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민언련 모니터] 은행권이 앞다퉈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전세자금대출 관련 규제를 푸는 데 이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늘리거나 비대면 가계대출 제한을 없애고 있는 건데요. 부동산 안정과 가계대출 관리 등을 위해 좁혀 놓은 대출 빗장을 푸는 것으로 낮은 은행실적, 느슨해진 금융당국 감시, 새 정부 출범 기대의 결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1주택자와 생애 첫 주택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늘리는 등 대출완화 정책을 펴겠다고 공약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가계부채 규모는 1,860조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미국 기준금리인상 등도 임박한 상황에서 가계대출규제 완화가 국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데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서히 확대되고 있는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언론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은행권 대출 문턱 낮추기 ‘왜’?

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급증에 대비하기 위해 가계부채 총량 증가율을 6%로 제한하며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 신용대출 5000만 원 한도제한 등 대출규제에 나섰습니다. 이후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3개월 연속 감소했는데요. 대출이익이 감소되자 최근 은행들은 선제적으로 가계대출 규제를 풀고, 전세대출 3종 규제 해제에 나섰습니다.

대출규제 완화 관련 방송사 저녁종합뉴스(3/19~28)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10일간 방송 보도량을 살펴보니, JTBC를 제외한 6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에서 은행권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다뤘습니다. 이를 바라보는 방송사별 시각차는 뚜렷했는데요. 대출규제 완화 원인도 ➀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과 ➁금융당국 감시 소홀로 나뉘었습니다.

대부분 방송사는 대출규제 완화 이유를 새 정부의 규제 완화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했습니다. KBS는 <낮아진 은행 문턱…내 대출 영향은?>(3월 27일 조정인 기자)에서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새 정부에선 규제 완화가 예상된다는 점도 하나의 배경”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은행권 전세대출은 “총량 규제로 축소됐던 대출 한도가 예전 수준으로 되돌아갔”고, “주택담보대출에서도 우대금리가 부활하는 등 변화”가 있다며 “1주택자나 처음 집을 사는 실수요자에 대해 LTV 즉, 주택담보인정비율을 70에서 80%까지 늘려주겠다”는 윤 당선자 공약을 짚었습니다.

반면 SBS는 <정권 말 은행들 ‘대출 문턱’ 낮추는 이유>(3월 22일 김정우 기자)에서 다른 해석을 내놨습니다. SBS는 은행들이 “정권 말기 금융당국의 감시가 덜해지자 온갖 조건을 제시하면서 고객 모집에 나섰다”며 “돈 더 벌어보자는 속셈이 더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윤 당선자 공약으로 “대출규제를 풀겠다고 한 만큼 은행들이 먼저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며 국내외 금리인상 예고로 대출확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빗장 풀고’ ‘부동산 훈풍’ 기대감 드러내

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보도한 MBN(3/27)

대출규제 완화를 바라보는 시각은 ‘가계부채가 증가하거나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목소리와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부동산 가격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공존했습니다.

MBN <부동산 시장 훈풍…대출확대도 영향?>(3월 27일 안병욱 기자)은 “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에 따른 기대감으로 꽁꽁 얼어 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조금씩 훈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시중은행들이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대출 한도를 높이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활기를 더 불어넣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는데요. “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늘리는 추세”라며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채널A도 <빗장 푸는 은행…전셋값 80%까지 대출>(3월 19일 김유빈 기자)에서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조이기’로 3개월 연속 감소세에 접어든” 가계대출규제 완화 조짐이 시작됐다며 “대출이 필요한 임차인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시중에 풀리는 자금이 엉뚱한 데로 향할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으나 ‘은행 빗장 속속 풀린다’는 온라인판 제목에선 기대감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TV조선, 집값상승 우려하더니... 이번엔 ‘족쇄 풀린다’

TV조선 또한 <속속 빗장 푸는 은행들…대출 풀리나?>(3월 23일 김지아 기자)에서 “은행들이 속속 빗장을 풀고 있습니다”라며 온라인판 제목을 <은행들 “전세 자금 빌려가세요”…대출 총량 족쇄 풀리나?>로 달았습니다. ‘대출 총량 규제’를 ‘족쇄’로 표현한 겁니다. 이틀 뒤 <대출규제 완화도 논의…얼마나 풀리나?>(3월 25일 김예나 기자)에서도 “‘대출 족쇄’로 불리는 ‘DSR’도 완화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대출관련 규제를 ‘족쇄’로 표현했는데요. “LTV와 DSR가 모두 풀리면 가계부채가 다시 급증할 수 있어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관건이라고 지적”한 전문가 의견을 전했지만, 전반적으로는 윤석열 인수위원회 규제 완화가 ‘족쇄’를 푸는 긍정적 신호인 듯 보도했습니다.

정부에 따라 대출규제 완화를 다르게 보도한 TV조선(순서대로 2021/10/15, 2022/3/23)

그러나 TV조선은 같은 대출규제 완화 정책임에도 6개월 전엔 오락가락 행보로 비판했습니다. TV조선 <대출 한숨 돌렸지만…전셋값 불안 여전>(2021/10/15 김예나 기자)은 지난해 8월 전세 자금 대출을 중단한 시중 은행들이 2개월 만에 일부 대출을 재개하자 “실수요자들은 숨통이 트이게 됐”지만 “가수요들이 전셋값과 집값을 다시 끌어올릴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TV조선은 “전세대출이 무분별하게 늘어나면, 전셋값을 다시 자극하고 결국 매매가 상승까지 촉발시킬 거란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는데요. “금융당국의 ‘오락가락 행보’가 시장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계부채 위험 경고한 MBC

한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중 유일하게 MBC가 가계부채 비율 문제를 우려했습니다. <‘마통’ 한도 풀려 대출 활짝…가계부채 위험성은?>(3월 27일 임경아 기자)에서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찍은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대출규제의 빗장은 다시 속속 풀리고 있다”고 우려한 MBC는 “지난해 7월 가계대출이 사상 최고치를 찍자 금융당국이 각종 대출규제를 도입했는데 약 반년 만에 빗장이 풀렸으며” 전세자금 대출 역시 “잔금일 전에만 내주도록 했던 규제가 도입 다섯 달 만에 사라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MBC는 ‘가계부채 비율’은 여전히 높다며 “민간 빚이 우리 경제 규모의 2.2배를 넘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라고 짚었습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은 0.21%, 연체율이 최저 수준으로 낮다는 게 마치 ‘건강하다’는 신호로 읽히지만, 여기에는 2년째 이어진 코로나19 대출 지원이 빠져 있다”며 수면 아래 ‘부실’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위기 경고’하는 언론이 필요하다

이번 대출규제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기대감과 은행의 수익창출 목적이 맞물려 벌어진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 규모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미국발 금리인상 영향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인상 역시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제 위기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언론의 감시와 견제 역할은 중요합니다. 대출확대로 그나마 안정세에 접어든 부동산 가격 상승이 재연되진 않을지,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증가해 가계 부담이 급증하지는 않을지 위험을 경고하고 잘못된 정책은 비판해야 합니다. 특정 입장에서 긍정적 보도만 내놓을 게 아니라 국민의 시각으로 보도하는 언론을 기대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2년 3월 19~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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