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KBS·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업무보고를 '간담회'로 선회했지만 방송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언론노조 MBC본부)는 업무보고 논란과 관련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직격했다. 박 위원은 인수위에서 미디어 정책 논의를 이끌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5일 성명을 내어 인수위의 방송문화진흥회(MBC 관리·감독기구, 이하 방문진) 간담회를 전두환 군사정권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에 빗댔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인수위는 방문진에게서 업무보고를 받겠다 했다가 법적 근거와 명분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애로사항과 발전 방향을 듣기 위한 '간담회' 자리라고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며 "과거 정권들 중 인수위 단계에서 언론사 간부를 불러모아 간담회를 한 정권은 전두환 군사정권"이라고 강조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신군부는 국보위와 보안사를 통해 언론 사주와 언론사 간부를 불러 '언론인 간담회'를 열고 신군부에 대한 정치적 성향과 정책 주장을 비교하고 회유 공작 결과 분석표를 작성했다"며 "언론인 대량 해직과 언론 통폐합으로 이어진 언론 장악의 신호탄이었다. 어두운 역사를 반복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지난 1월 14일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왼쪽)와 박성중 의원 등이 '김건희 녹음파일' 방송예고를 이유로 MBC를 항의 방문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을 이번 논란의 당사자로 지목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박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미디어특위위원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MBC에 날을 세워왔다.

지난 1월 25일 박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MBC가 정치공작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을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배달대행 서비스업체로 전락했다"며 "MBC의 편향된 방송내용과 분량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자유한국당 미디어특위 위원장 시절 MBC를 "노영방송", "친정부 매체"라고 규정했다. 박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번 대선에서 윤 당선자와 배우자 김건희 씨 보도와 관련해 MBC와 YTN을 항의방문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박 의원은 지난 1월 14일 김건희 씨 녹음파일 방송을 막기 위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MBC 항의 방문을 주도하며 방송편성의 자유를 보장한 방송법 4조를 정면으로 위반한 혐의로 고발된 인물"이라며 "또한 그에 앞서 1월 13일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 진행된 YTN 항의 방문 또한 주도했다. 위력 시위를 통한 언론 압박에 익숙한 그에게 이제는 칼자루가 쥐어졌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인수위의 권력에 기대더니 지난 1월 MBC에 재갈을 물리려다 시민들의 저항으로 문턱조차 쉽게 밟지 못한 일을 잊었나"라며 "과거 신군부를 답습한 추태를 즉각 중지하고 명분도 법적 근거도 없는 불필요한 방문진 소환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23일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세금이 들어가는 공영방송사의 경영 관련 사항은 업무보고 대상"이라고 밝혔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KBS나 MBC의 운영상태, 경영상태 등에 대해서는 국민세금이 들어간다. KBS의 경우 수신료를 받고 있기 때문에 형식을 어떻게 하든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언론사나 언론 관리·감독기구에 대한 업무보고 기준으로 세금 사용을 들고 있다. 그러나 1988년 민주화 이후 방송문화진흥회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 방문진은 국민 세금과 무관하다. 또한 MBC는 방문진(70%)과 정수장학회(30%)를 주주로 두고 있으며 광고, 협찬, 콘텐츠 판매 등을 통한 수익으로 운영된다.

더불어민주당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 일동은 24일 성명에서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영방송 장악 의도를 드러내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며 KBS·방문진에 대한 업무보고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인수위 과학기술교욱분과는 24일 가칭 '미디어·ICT 업계 릴레이 간담회'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논란이 일었던 방송통신심의위원회·KBS·방문진 등을 비롯한 방송·통신·언론 현업단체가 간담회 대상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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