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CCTV를 통해 새 노조원들을 감시했음을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돼 '불법 사찰' 논란이 거센 가운데, 28일 KBS 새 노조는 김인규 KBS 사장을 직접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사건의 발단은 KBS 새 노조가 '공정방송 쟁취'와 '김인규 퇴진'을 내건 총파업에 돌입한 지 15일째인 지난 20일 새 노조 측에 제보된 'CCTV 각도 변경' 사진에서 출발한다. 새 노조 사무실이 위치한 KBS 연구관리동 맞은편 옥상에 설치된 CCTV가 총파업 돌입 이후부터 갑자기 방향을 바꿔 새 노조 사무실을 정면으로 '감시'했다는 내용이다.

▲ KBS 새 노조는 28일 오후, 서울 목동 남부지검 앞에서 'CCTV 불법사찰 김인규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곽상아

실제로 새 노조 측이 확보한 CCTV 화면을 보면, 총파업 돌입 전에 주차공간을 향하고 있던 CCTV는 파업 이후 새 노조 사무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정면으로 비추고 있다. CCTV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KBS 안전관리실은 이에 대해 22일 "KBS 내의 모든 CCTV는 통합방위법 등의 법령과 규칙에 따라 설치 및 운영하고 있다. 범죄예방과 시설보호 목적으로 CCTV를 설치했다"며 "사찰목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 2010년 6월 24일, KBS 새 노조원들이 사내에 총파업 관련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담은 CCTV 화면.

그런데 이 같은 공식 입장과 달리 '범죄예방'과 '시설보호'와는 전혀 관련없는 새 노조원들의 조합 활동을 찍은 CCTV 사진이 추가로 공개돼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해당 CCTV 화면은 KBS 새 노조의 총파업 돌입을 목전에 둔 2010년 6월 24일, KBS 새 노조원들이 사내에 총파업 관련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이 사진은 KBS 새 노조측으로 무기명 제보된 것이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의 공식 입장은 "정상적인 관리활동"이며 "근거없이 음해하는 게시물이 있을수 있기 때문에, 누가 (포스터를) 붙였는지 당연히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2010년 6월 25일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때 노사간 주장이 맞선 상황에서 조합측이 파업 돌입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KBS 사측이) 조정위 측에 제시한 증거자료"라며 "이를 사찰로 호도하는 것은 악의적인 왜곡"이라는 것이다. '사찰이 아니다'는 것을 공식 입장으로 내세우면서도, 내용적으로는 CCTV를 본래의 설치 목적인 '범죄예방'과 '시설보호' 이외의 용도로 사용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불법사찰을 감시해야 할 언론사 KBS가 도리어 사찰로 인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KBS 새 노조는 김인규 KBS 사장, 신호길 KBS 안전관리실장, 최우식 KBS 안전관리팀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부당노동행위를 이유로 28일 검찰에 고발했다. '설치 목적과 다른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임의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비춰서는 안 된다'고 명시된 개인정보보호법 25조 5항 등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 3월 21일 KBS 새 노조 특보 캡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현석 KBS 새 노조 위원장은 경찰이 KBS 건물 내에 투입된 상태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제청안이 의결됐던 '8.8사태'로 인해 KBS 내의 CCTV가 사실상 직원들을 '사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고 전했다. 2008년 당시 정연주 해임반대 활동을 진행한 KBS 직원들을 상대로 내부 감사가 진행됐는데, 해당 직원들이 아침에 출근해서 집회 시위 현장 등에 참석한 모습을 담은 CCTV 화면들을 KBS 사측이 대거 확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김현석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가 사찰을 당하면서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KBS가 이런 일로 검찰에 고발당하는 현실이 부끄럽다"며 "KBS 내에 있는 300여 대의 CCTV가 노조원들을 비롯해 모든 직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맡은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명백한 불법으로서, 일반 사기업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라며 "공영방송 KBS가 내부 직원을 사찰한 것은 매우 충격적인 것으로서 검찰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CCTV를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임의로 조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며 "개인정보 보호를 홀대하고, 노조감시의 심각성에 무감각한 행태에 경종을 울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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