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비 안에 1박2일이 있다. 사랑비를 보면 회마다 우리나라가 이토록 아름다웠나 새삼 놀라고 감탄하게 된다. 극장이 있는 시내 장면은 빛과 그림자와 같은 곳을 사용하는데도 화면의 색깔과 느낌은 참 많이 다르다. 사랑비가 전해주는 풍경은 사람과 어울려 아주 따뜻한 정서를 불러일으키는데 그 질감이 이제는 사라진 단어 코닥을 떠오르게 한다.

요즘은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으로 코닥이란 회사는 역사의 저편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지만, 과거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 글씨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코닥인화점이 있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색감이 달라 쨍한 느낌의 후지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코닥이 주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색감은 특히 어스름이 삼켜버리기 전의 세상의 온도를 표현하기에 참 좋았다.

세상에 빛은 모두 한 가지겠지만 여명의 빛은 왠지 느리고 또 조금은 따뜻하다. 그리고 그 빛은 코닥과 참 잘 어울렸다. 4회의 사랑비는 유난히 이 코닥의 색감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별을 해야 하는 두 젊은이의 마음을 대신하기에도 적절했으며 그 이별과 과거란 시간을 표현하기에도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었다.

워낙 4회까지의 사랑비는 굳이 드라마를 보지 않더라도 스토리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뻔한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지루할 수도 있고, 답답할 수도 있다. 이제 그로부터 3,4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2012년에 다시 인하와 윤희의 아들, 딸로 등장할 때에도 그 색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답답한 인하와 윤희의 사랑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격하지는 않아도 가슴 속 어딘가를 간지럽게 만드는 소중한 추억과 닮아 있다. 고루하고, 진부하다는 평가 속에 두 한류스타의 드라마치고는 저조한 시청률이 현대로 넘어오면서 역전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다시 오지 못할 지난 추억처럼 4회까지의 여유로운 색깔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어디선가 우연히 보기만 해도 보물 찾은 것처럼 반가운 코닥필름처럼 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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