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장영] 엔딩이 너무 화끈해서 먼저 짚고 이어갈 수밖에 없네요. 기자직과 사랑 사이에서 심각한 고민을 하던 이진은 희도를 선택했습니다. 이는 앵커로서 성공을 위해 남편의 장례식까지 포기한 재경과는 다른 모습이었죠.

하지만 재경은 기자가 꿈이었고, 이진에게 기자는 현실에 충실하기 위해 선택한 직업이란 점에서 희도와 바꿀 수는 없었다고 봐요. 물론 그 결정이 쉬울 수 없었지만 말이죠. 희도가 이야기하듯 도박과 같은 고백에 같은 무게로 화답한 이진이었습니다.

카운트다운 키스를 한 희도는 실수 아니고 달라지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희도가 생각하는 사랑은 모든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이진은 달랐죠. 갑작스러운 키스와 희도의 고백에도 이진의 시선이 향한 곳은 멍이 조금씩 빠지고 있던 희도의 발가락이었습니다.

이진이 직업을 지키며 할 수 있는 사랑은 희도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것이 최선이었죠. 어쩌면 이진의 이런 선택은 몰락한 경험 때문인지 모릅니다. 소중한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고 지켜주고 싶지만, 트라우마는 깊고 아프게 남아 있기 때문이죠.

tvN 주말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이런 이진이 각오하라며 사랑을 시작한 것은 희도 이상의 도박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모여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다짐을 실현하려면 일에만 집중해야 가능한 일이었죠. 이는 이진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사랑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시 처음 부분으로 돌아가면 이야기는 서글프고 아프게 다가옵니다. 키스 후 외면하고 바래다준다는 이진에게 이런 사랑은 안 되는 거냐는 희도에게 이진은 “발톱의 멍이 나았는지 그게 걱정”이라고 합니다.

이진의 알 수 없는 태도에 방에 들어와 서럽게 우는 희도는 사랑이 어렵기만 합니다. 그렇다고 이진이라고 맘 편할 수는 없죠. 남들처럼 사랑해도 좋지만, 그의 어깨는 남달리 무겁기만 했으니 말이죠. 희도의 입술만 보이는 이진도 크게 다르지 않게 열정적인 존재였지만 지독하게 참아낼 뿐이었습니다.

멸망했으면 좋겠다며 오열하는 상황에 민채가 엄마 일기장을 읽는 과정이 드라마로 재현되고 있음을 적극 활용하는 장면은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그 안에 들어가 보는 듯한 상황을 만들었으니 말이죠. 엄마라고 부르다 나희도로 지칭하던 민채가 분노해 밖으로 뛰쳐나가 백이진을 외치는 장면 역시 흥미로웠습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는 작가의 전략은 치밀할 정도였습니다. 엄마 아빠라고 지칭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엄마란 호칭에서 이름으로 바꿔 이진에 대한 호칭 고민을 제거했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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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멸망이 오지 않아 실망한 희도에게는 연체료 이천만 원이라는 밀레니엄 버그가 반겨줬습니다. 그리고 희도에게 밀레니엄 버그는 바로 키스였죠. 지웅의 전화로 모두 모인 친구들은 엄마 차를 끌고 온 지웅으로 인해 드라이브 파티를 가지만 왕초보 운전에 손잡이만 붙잡아야 했습니다.

주차 자리를 빼앗겨 엄마에게 들킬 것 같았던 아이들은 의리로 기다려주며 끝말잇기를 하기 시작했죠. 공교롭게도 희도 앞에 ‘키’ 자가 반복되고, 무의식적으로 ‘키스’만 외치는 희도에게 훅 들어온 질문은 이진과 키스했냐는 거였죠.

극구 부인하기 위해 아이들 앞에서 이진에게 주차 좀 해달라 전화하지만 바쁜 이진은 그럴 수 없었죠. 주차하지 못해 멘붕에 빠진 지웅을 구한 것은 희도의 그 과감하고 무모한 성격이었습니다. 마침 지나가던 지웅의 밴드부 후배들을 보고 차를 들어서 주차하자고 제안했으니 말이죠. 당시 유행이었던 티코는 들어서 주차한다는 농담을 그들은 실현시켰습니다.

희도의 선택지 세 학교 중 이름값부터 챙기는 재경과, 그럴 줄 알았다면서도 다 해주는 찬미.이들은 멀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옛정은 남아있습니다. 우연히 이진과 마주친 찬미는 그렇게 술자리를 하게 되었고, 취재원과 기자의 문제가 다시 언급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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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프랑스 대회 금메달을 딴 찬미는 신입이던 재경의 눈물을 씻어주고 친구가 되었습니다. 동갑인 그들은 쉽게 친구가 되었고, 모든 것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지만 기자라는 직업이 결국 이들을 멀어지게 만들었죠.

