. 다음과 같다.

“현재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고 있는 동맹관계에서 최고 수준은 ‘미-영 동맹’, ‘미-일 동맹’이다. ‘한-미 동맹’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략동맹’은 말 그대로라면 ‘미-영’, ‘미-일’ 동맹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동 기자회견에서 부시 대통령은 동맹의 수준을 묻는 질문에 사실상 답변을 회피했다.”

부시 미 대통령이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아직은 전략동맹의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고, 이는 한미동맹의 실질적 수준이 지금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 조선일보 4월21일자 1면.
실질 성과는 미비, 보수신문도 알고 있다 … 하지만 평가는 ‘찬양 일색’

이 같은 점은 보수신문들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오늘자(21일) 동아일보 사설을 한번 살펴보면 대번 확인할 수 있다. 다음과 같다.

“오는 7월 서울에서 열릴 2차 한미 정상회담으로 넘어간 다른 과제들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미국이 요구하는 아프간 추가 파병,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 주한미군 주둔경비 분담 확대 등은 논쟁이 불가피하다. 자칫하면 국론분열이 초래될 수도 있고, ‘캠프데이비드 숙박비’가 과도하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사실 대다수 언론이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전략동맹’의 실질적인 내용은 오는 7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동맹 수준의 구체적 내용을 묻는 질문에 부시 미 대통령이 언급을 회피한 것도 ‘7월 정상회담’을 염두에 둔 측면이 짙다. 정리하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는 상태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 정도면 ‘찬양 일색’으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평가하기에는 다소 멋쩍은 상황이 된다. 그런데 보수신문들은 기사와 사설 등을 통해 이번 회담이 가진 성과를 유독 강조한다. 유독 강조하는 이들의 평가를 보면 구체적 내용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한미 동맹의 회복과 같은 추상적 언어만이 나열돼 있다. 특히 보수적 색채의 많은 신문들이 내용의 빈약함을 이미지로 채우려는 ‘얄팍한 시도’를 하려는 것도 눈에 보인다. 유독 두 정상의 친밀감을 드러내는 사진기사들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 동아일보 4월21일자 3면.
‘끈 떨어지는’ 부시만 만나고 ‘차기 주자’는 만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

경향신문 김정선 기자가 오늘자(21일) 1면에서 지적했지만 “미래 동맹관계 내용을 채우고 발전시킬 파트너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민주당의 오바마와 클린턴 후보,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를 만나지 못한 것은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외교적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을 소지가 있다.

정리하면 지금의 대다수 국내 언론들처럼 ‘정상회담 성공 운운’하며 찬양 일변도로 가다가는 불과 몇 달 지나지 않아 ‘된서리’를 맞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보수신문의 한미 정상회담 성과 부풀리기가 '위험한' 이유다. 김정선 기자의 ‘기자메모’ 가운데 일부를 인용한다.

▲ 한겨레 4월21일자 3면.
“지난 17일 워싱턴을 찾은 브라운 총리는 영국 대사관저에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인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힐러리 클린턴 후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를 차례로 만났다. 오는 11월 대선의 승리자를 꿈꾸는 세 후보는 영국과 미국이 ‘특별한 관계’를 유지할 것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관계를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로 격상시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미래 동맹관계 내용을 채우고 발전시킬 파트너는 올해 임기가 끝나는 부시 대통령이 아니다. 한·미 관계의 미래를 ‘지는 해’인 부시 대통령과 모두 해결하겠다며 쇠고기 개방 등을 약속하는 접근은 외교적으로도, 실리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

언론의 평가는 최소 이 정도의 균형감각은 유지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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