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취재지원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선자 일정이 당일 공지되고, 풀 기자 운영이 임의적으로 이뤄져 다수의 현장 기자들이 헛걸음을 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다.

이 같은 비판이 윤 당선자 카카오톡 기자 '소통방'에 공개적으로 제기되자 채팅방 관리자가 관련 메시지를 연이어 삭제하는 일도 발생했다. 윤 당선자 쪽은 당선자 신분 변화에 따른 경호 문제와 인수위원회 기자단 운영 미비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카카오톡 기자단톡방 '소통방'에서 삭제된 메시지 재구성

A 기자는 18일 윤 당선자 기자 채팅방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현판식 취재 현장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A기자는 "현장 풀을 운영할 거면 일정 공지 때 어떤 방식과 순서로 풀을 짜서 운영할지 미리 공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장에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길 건너에서 현판식을 봐야하는 기자들은 무슨 죄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채팅방 관리자는 해당 기자의 메시지를 삭제했다. 이에 "소통방인데 기자들이 의견 좀 올렸다고 메시지를 가려버리는 게 소통인가", "AI가 가리는 건가"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해당 메시지에 기자들의 '좋아요' 표시가 쇄도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도 이내 채팅방 관리자에 의해 일괄 삭제됐다.

A 기자는 미디어스에 "오늘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된 현판식과 관련해 취재제한 및 별도 풀 운영에 대한 공지가 사전에 전혀 없었다"며 "여러 기자들이 현장에 가서야 2인 풀 체제로 운영한다는 사실을 통보 받았다. 풀이 아닌 기자들은 현판식을 길 건너에서 볼 수밖에 없었고, 결국 헛걸음을 해야 했는데 공보 실무자들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A 기자는 "그래서 이에 대한 항의 차원에서 단톡방에 메시지를 남긴 것"이라며 "저뿐만 아니라 다른 기자들의 항의성 글을 무조건 블라인드 처리하는 게 어떻게 소통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A 기자는 "선거 때도 소통방에서는 공보 측 공지 외 메시지는 블라인드 처리되기는 했다"면서 "다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사안에 대한 항의마저 별다른 해명이나 설명 없이 가리는 건 굉장히 황당하다"고 말했다.

풀 운영방식에 있어 대선 전후로 변화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A 기자는 "전에는 정해진 순번에 의해 사전에 풀 운영 일정에 대한 공지가 있었다. 어떤 일정은 자율취재고, 어떤 일정은 풀인지 공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자를 선거 때부터 취재해 온 B 기자는 "보통 비공개 회의 일정이 잡히면 매체 순서에 따라 2명 정도의 풀 기자들이 들어가 취재를 한 뒤 다른 기자들에게 공유한다"면서 "하지만 윤 당선자 당선 이후에는 어떤 기준으로 풀 기자를 짜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B 기자는 "윤 당선자 일정이 당일에 나오는 만큼 기자들이 현장에서 미리 공지받지 못하고 허탕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인수위 현판식 현장 또한 비공개 일정이라는 공지 없이 기자들의 접근을 막았다. 기자들이 먼 거리를 가서 추위에 떨다보니 쌓였던 불만이 폭발한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B 기자는 윤 당선자 쪽에서 소통방 메시지를 삭제한 데 대해 "수십명의 기자들이 공감한다는 뜻을 보낼 정도로 정당한 항의였다"며 "아무런 말도 없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메시지를 삭제한다는 건 기자의 취재 권리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18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건물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등 참석자들이 현판식을 하고 있다. 길 건너 편에서 취재기자들이 인수위 건물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오마이뉴스 기자 제공)

윤 당선자의 공보 실무를 담당하는 우승봉 전 국민의힘 선거책본부 공보부단장은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소통방 메시지 삭제에 대해 "소통방은 선거 때부터 운영해 온 방으로 인수위 공식 창구는 아니다"라며 "인수위 기자실 세팅이 안 됐고, 취재편의를 드릴 수 있는 창구가 없어 임시 사용 중이라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 전 부단장은 현판식 행사 풀기자 운영에 대한 기자들의 문제제기에 "풀기자가 공지가 먼저 다 돼 있었다. 오늘 행사 부분은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우 전 부단장은 "일단 후보 때와 당선인일 때 신분이 다르다. 후보 때는 하루 전 미리 공지를 드리고 취재할 수 있도록 얼려드렸지만 당선인 신분이 되다보니 대통령 경호에 준하는 경호시스템이 붙게 됐다"며 "당선인 일정은 2급 보안이라고 한다. 안전사고나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예전처럼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우 전 부단장은 당선자 일정이 너무 이른 시간에 진행되는 경우, 준비가 필요한 사진·영상 기자 등에 대해서는 엠바고를 걸어 하루 전에 일정을 공지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혜 당선자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정공개, 풀단 구성과 관련해 기자님들께 불편함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김 대변인은 "카톡방 내 기자님 의견이 지워진 것에 대해서도 죄송하다는 말씀 올린다"며 "취재 지원이 충분치 못해 송구하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 향후 일정에 대한 취재는 경호 등의 사유로 인해 풀기자단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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