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영광 객원기자] 지난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산림 2만 923ha를 잿더미로 만들고 열흘 만에야 진화됐다. 게다가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산불이 전국 40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2020년 미 서부에선 7월에 시작된 산불이 무려 석 달 간 이어지며 역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됐다. 최근 대형 산불이 자주 발생하는 이유는 뭘까?

지난 18일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을 방송했다. <시사 직격> 제작진은 당시 금강송 군락지를 사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던 울진을 찾아가 긴박했던 화재진압 현장과 주민들의 피해 상황 등을 담았다. 동해안 산불 취재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박남용 PD와 전화 연결했다. 다음은 박 PD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을 취재‧연출하셨는데, 동해안 산불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셨어요?

“사실 취재를 결정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산불이 4일 시작됐는데 그 다음주에 대선이 있었던 상황이었거든요. 대선 관련 방송이 준비된 상황이라, 저희가 방송할 수 있는 날짜는 18일밖에 없었어요. 방송이 늦어지면 너무 뒷북치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야 될지 말지 갈등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산불이 길어졌고, 같이 진행했던 이이백 PD가 이건 우리가 꼭 다뤄야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주에 바로 취재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취재는 무엇부터 시작하셨어요?

“일단 월요일(7일)부터 취재를 시작했어요. 그 당시 가장 상황이 심각했던 세 곳 정도를 픽 했습니다. 가장 심했던 곳이 울진, 그다음에 강릉, 동해 쪽이 있었고, 그리고 영월 쪽 등 세 곳 진화가 여전히 힘들다는 산림청의 이야기를 듣고 세 팀이 찢어져서 투입된 거죠.”

PD님은 영월로 가신 걸로 아는데, 가셨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요?

“울진 쪽에 국가 중요시설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헬기 같은 것들이 다 그쪽으로 투입돼버린 거예요. 그러다 보니 그 외 지역들에 전혀 지원 안 되는 상황은 아니었지만, 울진에 비해서는 부족했겠죠. 때문에 진화하는 데 애를 먹고 있던 상황이었던 것 같고요. 또 기상 요인이 가장 컸는데 당시 월요일만 해도 바람이 너무 심해서 잘 안 잡히다가 화요일 정도 되니까 바람이 잦아들었어요. 그래서 영월은 화요일(8일)에 거의 90% 정도 주불이 진화된 상황이었습니다.”

KBS 1TV <시사 직격> 박남용 PD

응봉산 현장 영상을 보면 속불 때문에 진화가 어렵던데요?

“불을 끄긴 했는데 남아 있는 거거든요. 산에 낙엽이 굉장히 깊게 쌓여 있더라고요. 제가 직접 올라가서 진화대원들이 불 끄는 것도 촬영했는데, 낙엽이 얼마나 깊게 쌓여 있는지 어떤 데는 잘못 밟으니까 제 허리 수준까지도 쑥 들어가더라고요. 진화대원들이 이런 데에 물을 쏴서 끄잖아요. 그런데 불씨가 속으로 들어가는 거죠. 낙엽이 쌓여 있으면 물이 깊은 곳까지 침투가 안 되니까 불씨가 그 안에 계속 살아 있어요. 그리고 살포한 물이 바람 때문에 다 마르거나 다시 날아가 버리면 속불이 다시 살아나고 다시 살아나고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었어요.”

속불이 남아 있는지 완전히 꺼졌는지 어떻게 체크하나요?

“체크하는 게 굉장히 어렵죠. 전문 진화인력들이 이 정도면 속불이 다 진화가 됐겠다고 판단하는 건데, 그만큼 물을 많이 살포하더라고요. 충분히 다 꺼진 것 같은데 왜 계속 물을 뿌리시냐고 확인해보니, 속불이 남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물을 더 충분히 쏴줘야 한다면서 같은 자리에 계속 뿌리셨거든요. 결국 진화대원 각자의 판단에 따라 꺼졌다고 생각하면 옮기는 건데 문제는 완벽하게 확인할 수가 없다는 거죠.”

방송 보니 산불 진화 현장이 정말 위험해 보이던데요.

