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넥센을 상대로 8회말 2사 후 터진 김재율의 좌월 솔로 홈런으로 4:3으로 역전승하며 시범경기 첫 연승을 기록했습니다.

LG 야수진은 지명타자로 출전한 이대형을 제외하면 백업 멤버들 위주로 구성된 라인업이었습니다. 어제 한화전에서 난타전을 치른 주전들을 쉬게 하며 시범 경기 막바지에 백업 멤버들의 옥석을 가리기 위한 김기태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 LG 트윈스 김기태 감독 ⓒ연합뉴스
백업 야수들은 기대 이상의 타격으로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3:2로 뒤진 5회말 2사 후 김용의의 밀어 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 홈런은 놀라웠습니다. LG에 강한 강윤구가 6회말 구원 등판해 8타자 연속 범타 처리하는 좋은 흐름을 차단한 8회말 2사 후 김재율의 결승 홈런은 변화구를 공략해 터뜨린 것이라는 점에서 훌륭했습니다. 4득점 중 3점을 2사 이후 뽑았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백업 야수들의 수비는 불만스러웠습니다. 특히 1루수로 출장한 윤요섭의 수비가 불안했습니다. 1회초 1번 타자 장기영의 기습 번트가 첫 실점으로 연결되었는데 장기영이 기습 번트를 자주 시도하는 발 빠른 타자임을 감안하면 윤요섭은 기습 번트에 대비해 보다 전진해 수비 위치를 잡았어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5회초 장기영의 땅볼 타구는 다시 윤요섭에게 향했는데 타구를 제자리에서 기다리다 미트에 맞고 뒤로 빠지는 실책이 되면서 2실점과 역전의 화근이 되었습니다. 윤요섭은 땅볼 타구가 애매한 바운드가 되지 않도록 대시했어야 하는데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중간 바운드가 되도록 기다리다 실책을 범한 것입니다.

윤요섭은 6회말 선두 타자로 나와 1S 3B의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5구 매우 높은 볼에 크게 헛스윙해 볼넷 출루의 기회를 날린 뒤 7구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습니다. 동점 상황 경기 후반이라면 선두 타자는 출루에 주안점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 윤요섭의 5구 헛스윙 이후 스탠딩 삼진은 불만스러웠습니다. 7회초 수비에 들어가며 윤요섭은 오지환으로 교체되었는데 대부분의 야수가 교체 없이 끝까지 기용되었음을 감안하면 윤요섭의 교체는 공수 양면에 대한 김기태 감독의 불만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1회초 1사 1루에서 박병호의 내야 땅볼에 대시하지 않아 병살 연결에 실패한 유격수 윤진호의 소극적인 수비도 문제였습니다. 이닝을 종료시킬 수 있는 기회를 날리며 상대 중심 타선으로 기회가 이어지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3회말 1사 후 동점 적시 2루타를 터뜨린 이대형의 주루는 실망스러웠습니다. 1사였고 김용의의 타구가 낮은 라인 드라이브였다는 점에서 타구가 내야를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하고 스타트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성급하게 스타트를 끊다 더블 아웃으로 이닝을 종료시켰습니다. 역전을 바라볼 수 있는 분위기에서 본헤드 플레이에 가까운 주루사로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2회말 2사 이후 도루를 시도한 윤정우는 보다 고급스런 주루 플레이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기습 번트 안타로 출루한 윤정우는 2사 후 정주현의 타석에서 3구에 2루 도루를 시도해 성공했는데 포수 강귀태의 송구가 바운드되면서 2루수 서건창의 글러브에 맞고 좌중간 쪽으로 약간 빠졌을 때 2루 베이스를 떠나 3루로 향하는 의도를 보이며 공을 잡으러 가는 서건창과 충돌했어야 합니다. 그랬다면 서건창의 주루 방해로 윤정우는 3루로 진루할 수 있었을 것이며 설령 주루 방해 판정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2루에 유격수 강정호가 백업을 들어오지 않았기에 귀루할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습니다. 영리하고 고급스런 주루 플레이를 펼칠 기회를 살리지 못해 아쉽습니다.

임정우는 시범경기 두 번째 선발 등판에서 5이닝 7피안타 2볼넷 3실점(1자책)을 기록했습니다. 5회초 윤요섭의 실책으로 비자책점 2점을 내준 것이 임정우로서는 아쉬울지 모르나 1회초, 3회초, 4회초에 계속 실점 위기를 자초한 것이 야수들을 지치게 한 것은 아닌지 복기해야 합니다. 상대가 넥센이 아니라 보다 타선이 강한 팀이었다면 대량 실점하며 무너질 수도 있었습니다. 5이닝 동안 90개의 투구수도 많은 편입니다. LG에 로테이션을 채울 선발 투수가 턱없이 부족해 페넌트레이스에 임정우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돌아갈 수도 있지만 믿을만한 선발 투수가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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