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인 멘트의 독보적인 존재감 김구라가 흔히 말하는 표현처럼 물이 찼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법이기는 합니다. 인기란 언젠가는 시드는 법이고, 제작진들이 언제까지 지금처럼 같이 일하자며 불러 줄지 모릅니다. 흐름을 탔다는 판단이 든다면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하면서 스스로의 경험과 역량을 테스트해보는 것도 성장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타당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를 넘어서서는 안 됩니다. 바로 과유불급. 지나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오래된 교훈이죠.
당연한,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현재 일주일에 방영되는 야외 버라이어티 중에서 두 가지를 한꺼번에 소화하는 예능 MC는 이수근이 유일했습니다. 천하의 국민MC 유재석도 무한도전과 패밀리가 떴다를 동시에 진행했을 때의 피로도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현재도 무도와 런닝맨을 병행하고는 있지만 게임과 추격전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런닝맨과 새벽잠을 깨우며 아침 미션을 도맡아 하고, 농어촌을 넘나들며 일해야 했던 패떴의 노동 강도는 비교할 바 안 됩니다. 이런 스케줄이 이어진다면 다른 무엇보다도 기본적인 체력이 고갈되는 한계를 버티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이런 하차가 아무런 상처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결코 회복하지 못할 수준의 치명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선택은 아니겠지만 그로서는 지금까지의 승승장구를 보이던 행보의 기세가 꺾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거든요. 청춘불패2의 몰락에는 분명 이수근의 MC로서의 역량 부족이 큰 이유를 차지합니다. 그는 그 많은 예능 초보들이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고, 농촌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원했던, 그를 캐스팅했던 제작진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어요.
첫 방송 이후 16회가 지났건만 리얼 버라이어티에 필수적으로 갖추어져야 할 G8의 캐릭터는 여전히 희미하고, 서로간의 별다른 관계도 구축되지 못했습니다. 개개인의 능력과 인기에만 의지하는 밋밋한 방송이 되어 버렸습니다. MC로서 해야 할 1인자의 임수를 완수하지 못하고 후임자에게 책임을 넘긴 것이죠. 분명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그에겐 청춘불패2는 어울리기 힘든, 몹시 어색한 출연이었습니다. 성공을 위해 필수적이었던 조카뻘 아이돌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한참 뒤에나 겨우 형성되었고, 다른 두 남자 MC와의 호흡도 맞지 않았습니다. 두 젊은 삼촌들과는 달리 현지 어르신과의 공감대 형성과 친분 쌓기도 만족스럽지 못했죠.
새로운 프로그램의 참가를 고려했을 때는 자신의 위치와 역량에 대한 판단, 체력적 정신적인 투여와 유지의 여부를 충분히 검토한 뒤에 뛰어들었어야 하지만, 청춘불패2의 1인자 자리 참여는 그에게 그런 꼼꼼함이 부족한 과욕이었어요. 이제 그는 이 프로그램에서의 실패로 유력한 차세대 MC 후보의 자리에서 조금 뒤로 물러나 내상을 치유해야 하는 위치로 물러섰습니다. 1인자로서는 부족하고, 2인자로 활약하기에는 마땅한 자리를 찾기 어려운 어중간함. MC로서 이수근의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입니다. 그는 너무 빨리 1인자의 자리로 올라서려고 했어요.
'사람들의 마음, 시간과 공간을 공부하는 인문학도. 그런 사람이 운영하는 민심이 제일 직접적이고 빠르게 전달되는 장소인 TV속 세상을 말하는 공간, 그리고 그 안에서 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소통하는 통로' - '들까마귀의 통로' raven13.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