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언론·미디어 정책이 정무적 판단이라는 기준 이외에 현재로서는 뚜렷한 게 없다는 평가를 받아들었다. 윤 당선자 10대 미디어 공약 개발에 관여한 학계 전문가도 구제적인 정책방향에 대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며 한편에서 국민의힘은 '공영언론 인적청산'을 강조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18일 한국방송학회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차기 정부의 미디어 정책 개선 방향 모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선 기간 국민의힘 미디어 공약에 참여한 성동규 중앙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성동규 중앙대 교수가 지난해 11월 국회 본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방송통신정책 토론회에서 발표하는 모습 (사진= 국민의힘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 갈무리)

"공약 이행은 권력의 정무적 판단"

성 교수는 지난 총선에서 여의도연구원장을 역임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1월 방송정책 토론회를 열어 성 교수의 발제를 중심으로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방안을 논의했다. 성 교수는 미디어산업 진흥 중심의 독임제 부처 모델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후 국민의힘 미디어정책특위 위원장으로서 차기 정부 미디어 법·체계 개편 등에 대한 구상을 발표해 왔다.

지난달 말 공표된 윤 당선자의 미디어 공약은 3가지에 불과했다. 성 교수 설명에 따르면 당 미디어특위에서 제안한 공약 10개 중 3개만 채택된 결과라고 한다. 윤 당선자 '미디어개혁' 공약은 ▲부당한 언론개입 NO! 자유로운 언론 환경 YES! ▲공영방송 공정성 강화 ▲미디어·콘텐츠 산업 진흥을 위한 전담기구 설치 등이다. 공약은 자율규제를 통한 가짜뉴스 문제 해소, 미디어 거버넌스 모색을 위한 '미디어혁신위원회' 출범 등으로 요약된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내용은 없었다.

성 교수의 이날 발제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미디어 정책 공약을 짚고,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 온 정책제안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오히려 성 교수는 이날 토론회 자리가 자신에게 왜 부담스러운지를 설명하는 데에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성 교수는 "많은 부담을 가지고 있다. 아직까지 제가 왜 이 자리에 서 있어야 하는지 마음이 편하지 않고,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는지 혼란스럽기도 하다"며 "개인적으로 전화를 많이 받고 있고, 기자로부터 발제문을 받아볼 수 있느냐고 연락을 받았지만 제가 현재로서는 중앙대 소속의 교수이기 때문에 차기정부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정말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성 교수의 발제문은 토론회 패널들에게도 사전 배포되지 않았다.

윤석열 당선자 공약집 '공정과 상식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 갈무리

성 교수는 "제가 위원장으로서 공약을 개발하면서 얘기해왔던 부분들이 다를 경우 많은 분들이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위원장으로서 언급한 공약들이 마치 차기정부 기본방향인 것처럼 정설화돼 보도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을 충분히 감안해 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윤 당선자 공약집상의 미디어 공약도 정무적 판단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독임부처 이슈와 미디어혁신위가 바로 가동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건 그냥 당에서 발간한 공약집에 나온 것"이라며 "인수위원회가 이걸 채택할지 안할지는 여러가지 정무적 판단과 연결이 돼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성 교수는 인수위 구성에서 드러난 미디어정책 관할 문제에 대해 "주무부서가 어느쪽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7일 인수위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미디어 정책과 거버넌스 개편을 논의할 주체가 누구인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 간사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사회복지문화분과 위원으로 안철수 인수위원장 측근인 김도식 서울시 정무부시장이 임명됐다. 김 부시장이 공영방송 등 언론·미디어 정책을 담당하는 인사로 소개됐지만 김 부시장은 미디어스에 "실질적 언론관계는 다루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인수위에)가서 한 번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윤 당선자의 미디어개혁 공약을 역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언론보도와 인수위 발표 등을 종합하면 두 분 다 언론·미디어 관련 업무로 진행되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두 분과에서, 어쩌면 한쪽에서는 저널리즘을 맡고 또 한쪽에서는 산업·시장 측면에서 미디어를 담당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고 추측했다.

인적 청산에 방점?

토론 패널로 참석한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는 "인수위에서 신 정부의 구체적인 국정운영 과제를 발표해야지만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사실상 '정권교체'라는 가장 큰 공약 외에 구체적인 미디어 정책은 나타난 게 없다"고 총평했다.

심 교수는 "성 교수의 발표내용, 미디어정책특위의 발표가 있지만 이것이 공약에 들어갔거나, 차기 대통령이 말을 한 게 아니다"라며 "'부당한 언론개입 안 하겠다'며 자유로운 언론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전체 공약의 큰 기조 중 하나가 '시장친화적', '최소규제'이기 때문에 아마도 이 기조를 미디어에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추정했다.

심 교수는 윤 당선자의 언론·미디어 정책이 법과 제도가 아닌 '인적청산'에 방점이 찍힐 것을 우려했다. 지난 16일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정방송감시단과 불공정방송 국민감시단이 주최한 토론회는 공영방송에 대한 비난으로 점철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공영방송을 지배하고 있다',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공영방송 수를 줄여야 한다' '공영방송 민영화와 보도부문 축소'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윤 당선자는 지난 7일 유세 현장에서 언론노조를 '민주당 전위대'로 규정하고 "뜯어 고치겠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불공정을 해소하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법·제도에 관한 걸 해소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지난 국회 토론회처럼 인적청산을 목적으로 한 방식으로 가겠다는 건지 명확하지 않다"며 "인적청산은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그런 방식으로 정권초기에 실시했다가 실패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16일 열린 ‘20대 대선 불공정방송 100일간의 기록 “공영언론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토론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미디어스)

유홍식 중앙대 교수는 "미디어는 선거 후에는 최하위로 밀린다는 속설이 있다"면서 "공약에서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이 가장 크게 부각되는데 다시 공영방송 조직 내에서 싸우는 모습으로 퇴보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최세경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공적영역과 사적영역 구분에 모두가 동의하지만 큰 틀에서 시장친화적 산업을 강조하고, 공공성은 다루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며 "잘못해서 KBS 중심으로 미디어의 공적영역 축소관점으로 읽히면 시민단체에서는 미디어 공공성을 축소한다고 얘기할 가능성이 있다. (미디어 공적영역 설정을)어떻게 설득하고 타협할 것인가에 대한 관점이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윤성옥 경기대 교수는 미디어의 공적 책무를 법률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재원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교수는 지역뉴스·노인·어린이·스포츠중계·자연다큐·선거보도·재난보도 등을 미디어 공적책무의 예시로 들며 "공영방송이 이런 역할이 없다면 누가 그 역할을 할 것인지 답변해야 한다. 노인들에게 유튜브 보라고 할 건가 자연다큐는 넷플릭스로 보라고 할 건가"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공적책무 지원을 위한 재원정책으로 지상파 방송과 지역방송에 대한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징수를 폐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방발기금은 과거 지상파 독과점 시대에 방송사로부터 이익을 환수해 공적재원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미디어 시장에서 수익을 거두는 주체가 변경됐다. 수익을 더 많이 가져가는 주체에게 징수하고 공적책무를 수행하는 방송에게는 면제해 재원을 확보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광고정책과 관련해 윤 교수는 무조건적인 규제완화는 위험하다며 협찬규제 강화와 이종매체 간 광고판매 금지 폐지를 주장했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해서는 "서울시장이 TBS 예산을 삭감한 것을 보라"며 독임제 부처 통합개편에 반대했다. 윤 교수는 "TBS 예산삭감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그런 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광고정책만으로도 독임제 부처는 얼마든지 미디어통제가 가능하다. 공보처 시절을 경험해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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