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탄생2가 길고 길었던 장정의 종지부를 찍었다. 최초의 여성 우승자를 배출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졌으나 이번에도 이변은 없었다. 배수정은 어쩌면 우승보다 더 행복한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고, 8개월 전만 해도 치킨을 배달하던 불운의 축구선수 구자명이 최종 우승의 영예를 차지했다. 그의 절망을 생각하면 참 적절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런데 배수정이 부른 마지막 미션곡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미션의 주제는 ‘그대에게’로 단 한 사람을 위한 노래였다. 구자명은 멘토 이선희와 엄마에게 고맙다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마음을 김건모의 ‘미안해요’라는 노래에 담았다. 이미 사연으로도 우승감인 구자명으로서는 아주 당연하고 잘한 선곡이었다.

반면 배수정은 진짜로 단 한 사람 아버지가 즐겨 불렀던 ‘칠갑산’을 선택했다. 분명 한때를 풍미한 노래임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에서 불릴 거라 생각하기는 어려운 선곡이었다. 배수정은 미션을 너무 곧이곧대로 해석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결승을 앞둔 딸의 마음에 아버지가 떠올랐던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나 경쟁을 의식한 선곡이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결국 배수정의 가슴으로 불렀던 칠갑산은 아버지 한 사람은 만족시켰을지는 몰라도 멘토와 전문심사위원 그리고 그 너머의 시청자를 설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그런 점을 배수정 본인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설혹 몰랐다고 하더라도 멘토 이선희는 알았을 것이지만 배수정의 고집을 굳이 꺾지는 않았다.

어쩌면 배수정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지도 모르는 자리에서 아버지를 생각했다는 기특한 마음에는 기꺼이 등을 토닥여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노래만으로는 경쟁자 구자명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사연이 있는 만큼 그 감정이 오히려 노래를 부르는 본인에게는 장애가 될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배수정이 미리 우승에 대한 마음을 놓아버린 것은 아니냐는 생각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미 가수를 위해 어쩌면 가수보다 더 큰 것을 포기한 배수정에게 위탄 마지막 무대는 우승이라는 영예보다 자기 마음을 다 바친 노래가 더 소중했을 수도 있다. 자신의 무대에 만족하냐는 박미선의 질문에 배수정은 “저한테 의미 있는 곡이라서 이 무대에서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대답한 것만 봐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그렇게 해서 위대한 탄생 시즌2 결승은 사실상 구자명 혼자만의 경쟁이 돼버렸다. 그리고 준비된 많은 스페셜 무대를 다 마치고 최종 발표를 앞둔 순간 구자명은 긴장감에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었지만 배수정은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심지어 옅은 미소까지 지을 정도로 여유를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구자명의 이름을 발표하자 배수정은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활짝 웃으며 고개를 떨어뜨린 구자명을 안아주었다.

그 모습을 보니 카메라 앞에서 강제되는 가식적 진심이 아니라 진짜로 구자명의 우승을 축하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비록 배수정이 구자명에게 의도적으로 양보한 결과는 아니지만 진짜 누나처럼 포근하게 안아주는 모습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오해가 아닐까 싶다. 물론 경쟁은 서로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그 모든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에 대해 집착하지 않는 침착한 태도와 미소는 배수정이 지금껏 보여준 어떤 것보다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마지막 소감을 묻자 울고 있는 땀과 눈물범벅이 된 구자명의 손을 잡아끌면서 “자명아 그만 울어”라는 말부터 한 배수정은 우승보다 값진 누나미소를 보여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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