“굉장히 위험합니다. 이번 강원도 산불 같은 경우, 산악 지형 자체가 굉장히 험산이라 돌도 많고 경사가 굉장히 가팔랐습니다. 그래서 올라가는 것 자체가 힘든데, 진화대원들은 호스 같은 걸 메고 올라가시잖아요. 그 무게도 상당한데 호스가 나무에 걸릴 수도 있으니까 대원들이 곳곳에 분산 배치돼서 줄을 풀어주고 당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게다가 올라가면서 돌을 잘못 밟으면 돌이 굴러떨어지잖아요. 그러면 그 돌에 맞을 수도 있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지속됐죠. 워낙 경사가 급하니 미끄러지면 아래로 쑥 떨어져 버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헬기에서 물을 쏘지 않습니까? 헬기에서 물이 갑자기 떨어지는데 그걸 다 등으로 맞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옷이 젖어버리고요. 그렇게 하다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으면 야간에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되고, 상황이 급박하니 식사 시간도 굉장히 불규칙하시더라고요.”

금강송 군락지를 사수하기 위해 진화대원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신 거 같아요.

“엄청났습니다. 모든 인력이 여기는 꼭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굉장히 투철하셨던 것 같고, 다들 거기에 매달렸죠. 일단은 LNG나 원자력 쪽이 어느 정도 다 해결이 됐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응봉산 자락에 가장 위험한 상황은 군락지 하나만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두 거기를 사수하려고 노력하시더라고요.”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

올해 산불이 많이 발생한 게 기후 위기와 관련 있다고 하셨던데.

“강원도의 강수량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예년 산불 발생 시기가 이번보다 좀 더 늦다고 하더라고요.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와 분명히 관련이 있다고 말씀하고 계세요. 쉽게 말해 비가 예전처럼 잘 안 내리는 거죠. 그러다 보니 항상 메말라 있고 건조한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 조그마한 불씨에도 쉽게 산불로 연결되는 상황에 아주 위험스럽게 노출돼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실험을 보니 약한 바람에도 불이 눈에 띄게 확산하네요.

“이쪽이 양간지풍(강원도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으로, 고온 건조하고 속도가 빠르다)이라고 예전부터 워낙 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지역이에요. 교과서에서도 배웠지만, 강원도 푄현상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저희가 실험을 통해서 알아봤습니다마는 풍속 4m/s만 돼도 화염의 기울기가 거의 지표면과 평행선을 달립니다. 그런데 당시에 30~40m/s 정도까지도 나왔다고 하니까 바람의 세기가 그냥 옆으로 퍼지기에 너무 용이한 상황이었을 것 같고요.

주민들 이야기 들어보면 ‘도깨비불’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시더라고요. 거의 불이 퍼지는 속도가 오토바이가 달려가는 느낌이었대요. 이러다 보니 확산 속도가 굉장히 빨랐었고요. 거기다 소나무 지역이기 때문에 옆으로 계속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된 거죠.”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다던데 왜 우리나라에는 소나무가 많은 거죠?

“기자님도 소나무 좋아하시죠? 대한민국 사람에겐 소나무를 굉장히 선호하는 정서가 있어요. 그리고 소나무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잘 자란다고 합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죽지 않고 잘 살고 어디에다 소나무 씨 뿌려놓으면 잘 크는 거죠. 그런 용이성 때문에 소나무를 많이 식재한 것 같고요. 무엇보다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이버섯을 가지고 많은 분들이 생계를 영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아무래도 소나무를 더 늘리려고 하셨을 것 같고요.”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

이제 그 지역 소나무에서 송이버섯 채취가 안 되는 거죠?

“맞습니다. 소나무 같은 경우에는 밑동만 타버리잖아요. 그러더라도 그건 죽은 나무래요. 겉이 멀쩡해 보여도 조금이라도 탄 흔적이 있다면 소나무는 쉽게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그을린 흔적이 있는 나무들은 다 죽는 것이고, 땅속에 소나무 뿌리부터 시작되는 포자 같은 것들이 쫙 퍼져서 송이버섯이 날 수 있는 환경을 지금 만들어야 되는 시기인데, 땅이고 나무고 전부 그렇게 다 타버렸으니 완전 민둥산이 된다고 생각해야 되는 거죠.”

