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당일인 11일 젊은층의 투표율이 높은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선거방송을 하지 않기로 해 '투표참여 방해'라는 비판을 받았던 MBC가 오후 5시부터 선거방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4일 MBC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에 따르면,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은 송기원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에게 '5시부터 선거방송을 하라'는 방침을 통보했다. 김재철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지난달 28일 임원회의에서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선거방송을 하는 것이 '위험하다'며 오후 6시 5분 전이나 10분 전부터 선거방송을 시작하기로 방침을 정한 데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 MBC노조는 3월 29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젊은 층 투표율이 높은 오후4시부터 6시까지 투표방송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음을 밝히며 "김재철 사장과 방문진이 투표참여 방해를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욱

한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는 "오늘(4일)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선거방송기획단장에게 '5시부터 방송하라'고 통보했다"며 "그동안 MBC는 관행적으로 오후 4시부터 선거방송을 시작해 왔는데, 준비했던 프로그램들을 많이 축소해야 할 것 같다. 뭐가 두려워서 4~6시 방송을 못하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는 "4~6시 선거방송은 예측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6시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선거는 축제'라는 콘셉트로 스타들의 투표참여 인증샷, 인터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었던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노조원들인 선거방송기획단 소속 직원들은 파업 중임에도 무임으로 총선 투ㆍ개표 방송을 준비해 왔으나, 회사가 정치적 판단을 이유로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4~6시 방송 시간을 축소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18대 총선일이었던 2008년 4월 9일에도 MBC는 오후 3시 50분부터 선거방송을 내보내 투표를 독려하는 등 관행적으로 오후 4시부터 선거방송을 해왔었다.

▲ 안정상 민주통합당 문방위 수석전문위원, 전병헌 MBC 투표방해진상조사위원장, 최민희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장은 MBC 선거방송 축소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본사를 찾았으나 김재철 사장은 부재중이라 만날 수 없었다. 전병헌 위원장이 2시 20분경 입장을 발표하는 모습. ⓒ곽상아

한편, 전병헌 MBC 투표방해진상조사위원장, 최민희 민주통합당 언론대책위원장, 안정상 문방위 수석전문위원 등은 MBC의 선거방송 축소에 대한 항의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4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MBC 본사를 찾았으나 김재철 사장이 부재중이라 만나지 못했다.

전병헌 위원장은 "국민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을 MBC 사장이 왜 두려워 하는지 모르겠다"며 "김재철 사장은 이참에 MBC 사장직을 사임하고 새누리당 선거전략 팀장으로 부임해서 정직하게 새누리당 선거를 도와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MBC 사측은 "총선기간이라 사장을 만날 수 없다"며 안전요원들을 동원해 민주통합당 의원들을 10분가량 막아서 "불통 MBC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빈축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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