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자신은 성별 갈라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이대남'(20대 남성) 구애 전략 옹호에 나섰다. SNS 상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호신용품' 등이 주요 키워드로 등장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자 "젠더 갈라치기 한 적 없다"

윤 당선자는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당선인사 겸 기자회견에서 '재선 결과 당내 예상보다 근소한 득표차다. 젠더 갈라치기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있는데, 성별격차가 뚜렷한 것을 어떻게 통합으로 이끌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윤 당선자는 "저는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 한 적이 없다"며 "글쎄 저는 어제 투표결과를 보고 다 잊어버렸다"고 답했다. 윤 당선자는 "남녀의 양성 문제라고 하는 것을 집합적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갖고 강력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쭉 가져왔다"며 "선거 과정에서 오해도 받고 공격도 받았지만 남녀 성별을 갈라치기 할 이유가 뭐가 있겠나. 그런 것 없으니 오해 말고, 오히려 전 그렇게 하는 게 여성을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이라고 늘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 감사 메시지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지상파3사와 JTBC단독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2030 세대에서 남녀 표심은 정반대 양상을 보였고, 특히 여성 표심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결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 갈라치기' 정치로 비판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세대포위론' 주장은 2030 여성이 이 후보로 결집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역풍을 맞게 됐다. 2030 득표율은 물론 부모세대인 50대에서도 이 후보가 윤 당선자를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세대포위론 실패 현상은 두드러졌다. 선거 전 이뤄진 여론조사 결과와는 크게 달랐다.

이 대표는 그동안 20대 남성 지지층을 기반으로 제1야당 대표 자리에 올라 '성별 갈라치기'를 통해 젠더 갈등을 유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최근까지 '20대 여성은 어젠다 형성에 뒤처지고 추상적인 이야기를 많이 한다' '여자라서 죽었다는 이야기만 한다'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 등의 발언을 이어왔다.

윤 당선자는 여가부 폐지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을 청년공약으로 제시했다.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은 애초 '성폭력특별법 무고죄 신설'이었다. 선거 과정에서 윤 당선자는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성인지 예산 일부만 떼어내면 북핵위협을 막을 수 있다', '페미니즘이 저출생에 영향을 미친다' 등의 주장을 이어왔다.

일부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 대표의 '이대남' 구애가 지당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10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이준석 대표의 세대포위론이 먹혔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압도적으로 실현됐다고 평가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2030 지지가 거의 없던 저희 정당이 아주 높은 지지를 받게 된 것은 큰 성과"라며 "예를 들어 윤 당선인이 2030 지지율이 별로 안 높을 때가 있었는데, 이 대표랑 갈등이 해소되면서 2030 지지율이 확 올라갔다. 이 대표 공과가 있겠지만, 압도적으로 공이 많다"고 했다.

이어 하 의원은 '여가부 폐지 공약을 조정할 여지는 없나'라는 질문에 "조정은 안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 의원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면서도 "왜 여가부가 필요 없는지를 가지고 국민과 깊이 소통하는 시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 남녀 표심이 갈라진 것은 문재인 정부의 '분열의 정치'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이 이대남의 분노를 어루만지고 해소하려 노력한 것은 사회를 앞으로 움직이려는 시도였다"고 썼다. 윤 전 의원은 "선거란 본래 박탈감을 느끼는 그룹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NS 주요 키워드에 등장한 '호신용품'

제20대 대통령 당선자가 확정된 10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순위에 오른 주요 키워드를 시간대별로 보면 '여가부 폐지', '의료민영화', '호신용품', '#나는_페미니스트다' 등이 등장했다.

관련 트윗글을 살펴보면 윤석열 당선 이후 성범죄 무고죄 강화와 보복성 범죄 증가에 대비해 호신용품을 사겠다거나, 가격이 오르기 전에 여성용품을 사놔야 한다거나, 의료비가 오른다거나 하는 등의 우려섞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여가부는 적은 예산과 권한에도 불구하고 성폭력 피해와 여성의 일·가정 양립 등을 지원하며 성과를 내왔다고 평가받는다.

시민사회와 보건의료단체는 윤 당선자의 보건의료 공약에 대해 미미하거나 없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지난달 9일 '불평등끝장넷'이 한국일보와 개최한 '불평등·양극화 해소를 위한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윤 당선자 공약에 대해 "공공의료 공약 자체가 없다. 민간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약속 정도가 있고, 의료인력 공약도 없다"고 말했다. 전 국장은 "오히려 건강보험보장성에 관해 '문재인 케어도 너무 과하다'고 얘기한다. 서민들의 의료비 고통을 줄이는 데 관심이 없다"고 총평했다.

지난 3일 보건의료단체연합이 주요 4당 대선 후보의 보건의료공약에 점수를 매긴 결과, 윤 당선자는 100점 만점에 12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윤 당선자 공약이 영리병원에 사실상 찬성하고, 의료분야 네거티브 규제 완화를 약속해 의료영리화 추진이 크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 네이버 뉴스스탠드에서 ‘미디어스’를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클릭!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