송이농가 주민분들 피해가 상당하겠어요.

“아무래도 강원도가 산지다 보니 논농사라든가 밭에서 농작물들 나오는 게 별로 없나 보더라고요. 사실 주 수입원은 송이버섯이죠. 송이버섯이 부가가치도 높고 하다 보니 생계에 큰 도움이 되셨다고 해요. 다 그거 해서 자식들 키우고 공부시키고 집도 지으시고 이렇게 해서 사셨던 분들이거든요. 한순간에 그런 터전들이 다 날아가 버린 거죠.”

동해시 목호동의 마을은 집이 불탔나 봐요?

“묵호동뿐만이 아닙니다. 저희가 취재 갔던 곳들은 전부 불탄 가옥을 쉽게 볼 수 있었죠. 공통점이 있는데 산과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집이 피해를 많이 봤어요. 그러니까 산과 이격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너무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산불 발생 시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전문가 이야기에 따르면 선진국 같은 경우 집 지을 때 몇 미터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격거리 관련해 강제 조항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그런 장치가 없어 신청만 하면 허가를 내주니 이런 산불이 날 때마다 피해가 생기는 상황이 반복되는 거죠.”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

산불로 동물도 피해가 있었네요.

“등에 불이 붙어 어쩔 줄 모르고 짖는 개들 봤다는 주민분도 계셨고요. 저희가 취재했던 소들 같은 경우 콧물 같은 걸 계속 흘리고 있잖아요. 그게 축사 주변에 비닐 같은 게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를 마셔서 그런 거라고 수의사분들은 말씀하시던데요. 유독가스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충격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그래서 약간 이상 행동을 하는 소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방송을 보니 산불재난 특수진화대 처우를 개선해야 할 것 같던데요?

“사실 취재 전에 산불을 진압하는 분들도 소방대원들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산불 같은 경우 산림청 소속의 특수진화대라든가 공중진화대분들이 다하는 부분들이더라고요.”

소방대원과 무엇이 다른가요?

“소방대원들은 쉽게 말해서 개인 재산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거기 와서 꺼주는 분들은 소방대원들이에요. 그런데 산불이면 거기까지는 올라가지는 않습니다. 그분들은 밑에서 물만 대주시는 거죠. 그리고 산불을 진화하러 올라가시는 분들은 산림청 소속 대원들입니다. 저도 이번에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어요. 소방대원의 역할과 산불 진화대의 역할이 완전히 달랐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거고, 국민들도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KBS 1TV <시사 직격>은 ‘최악의 동해안 산불, 열흘간의 사투’ 편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산불은 다행스럽게 진화가 됐는데 이후 남은 과제들이 궁금했어요. 산불 한번 나면 얼마나 더 큰 후폭풍이 있을 것인가. 아직 취재는 안 해봤지만 불 보듯 보이거든요. 그래서 이후에는 과연 무엇이 더 중요하고, 필요한지에 대해 후속 취재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원봉사뿐만 아니라 성금도 많이 모금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항상 언론보도가 많이 될 때는 뜨겁게 성원을 보내주시지만 어느 순간 쑥 들어가 버리면 그때부터는 극과 극으로 상황이 달라진다고 자원봉사자들이 우려하시더라고요.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더 많이 생길 텐데 시민분들 관심과 성원이 단기간에 끝나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런 부분에 좀 더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이 있으셨다면?

“아무래도 피해 입으신 분들의 이야기를 담는 게 쉽지 않았죠. 왜냐면 정말 이분들은 자기 몸 하나만 건사하신 분들이거든요. 삶의 터전 모든 게 날아가 버린 상황인데 이분들께 ‘그때 상황이 어땠습니까? 어떻게 됐으면 좋겠습니까’란 질문을 드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상황을 여쭤봐야 하니까 저희의 취지를 잘 설명 드리고 해서 취재가 됐기는 했습니다만, 그런 부분들이 가장 어려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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