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근거도 불명확한 안보 공백을 이유로 제동을 건 것" (조선일보 2022년 3월 22일 사설)

"대통령이 소통을 위해 청와대를 나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중앙일보 2022년 3월 21일 사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은 국가안보,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와 함께 독단적인 의사결정 과정으로 "군사작전 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중앙일보 등은 현실의 문제를 축소하며 윤 당선자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조선·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됐던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비판한 대표적 매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후 1년 8개월 뒤인 2019년 1월 집무실 이전 '보류' 결정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후로 대통령 집무실 광화문 이전을 반대하는 칼럼과 시민반응을 실었다. 우선 2017년 3월 25일 풍수학자 김두규 우석대 교수의 칼럼을 거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주요 대선후보들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두고 "크게 세종시로 옮기는 것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로 옮기는 방안"이라며 "전자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국론 분열이 예상된다. 후자의 경우 보안상의 문제도 있지만 입주한 기존 부처들의 재배치도 쉽지 않다"고 했다.

2017년 4월 17일 전상인 서울대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광화문광장을 다시 고친다고?>에서 당시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계획을 "민주주의 콤플렉스에 더해진 일종의 광장 콤플렉스"라고 비판하며 문재인 대선후보의 집무실 이전 공약을 지적했다.

2017년 5월 20일 김두규 교수는 조선일보 칼럼 <文 대통령이 간다는 광화문청사는 과연 청와대보다 吉地일까>에서 역대 대선후보들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공약한 속내는 '불운' 때문이라며 "풍수상 흉지라는 술사들의 떠벌림이 청와대 터에 누명을 씌웠다"고 썼다. 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은 집무실을 청와대 비서동으로 옮겼다. '대통령궁'을 새로 짓지 않을 바에야 이것으로 충분하다"며 "천명(시대정신)과 민심에 등을 돌리면 광화문청사도 구중궁궐이 된다"고 썼다.

조선일보 2017년 5월 20일 <[김두규의 國運風水]文 대통령이 간다는 광화문청사는 과연 청와대보다 吉地 일까>

2017년 6월 1일에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좀 더 신중히>라는 제목의 독자의견이 실렸다. 조선일보 독자는 "지금의 청와대는 준전시 상태인 우리의 특수 상황을 고려하여 대통령의 신변 안전과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 안보와 민생을 위한 의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모든 시설을 요새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가정도 이사할 땐 가족이 상의해 결정하는데 국가 중대사를 5년 한시의 대통령 혼자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후 2019년 1월 4일 청와대 산하 '광화문시대위원회'는 집무실 이전 보류를 결정했다. 보안, 비용, 역사성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걸려있다는 검토 결과가 도출됐다. 이튿날 조선일보는 관련 기사의 제목을 <바람만 잔뜩 잡고… '광화문 대통령' 없던 일로>로 뽑았다. 조선일보는 "대선 주요 공약을 공식적으로 백지화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청와대는 이와 관련, '공약 파기'나 '무산' '백지화'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날을 세웠다.

2019년 1월 8일 임민혁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칼럼 <[만물상]대통령 집무실 이전>에서 "이번에도 경호·의전 때문이라는데 비서실장과 민정수석을 지낸 사람이 그 문제를 이제야 깨달았나"라며 "대통령 집무실 위치를 바꾸지 않아도 얼마든지 겸허한 대통령, 절제하는 대통령, 소통하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사람의 생각과 의지의 문제이지 집무실이 어디 있느냐가 무엇이 중요하겠나"라고 썼다.

조선일보 2019년 1월 5일 <바람만 잔뜩 잡고… '광화문 대통령' 없던 일로>

중앙일보는 문재인 정부 출범 때와 공약 보류 결정 때의 논조가 달랐다. 중앙일보는 2017년 4월 4일 민주당의 문재인 대선후보 선출 관련한 사설에서 "문 후보는 '일자리 대통령' '대통령 집무실의 광화문 이전' 공약을 강조했는데 현재 한국인의 가장 큰 비원인 '먹고사는 문제'와 '권위주의 해소'의 핵심을 찌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017년 5월 11일 신용호 중앙일보 정치라이팅 에디터는 <[서소문 포럼] 굿모닝, 광화문 대통령!>에서 "집무실 이전은 소통을 위해선 잘한 선택"이라며 "구중궁궐 같은 본관에 덩그러니 자리한 대통령 집무실은 시대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2019년 1월 7일 중앙일보는 사설 <'광화문 대통령' 무산 사과하고 소통은 강화해야>에서 "이번 '광화문 대통령' 불발 논란은 선거공약 발표의 가벼움과 현실의 무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선거공약이라고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는, 비판을 받더라도 정확한 상황을 알리고 수정안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를 '탈원전' 공약과 연결지었다.

중앙일보는 "수정안을 만든다고 무슨 세종시나 어디에 새 대통령 집무실을 짓겠다는 여권 일각의 발상은 단견이다. 결론은 '소통 강화'"라며 "소통의 양보다는 질이 더욱 중요하며, 그러려면 쌍방향이어야 한다. 입장을 일방적으로 홍보·전달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얼마나 수렴하느냐에 따라 소통의 질이 달라진다"고 썼다.

증앙일보 2019년 1월 9일 <[김현기의 시시각각] ‘광화문 대통령’이란 환상>

2019년 1월 9일 김현기 중앙일보 워싱턴 총국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을 '환상 공약'이라고 했다. 김 총국장은 칼럼 <'광화문 대통령'이란 환상>에서 "구중궁궐 나온다던 '환상 공약' 해명해야"라고 주장했다. 김 총국장은 "먼저 부지확보.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내 한복파나 광화문에 빈 땅이 없는 걸 몰랐다고?"라며 "경호·의전도 마찬가지. 종합청사로 집무실이 들어가면 광화문광장이 경호구역이 된다는 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다 나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 총국장은 "청와대 지하벙커, 헬기장 등도 2012년 때부터 제기됐던 문제다. 이를 이유로 공약을 철회하는 데 근 2년의 검토가 필요했다는 것도 우습다"며 "일국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이 어떻게 그냥 이념으로 나올 수 있단 말인가. 이를 정당화하고, 눈감는 순간 우리는 다음 대선에서 또다시 수많은 '이념 공약'에 휘말리고 말 것"이라고 썼다.

한편, 윤 당선자는 '광화문 대통령' 공약을 지난 20일 폐기했다. 윤 당선자는 대선 과정에서 "광화문 이전 공약을 다 검토해봤다"고 수차례 자신했지만 결국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시대는 시민들에게 거의 재앙 수준"이라고 설익은 공약임을 자인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