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안 위원장은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행정업무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으며 총리 인준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측근발 보도가 나온 바 있어 의외의 선택이라는 반응이 있다.

안 위원장은 30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차기 정부 국무총리를 맡지 않고 당에 복귀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은 오는 6월 지방선거 출마 계획이 없고,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이후 통합정당의 지지기반을 넓히는 일에 공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날 JTBC '뉴스룸'은 "안 위원장 측은 '인수위원장직을 하면서 총리 인준 절차를 병행할 수 있다'며 결심이 임박했단 취지로 답했다"며 "본인의 의지와 윤 당선인의 결단만 남았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국회 소통관에서 단일화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JTBC는 "이미 검증된 인물이어서 청문회 절차에도 문제가 없다는 게 안 위원장 측의 설명"이라며 "일각에선 1800억 원 상당의 안랩 주식을 처분하는 문제가 걸림돌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안 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백지신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걸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로 직행하는 데 있어 안랩 보유주식 백지신탁은 선결 과제다. 국무총리에 임명되면 두 달 내에 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백지신탁해야 한다.

그러나 안 위원장은 JTBC 관련 보도 당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만나 국무총리직을 맡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안 위원장은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과 좋은 그림의 방향을 그려드린 다음에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 않는 게 당선인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당선인께 본인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5년 뒤 대권 도전이 확실시되는 안 위원장이 당에서 활동하며 지지기반을 넓히고 자기 세력을 만들어 나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지만, 단일화 이후 안 위원장이 보여온 행보와는 상반되는 결정이다.

안 위원장은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의 야권단일화 요구를 수용해 새 정부 국무총리가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일 단일화 직후 안 위원장은 "지난 10년간 국회의원으로서 여러 입법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행정업무는 할 만한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말해 행정업무에 대한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 위원장이 인수위원장을 맡은 이후 윤 당선자 측근들 사이에서 견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 23일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 생각이 있었다면 인수위원장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며 "요직을 연속해서 맡는 것 자체가 너무 과도한 욕심"이라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이보다 앞서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같은 방송에서 '김부겸 총리 유임설'에 대해 "너무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안 위원장 총리안에 대해서는 "총리라는 게 무슨 맡아놓은 자리도 아니고, 공동정부 약속을 지키는 방법이 딱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무총리직 고사 의사를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SBS '8뉴스'는 "국무총리 후보자가 3배수로 압축됐다. 이번 주말 안으로 당선인에게 후보군이 보고될 것"이라는 '윤석열 당선자 측 핵심관계자' 발언을 단독 보도했다. SBS는 구체적으로 물망에 오른 인사들을 나열했는데 여기에 안 위원장 이름은 없었다. 24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의 경우 너무 당연한 후보군이기 때문에 언론이 언급 안 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당 개혁' 의지를 드러냈지만 단일화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의 태도, 국회 입법 논의 등에 비춰볼 때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등은 야권 단일화 하루만에 '정치개혁' '국민통합정부' 등 안 위원장 발언에 선을 그었다.

야권단일화에 따른 합당 논의로 '공동대표체제' 등이 거론되자 이 대표는 "협의 대상도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선거가 끝나면서 윤 당선자에게 있던 당무우선권은 이 대표에게 돌아갔다. 최고위원직 배분·당협위원장 배분, 지방선거 공천권 등 국민의힘-국민의당 합당 협상 과정에서 지분 다툼이 예상되는 가운데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쏠린 상황이다. 여기에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합당에 반대하며 제명을 요구한 상태다.

같은 시기 김 원내대표도 다당제 정치개혁을 '개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원내대표는 안 위원장의 '다당제 정치개혁' 소신에 대해 "본인 생각이 그렇다는 것과 야권 통합 논의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실제 국민의힘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기초의회 소선거구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들은 광역의원 정수 확대가 먼저 처리되지 않으면 선거제 개혁 논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총리 후보로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 임정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준 인수위 지역균형특별위원장, 김한길 인수위 국민통합위원장, 박주선 인수위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윤 당선자는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검증 작업을 직접 지시했다고 한다. 한 전 총리는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국무총리, 이명박 정부에서 주미대사를 지낸 바 있다. 윤 당선자가 강조하는 '경제 안보'와 맞아 떨어지는 이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새 정부 국무총리 후보자는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재적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