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 총선을 앞두고 발표된 방송3사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지고 있다.

2010년 6.2 지방선거 당시 방송3사는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큰 차로 이기고, 강원도지사 선거에서도 여당 후보가 승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으나, 실제 결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와 실제 선거 결과가 전혀 달랐던 이유는 당시 방송사들이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해 젊은층의 표심을 읽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방송3사는 이번에도 집전화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해 집전화와 휴대전화를 동시에 조사 대상으로 삼은 언론사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 4일 저녁 KBS, MBC, SBS 메인뉴스의 여론조사 관련 보도 캡처

대표적인 예가 서울 영등포 갑이다. 방송3사가 지난 31일과 1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박선규 후보(35.1%)가 민주통합당 김영주 후보(30.3%)를 3.8%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나, 중앙일보의 1일 조사에서는 김 후보(42.6%)가 박 후보(32.8%)를 9.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집전화와 휴대전화 조사를 병행했다.

최대 격전지 가운데 하나인 경기도 고양 일산 서구의 경우에도 중앙일보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김영선 후보(32.2%)가 민주통합당 김현미 후보(43.3%)에게 무려 11.1%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는 김영선 후보(39.2%)가 오히려 김현미 후보(37.0%)를 2.2%포인트 앞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고향이 속한 경남 김해을 여론조사도 마찬가지다. KNN과 부산일보가 5일 발표한 김해을 여론조사에서는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 40.5%,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 38.3%로 두 후보의 격차가2.2%포인트로 조사됐다. 그러나 방송3사의 조사에서는 김태호 후보 44.6%, 민주통합당 김경수 후보 30.4%로 격차가 14.2%포인트로 훌쩍 벌어졌다. KNN과 부산일보 역시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집 전화와휴대전화 패널 혼합 방식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이를 놓고, 4.11 총선 보도 민언련 모니터단은 3일 "방송3사의 '이상한' 공동 여론조사"라며 "방송3사가 2010년 6.2지방선거 당시 문제로 드러났던 집 전화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을 택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니터단은 "(지방선거 여론조사 참패로 인해) 최근에는 대부분의 여론조사가 집 전화와 함께 휴대전화도 표집대상으로 하고 있으나 유독 방송3사가 이미 문제가 드러난 집 전화만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를 벌인 것"이라며 "(이미) 오류가 드러난 조사방법을 고집하는 이유가 석연치 않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는 4일 저녁 <뉴스9>를 통해 "총선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지역을 좁히다보니 국번으로 지역을 유추할 수 있는 집 전화로만 조사했다"며 "휴대전화만 쓰는 사람은 조사에서 빠질 수 있다"고 해명했다.

KBS는 함께 여론조사를 진행한 미디어리서치 김지연 상무의 "(휴대전화만 쓰는 사람은) 저연령층, 고학력층, 진보성향층이라고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이 표본추출에서 배제됐을 경우 전체결과가 약간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는 발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휴대전화 사용자까지 조사대상으로 포함해야 더욱 정확한 민심 반영이 될 것"이라며 "(방송3사의 여론조사는) 여전히 재택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총선 여론조사의 경우 조사지역을 좁히다보니 국번으로 지역을 유추할 수 있는 집전화만 조사했다'는 해명에 대해서는 "다만, 휴대전화 조사의 경우 연령정보나 지역정보가 없기 때문에 지역구 단위 여론조사에서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있긴 하다"며 "조사기관들이 저마다 자체적으로 보유한 휴대전화 패널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연 대표성을 가진 표본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희웅 실장은 "여론조사는 참고자료 중 하나일 뿐이다. 여론조사는 이 밖에도 숨은표 등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론들이 조사 결과를 단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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