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정치분과위원장을 자진 사퇴한 김태일 장안대 총장이 'KBS 이사 시절 정치 후견주의에 비판적이어서 편먹기 원하는 이들에게 미움받은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김태일 총장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신에 대한 반발이 나오자 국민통합위 정치분과위원장을 자진 사퇴했다. 언론은 국민의힘의 반발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젠더 갈라치기’를 비판한 이력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태일 장안대 총장 (사진=연합뉴스)

김 총장은 1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에게 당내 반발의 목소리를 전해 들었지만 반발 이유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며 “언론에서 이런저런 분석을 했는데 윤 당선인의 페미니즘 정책에 대한 비판 입장과 KBS 이사 시절 이력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KBS 이사를 3년 하는 동안 여야가 이사회를 나눠 가지는 정치적 후견주의에 비판적이었다”며 “후견주의를 넘어서자고 하면서 어느 쪽에도 편먹지 말고 KBS 강령 실현을 위해 일하자고 천명하고 그렇게 했는데 편먹지 않으니 편먹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미움을 받지 않았겠냐”고 말했다.

이어 “공영방송의 공영성 실현을 위해 현재 정치적 후견주의는 명백한 문제가 있다”며 “과거에도 문제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니 이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당시 제가 개인적으로 누구 추천을 받았든 간에 KBS 강령 실현에 매진하자고 천명하고 의사결정마다 그렇게 행동해왔다”며 “편먹고자 하는 쪽에서는 싫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8년 바른미래당 추천으로 KBS 이사에 선임된 김 총장은 야당 추천 이사들과 다른 입장을 견지했다. KBS 이사회에서 결의된 ‘2018년도 결산안’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들이 경영진과 다수 이사를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하자 당시 김 이사는 “(전원합의해서 통과한 일을 장외에서 문제제기하는 건)부끄럽고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사회는 조직의 최고의결기구이자 통합기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야당 추천 이사 3명이 ‘양승동 사장 해임 제청안’을 안건으로 상정하자 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사회에서 수신료 조정안을 논의할 당시 김 이사는 정파적 대립을 경계했다. 김 이사는 “수신료 인상안이 최종적으로 다뤄지는 곳은 양분화된 정치판”이라며 “첨예하고 배타적인 정파적 대립의 장 위에서 수신료 조정안이 다뤄질 것이고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공론 민주주의나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공감을 얻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이분법적 정치구도를 돌파할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국민의힘 당내에서 자신의 인선을 반대한 또 다른 이유로 “윤 당선인의 페미니즘 정책에 비판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신문에 칼럼을 정기적으로 쓰고 있는데 선거운동 기간에 페미니즘 쟁점에 대해서 윤 후보 측의 입장을 비판하는 견해를 쓴 바가 있다”며 “그런 게 문제가 되지 않았나 짐작하고 저도 짐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매달 ‘정동칼럼’을 기고하고 있는 김 총장은 윤 당선자가 검찰총장직을 그만둔 지난해 6월 이후 ‘국민통합’과 관련해 칼럼 2건을 썼다. 그중 지난 1월 13일 <페미니즘은 모두를 위한 진보다>란 제목의 칼럼에서 윤 당선자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직격했다. (▶관련기사 : 인수위 국민통합에 발 못붙이는 '여가부 폐지 반대')

김 총장은 “여성가족부 폐지가 정부 정책일 수 있지만 페미니즘의 취지와 가치를 왜곡했다는게 걱정스러웠다”며 “페미니즘은 돌봄·상생·통합의 가치를 모두 담고 있는데 이를 분열적인 선거 전술로 이용하니 너무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기구에 대한 문제는 알아서 하겠지만 가치 훼손적 측면에서 걱정이 크다는 취지로 썼는데 표현을 조금 뾰족하게 한 부분이 걱정이 됐나 보다”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수차례 인수위 합류를 거절하다가 ‘통합정부’에 기여하고자 이를 승낙했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결의문(2월 27일), 종교사회지도자 원로 19인 선언문(3월 1일), 윤석열 안철수 공동선언문(3월 3일) 등은 관통하는 키워드는 통합으로, 통합정부가 이 시대의 중요한 메시지이자 목표 가치인데 당선자 결정 이후 통합정부로 가고 있는지 염려스러워 이에 조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승자 독식체제를 넘어서지 않으면 정치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통합을 반대자를 전향시키는 것으로 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는데 다른 것들이 공존하고 상생하는 경험으로 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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