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에 이명박 대통령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총리실이 정ㆍ관ㆍ재계 인사를 비롯해 민간인, 언론사를 상대로 전방위적인 사찰을 벌였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공개돼 큰 파문이 일 전망이다.

파업 중인 KBS 새 노조 소속 기자들이 만드는 <리셋 KBS 뉴스9>은 30일 불법사찰 보고서 2600여 건을 입수해 "총리실의 불법사찰이 정ㆍ관ㆍ재계 인사를 비롯해 공직자, 민간인, 언론사를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고 폭로하고 나섰다.

▲ 총리실 불법사찰 보고서 2600여개를 입수해 단독 보도한 <리셋 KBS 뉴스9> 3회 캡처.

청와대(BH)의 지시로 총리실이 'KBS YTN MBC 임원진 교체방향'을 보고하는 대목이 포함돼 있는 등 청와대가 방송사 인사에 지속적으로 개입해 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는 한겨레21 박용현 편집장의 이름도 들어가 있어, 진보 언론에 대한 사찰도 진행됐음이 드러났다.

YTN의 경우에는 '낙하산 구본홍 사장 저지 투쟁'을 했던 노종면 YTN 당시 노조위원장이 업무방해 혐의로 1심에서 벌금형이 내려지자, 총리실이 검찰 측에 항소하라고 건의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리셋 KBS 뉴스9>은 "총리실이 언론장악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이라고 평했다.

문건에 따르면, 총리실의 불법사찰은 공직자와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이상득 의원에게 반기를 들어 사찰 대상이 됐던 정태근 의원과 식사자리를 가졌던 한 민간인 역시 2008년 사찰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서울대병원 노조는 이명박 대통령 패러디 그림을 병원 내 벽보에 붙였다는 이유로 사찰을 당했다.

노무현 정권 당시 임명됐던 공기업 임원들, 전현직 경찰청장, 경찰 중간간부, 정부비판 글을 쓴 경찰대 교수를 비롯해 민주통합당 김유정 의원까지 사찰을 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찰 수위도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09년 5월 19일 작성된 문건에, 한 사정기관 고위 간부의 불륜행적까지 분단위로 매우 상세히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리셋 KBS 뉴스9>이 단독 입수한 문건은 국무총리실 조사관 한 명이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검찰 역시 2010년 수사당시 이 문건들을 확보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져 '축소수사' 비판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