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으로부터 자진사퇴 압박을 받는 김오수 검찰총장이 16일 "법과 원칙에 따라 본연의 임무를 충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 김오수 총장을 '심성 착한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해 유임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예측을 불러일으켰다. 또 윤 당선자는 검찰총장 출신으로 '법치 시스템'과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해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위)와 김오수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김 총장의 입장 발표는 전날 '윤핵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등의 사퇴압박에 대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우겠다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15일 권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김오수 총장이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대장동 수사 등을 언급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각오와 의지가 있으면 임기를 채우는 것이고, 지금까지와 같은 행태를 반복한다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MBN과 인터뷰에서 "정치적으로 임명된 직원들 같은 경우 스스로 거취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중앙일보에 "김 총장은 애초 감사위원 자격도 안 되던 사람으로, 검찰을 권력에 예속시키고 권력의 주구로 만들었다.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청법이 보장하는 검찰총장 임기는 2년이다. 지난해 6월 1일 취임한 김 총장의 임기는 2023년 5월 31일까지로 오는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되는 시점이다. 1988년 검찰총장 2년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22명의 총장 중 8명만 임기를 채웠다.

검찰총장 출신의 윤 당선자가 직접 김 총장 사퇴를 거론하거나 종용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검찰총장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했다. 이후 3개월 만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지만 윤 당선자는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는 사퇴의 변을 남겼고, 보수진영은 정부여당이 윤 당선자를 중도하차 시키려 갖은 수를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윤 당선자가 김 총장 거취를 거론할 경우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오른쪽)와 권성동 캠프 종합지원본부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 당선자는 후보 시절인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유튜브 라이브방송 '석열이형TV 시즌2'에서 김 총장에 대해 "심성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할 때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이 전 정권 인사인데, 김 총장과 잘 얘기할 수 있느냐'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윤 당선자는 "(김 총장과)같이 근무도 여러 차례 했다"며 "임기가 있는 데다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잘하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인격적으로 괜찮은 것과 공적으로 책임있게 할 걸 확실히 하는 건 어려운 경우가 많다. 검사라는 직업이 어떻게 보면 참 더러운 직업"이라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국민의힘이 총대를 메고 김 총장 거취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트랙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중앙일보는 15일 기사에서 "인수위에 들어간 사람들이 그런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발언하기 자유로운 당에서 목소리가 나온 것 같다"는 국민의힘 재선 의원의 발언을 전했다.

또한 윤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사법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김 총장 거취를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윤 당선자의 검찰개혁안이나 민정수석실 폐지가 실은 대통령의 직접적 검찰통제 및 관할을 노린 것 아닌지 의심을 갖고 있다"며 "그게 관철되려면 김 총장이 임기를 채워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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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의원은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민정수석실 폐지 등은 검찰의 독립을 보장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대통령의 측근 혹은 특별한 관계에 있는 사람을 검찰총장이나 주요 보직에 앉히면 대통령이 직접 (검찰을)통제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관여하는 사람도 없고, 증거도 없게 돼 대통령이 보다 더 강력하게 검찰과 직접소통할 수 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조선일보는 권성동 의원의 김 총장 사퇴압박 소식을 전하는 기사에서 "이런 가운데 '친정권 검사'로 알려진 김관정 수원고검장이 최근 주변에 사의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김 고검장은 언론에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조선일보는 검찰 내부에서 "윤 당산자가 예고한 검찰 인사 정상화의 직격탄을 맞기 전에 먼저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왔다며 "김 고검장 외 다른 '친정권' 검찰 간부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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