기자로서 입지를 다지고 싶었던 재경은 친구임에도 제보자의 주장을 기사화했고, 보도로 이 사실을 들은 찬미는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며 찬미는 이진에게 자신과 같은 상황이 오면 어떨 거 같냐고 묻습니다.

그게 나희도 일이라면 어떨 거 같냐는 질문은 이진을 힘겹게 만들었습니다. 머리가 터질 듯 복잡한 이진은 집 앞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는 희도에게 이끌려 호빵을 먹으러 갔죠. 희도에게 자신의 목도리 둘러주는 이진. “나희도 걱정해주는 사람 나왔네”라는 희도 말에 비꼬냐고 하지만, 희도는 불안하다 합니다. 사랑마저 잃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그런 희도 눈에 이진의 목 부분에 있는 실밥이 눈에 들어온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진은 희도가 다시 키스하려는 줄 알고 손에 든 호빵으로 입을 막아 버렸습니다. 키스하려는 거 아니라 실밥 떼 주려는 거라며 분노하며 집에 돌아와 일기를 쓰며 수치스럽다는 희도는 그럼에도 이진이 좋았습니다.

이진은 집에서 술을 마시며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술에 취해 희도에게 전화한 이진은 자신도 흔들린다고 솔직하게 고백했죠. 문제는 희도가 아닌 지웅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운동에 집중하지 못하는 희도는 유림에게 고백해서 두렵다고 하죠. 영원한 건 없다며 불안해하는 희도에게 ‘잃으면 힘들겠지만, 그래도 가져봤잖아’라는 유림의 말은 복선으로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 주체가 희도인지 유림인지 알 수 없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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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다시 한번 이진에게 ‘불가근불가원’을 언급하며 취재원 거리 유지를 확인시켰습니다. 다시 집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희도는 밀어내려면 확실하게 밀어내라고 하죠. 이진은 ‘모든 것 걸고, 선 똑바로 그으라’ 말하는 희도를 외면하고 들어갑니다.

혼자 돌아가는 희도가 걱정돼 아는 경찰에 연락해 순찰을 부탁하는 이진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희도에 대한 지독한 사랑과 기자로서 위치에 대한 고민은 희도와 유림의 고교 마지막 펜싱 대회로 인해 더욱 큰 위기로 다가왔습니다.

둘 다 개인전에서 광탈했지만 단체전은 달랐습니다. 희도는 “단체전은 나를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싸운다. 친애하는 나의 우리, 우리가 값진 만큼 나는 강해질 수 있다”라는 명언을 남기고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개인전을 마친 희도가 ‘김준호’ 선수에게 오빠라고 불렀다고 발끈한 이진의 모습은 귀여웠죠. 두고 간 장갑에 질투 가득한 글을 남긴 이진, 희도는 질투하는 그가 사랑스럽기만 했습니다. 이들의 사랑을 막는 것은 단 하나 이진의 직업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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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 입사하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닌데, 사랑도 놓을 수 없는 이진은 “결과는 빛났고, 과정은 아름다웠다”는 멘트로 국장에게 혼났습니다. 국장의 질타에 다른 부서로 옮겨달라고 하지만, ‘불가근불가원’ 실패했으면 스스로 수습하라 합니다. 희도에게는 감사한 일이 국장에게는 욕먹을 짓이 되어버린 상황이 현재 이진이 처한 현실입니다.

이진은 힘겹게 희도에게 멀어져 보자 합니다. 사랑은 후회하지 않지만 그건 자신의 실패라며 말이죠. 이 순간까지 이진은 기자로서 사명감이 더 컸습니다. 이런 사랑 안 하겠다며, 그냥 눈 같이 맞고 싶었다는 희도, 이진을 잃을 수 없다며 한 발짝도 멀어지지 말라며 우는 희도에게 이진은 키스로 화답했습니다.

이런 사랑도 해보자는 이진은 너랑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거라며 각오하라 합니다. 희도와 사랑을 위해서라면 기자라는 직업도 버릴 생각까지 한 이진입니다. 하지만 희도가 이진의 선택을 막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누구보다 강하고 모험심이 강한 희도는 이진의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엄마와 코치 관계와 달리, 연인으로서 선수와 기자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 거라 희도는 확신할 테니 말이죠.

희도와 이진의 성격만 보면 천생연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보완이 되는 이들이라는 점에서 결혼하면 행복하게 살 듯하죠. 작가가 펼치는 관계의 모호성은 마지막 결과를 보여주는 순간까지 이어지겠죠. 손도 못 잡아본 유림과 지웅의 데이트를 장갑 하나로 흥미롭게 풀어낸 작가가 남은 이야기를 어떻게 마무리할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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