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게 되면 그 갈망에 의해서
스스로 죽고 마는 아스라입니다. 하이네 <아스라 중>
진부하다는 오욕을 뒤집어쓰고 있는 새 월화드라마 사랑비의 복장 터질 것 같은 남자 서인하를 보면 떠오르는 시다. 이 시는 수많은 고백 못하는 짝사랑족들에게 변명 혹은 피안의 성수를 적셔주던 때가 있었다. 옛날 옛적 일이다.
그것은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 무슨 성서처럼 따랐던 어린왕자의 “사랑은 서로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에 대한 자신도 모를 증상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물론 인하와 윤희가 서로 쉽게 고백하고, 마음을 받아들였다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미술작업실에서 인하의 숨겨진 마음을 발견하고 뛰쳐나와서는 아주 작게 웃는 윤희의 미소는 아름다웠지만 이 둘의 사랑은 하지만 아직도 연애할 자격은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 남자의 마음이 그러하면서도 통 말을 꺼내지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끝까지 고백해주기를 기다리는 윤희의 태도는 지금의 시각으로 보자면 지나치게 수동적인 것이다.
파리의 연인 대사를 응용하자면 “왜 말을 못하냐고, 이 남자가 내 남자다”라고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윤희 역시도 마음을 감추는 일에는 인하 못지않기에 이들에게 여전히 연애의 기회는 눈앞에서 아른거리기만 할뿐 손에 쥐어지지 않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그래서 정작 윤희가 오고 안 오고가 가장 중요한 동욱은 기차 객실로 들어갔어도 인하는 끝내 기다림을 멈추지 못하고 승강구에 매달려 윤희의 모습을 기다린다. 그리고 기차가 출발할 즈음 모습을 드러내는 윤희. 그리고 다급하게 부르는 인하. 그래서 자연스럽게 서로 손을 잡게 되게 기차에 뛰어오른 관성에 의해 서로 포옹한 것 같은 짧은 순간이 주어졌다.
그렇게 서로에게 다가서는 일에 너무나 더디기만 했던 두 사람이지만 다음 회부터는 좀 더 분발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친구들의 인하의 본심을 알게 되고 스스로도 마음을 밝히지만 이런 변화가 곧 행복한 연애의 시작을 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인하와 윤희를 끝까지 시청자 속이 터지더라도 답답하게 만든 후에 2012년의 서준과 정하나의 사랑에 더 큰 방점을 찍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잘한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아무튼 육식의 시대에 잔잔하게 식물의 사랑으로 도전한 이 드라마는 그만큼 위태롭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