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일정을 짐작할 수 있는 언론보도가 이뤄지면 '페널티'를 적용하겠다고 당선자 대변인실이 밝혔다. 대변인실은 당선자 일정 관련 보도는 경호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선자의 경제단체 오찬 회동 등의 일정이 국가안전보장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는 비밀에 해당하는지 의문이다.

경향신문은 윤 당선자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주관으로 21일 경제5단체장과 만나 오찬을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8일 보도했다. 경제5단체는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7일 점심식사를 위해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당선인 집무실에서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는 모습 (사진=당선자 대변인실)

경향신문은 "각 경제단체들은 대선 직후부터 윤 당선인과의 회동을 각각 추진해왔다. 중기중앙회도 윤 당선인과 단독 회동을 추진 중이었다"며 "전경련 주관으로 5단체 회동으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은 이날 오후 다른 경제단체들에 연락해 윤 당선인과의 회동 일정을 알리고 참석 여부를 회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경향신문은 "전경련이 전면에 나선 것을 두고 다른 경제단체들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며 한 경제단체 관계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국정농단으로 낙인 찍힌 전경련이 혼자서는 당선인을 만나기 어렵게 되니까 (이번) 행사를 주도한 것"이라며 "전경련의 적폐 탈출을 위한 간담회 추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윤 당선자 대변인실은 "당선인의 일정이 충분히 예상될수 있는 보도를 하거나, 이를 반영한 보도를 하는 경우 앞으로 페널티를 적용할 수밖에 없음을 알려드린다"며 "규정을 곧 공람토록 하겠다"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당선자 대변인실은 "윤 당선인이 경제5단체장과 회동한다는 기사는 안전과 보안상 당선인의 일정을 사전 보도하지 말아 달라는 요청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나 윤 당선자 카카오톡 기자 '소통방'에서 한 기자는 "경제5단체장 일정이 무슨 국가안보와 조응하나"라며 "차라리 불확실성을 얘기하라"고 토로했다.

윤 당선자 쪽은 당선자의 일정이 2급 보안에 해당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대선 후보일 때와 당선자일 때 신분이 달라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시스템이 가동되다 보니 일정 공유 등 취재지원이 어렵고, 일정이 사전에 알려져서도 안 된다는 얘기다.

'2급 보안'이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상의 '2급 비밀'을 일컫는다. 대통령의 건강과 일정 등이 2급 비밀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전유출 시 대통령 경호 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에서 비밀은 1·2·3급 등 3가지로 구분되는데, 2급 비밀은 '누설될 경우 국가안전보장에 막대한 지장을 끼칠 우려가 있는 비밀'이다.

하지만 당선자의 행보가 '소통 정치'라는 이름 하에 홍보되고 있다. 윤 당선자는 통의동 집무실 인근에서 식사와 산책을 하고, 동네 목욕탕에서 시민들을 만나는 등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통령에 준하는 경호를 받는 당선자가 도보로 이동하고, 시민들과 접촉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대통령 경호처는 윤 당선자가 차량으로 이동할 때 인수위 사무실 앞 인도를 통제하고 있지만, 식사를 위해 도보로 이동할 때는 필수적인 근접 경호만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을 나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정진석 국회 부의장과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이동하며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당선자 대변인실)

한편 당선자 대변인실은 21일자 한겨레 사설 <다시 재계 대표 맡은 전경련, 거꾸로 가는 윤석열 당선자>에 대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과 협의해서 당선인과 재계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한 적이 없음을 밝혀왔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해당 사설에서 "윤 당선자와 경제5단체장 간의 오찬 회동이 21일 열리는데, 재계 창구를 전경련이 맡았다"며 "전경련이 우연이 창구 역할을 한 게 아니라고 한다. 장 실장과 권 부회장이 오랫동안 조율했다고 한다"고 썼다.

한겨레는 "정경유착의 상징으로 해체 일보직전까지 갔던 전경련이 다시 재계 대표 단체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인가"라며 "당장 재계에서는 왜 재계의 대표 단체인 대한상의를 제쳐두고 전경련이 모임을 주도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한다. 전경련 '부활'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한다"고 했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