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계획에 맞추어 깔끔하게 매조지한 것이라기보다는 마치 이 정도면 됐으니 만족하라는 것 마냥 대충 내던져진 결론. 그런 어수선함과 흐지부지한 완성도 때문에 납득하고 만족하기보다는 이게 뭔가 싶은 허탈함. 하이킥 시즌3의 결말을 본 소감은 이런 식의 텁텁함 혹은 찜찜함입니다. 무언가 해야 할 말이, 정말하고 싶었던 것이 더 있었음에도 성급하게 덮어버린 것 같은 괴이함이 남는 결말이었던 거죠. 마치 등 떠밀린 것만 같은 어색함, 해피엔딩이라고 하기에는 차라리 허탈엔딩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는 끝마무리였단 겁니다.

어쩌면 김병욱 PD에겐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이 어색하기만 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이번 시즌의 마무리를 굳이 ‘해피’에 방점을 둔다면 그렇단 거죠. 갈라놓고, 헤어지고, 심지어 죽음에 다다르는 시트콤답지 않은 결말을 보여주었던 그에게 하이킥 시즌3의 마지막은 애매모호한 도착점이었으니까요. 시청자들의 바람대로 아무도 죽지 않았고, 누구도 슬픔과 그리움으로 힘겨워 하지 않았고, 열린 새로운 미래를 향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겉으로 보기로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끝맺음이죠.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가 펼쳐 놓은 사람들의 인생사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했습니다. 지석과 하선의 러브 라인은 그럭저럭 이어지며 끝을 보았지만, 다른 이들의 연결고리들은 급작스럽게 미래의 꿈을 이야기한다던지 엉뚱한 상상으로 치부한다던지 하며 굉장히 비겁한 회피의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중심인물들이 이러하다 보니 다른 소소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몇 회에 걸쳐 조금씩 이들의 삶이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말해주기는 했지만 그저 곁가지일 뿐, 그냥 좋은 것이 좋다는 식의 두루뭉술한 결론으로 대충 이어붙인 마무리였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이번 시즌만은 비극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엄청난 압박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시트콤 사상 가장 예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반전과 비극으로 남을 하이킥 시즌2의 여파를 아직도 기억하는 시청자들 앞에 또 다시 죽음이나 결별의 마무리를 보여준다는 것은 쉽지 않았겠죠. 시즌3의 마무리가 다가올수록 시청자들과 언론의 관심사는 과연 이번에도 죽음으로 마무리될 것인지, 누가 결별의 아픔을 겪을 것인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될 것이라는 불안한 예상과 함께 말이죠.

하지만 이런 해피엔딩에 대한 간절한 기대가 결코 납득할 수도 깔끔하지도 못한 대충의 마무리까지 원한 것은 아닙니다. 이번과 같은 대충 얼버무리는 것으로 끝을 내는 것은 차라리 일정부분 납득할 수 있었던 배신의 슬픈 결말보다 훨씬 더 불성실합니다. 무려 123회의 시간 동안 애정을 가지고 그간의 행보를 지켜봐 준 시청자들이 원한 것은 무조건 행복해야 한다는, 절대 헤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제적인 결말의 요구가 아닌 각자가 납득할 수 있는 끝, 그간의 이야기가 나름의 설명과 근거를 가지고 이해될 수 있도록 마무리되는 것을 바랐던 것이죠.

하지만 아무리 이 각박한 세상 속에서 부디 시트콤만은 웃음과 행복한 결말이었으면 좋겠다는 시청자들의 소박한 바람은, 이렇게 다들 잘되고 결국은 만나고 각자가 희망을 가지며 끝나니까 이젠 됐냐는 식의 어설픈 결말로 응답받았습니다. 그야말로 찝찝한 해피엔딩, 다들 행복하게 살았다고 말하는데 뭔가 농락당한 그런 기분. 수많은 기대와 의구심, 애증으로 시작한 하이킥 시즌3은 갈수록 힘에 부친 진행을 보여주며 헉헉거리다 결국은 마지막까지 깔끔한 완성도를 보여주지 못하고 끝나버렸습니다. 시즌1대의 활력을, 차라리 시즌2 당시의 충격이 그리웠던 사람은 아마 저 뿐만은 아닐 거예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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