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 정치적 독립성이 규정된 기관을 상대로 '간담회'를 추진한다. 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수사 중이며 국민의힘은 선관위의 관리 대상이다.

인수위는 오는 3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회의실에서 공수처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인수위와 공수처는 구체적인 논의 안건과 참석자 등을 협의하고 있다. 애초 인수위의 '부처별 업무보고 일정(안)'에 공수처 업무보고가 '미정'으로 처리됐다. 지난 22일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공수처와 선관위에 대해서는 업무보고를 받지 않고, 의견 청취 형식으로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인수위 간사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수처와 선관위는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구다. 공수처법 제3조 2항은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조 3항은 '대통령, 대통령비서실의 공무원은 수사처의 사무에 관해 업무보고나 자료제출 요구, 지시, 의견제시, 협의, 그 밖에 직무수행에 관여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구다.

하지만 28일 중앙일보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인수위는 공수처 간담회에서 '부실·편파 수사' '통신조회' '공수처법 제24조 폐지'(고위공직자 범죄 수사 우선권) 등을 따지겠다고 예고했다.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상 인수위 업무는 '정부의 조직·기능 및 예산현황의 파악' 등이다. 공수처 수사 관련 사항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윤 당선자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판사사찰, 옵티머스 펀드 부실수사, 신천지 압수수색 방해,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허위 부동시 등의 의혹이 제기된 윤 당선자를 입건했다. 다만 윤 당선자는 대통령에 취임하면 헌법에 따라 내란·외환의 죄를 범하지 않고서는 재직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는다.

선관위는 인수위 간담회를 거부했다. 선관위는 인수위 간담회 선례가 없고, 선거를 앞두고 오해의 여지가 있어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에 인수위는 감사원으로부터 보고받은 선관위 감사 예고 사실을 공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선관위의 간담회 거부 사실을 밝힌 뒤 "지난 대선 투표 과정에서, 특히 사전투표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자 했다. 선관위가 응하지 않아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선관위의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을 따져보려 했다는 얘기다.

이어 이 의원은 "얼마 전 감사원의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헌법상 독립기구이긴 하지만 선거 준비를 턱없이 부실하게 한 데 대해 감사 여부를 물었다"면서 "감사원 측은 '6월 지방선거 이후 감사를 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체회의 (사진=연합뉴스)

앞서 인수위는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 기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을 업무보고 대상으로 규정해 '언론 길들이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법적근거와 전례가 없어 '방송장악 의도'라는 비판이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자 인수위는 미디어·ICT 분야 '간담회'를 여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와 배우자 김건희 씨 보도와 관련해 MBC와 YTN을 항의방문했다.

하승수 변호사는 28일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인수위라는 건 새 정부의 국정과제와 의제를 설정하는 기구다. 그런데 수사·심의 기구나 언론은 국정과제나 의제를 설정하는 것과는 무관한 기관들"이라며 "수사 대상, 선거관리의 대상, 언론의 검증 대상인 주체들이 권한도 없이 보고를 받겠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인수위가 자기 역할을 모르고 일종의 위세를 과시하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사실 대통령직인수법상 업무보고든 간담회든 현황파악으로 봐야한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보고를 받는 것인데 이미 (대통령에)취임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며 "수사·심의기구나 언론은 현황파악 대상이 아니다. 정권을 잡아도 이곳들은 독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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