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헌장실천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언론윤리 TALK>은 취재보도 활동에서 발생하는 윤리 문제를 주제로 언론인에게 드리는 편지 형식의 글입니다. 학계와 시민사회, 언론계에서 언론윤리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온 필진이 돌아가며 격주로 집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에서 발행하는 [언론인권통신]에 게재합니다. 동의를 구해 미디어스에 싣습니다.   

[미디어스=윤여진 칼럼]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 피해자를 돕는 단체입니다. 우리 단체에 예비언론인을 꿈꾸는 청년들이 다양한 활동을 통해 참여하고 있습니다. 언론인이 되겠다고 하는 청년들을 보면 이들이 남다른 DNA를 가지고 있음을 직감합니다. 사회에 대한 관심과 정의감입니다. 그것이 바탕이 되어 취재하고 현상을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인이 되는 것이겠지요. 예비언론인이 가지고 있는 '정의감'은 언론인이 되어 시민들에게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할과 권한은 '언론'이 시민들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시민들은 20대 대통령 선거 언론보도를 통해 공약과 정책을 비롯해 후보와 정당의 다양한 정보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그 보도가 전달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유권자로서 신성한 주권행사를 했습니다. 선거에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해야 하는지 새삼 느낍니다.

취재원의 말을 옮기기 바쁜 '따옴표 저널리즘', '보도자료 베껴쓰기'등 언론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시민의 눈높이로 사회의 구조와 맥락을 파악하여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언론인의 의무에 거는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지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자기확신'이 가져온 보도피해

문제는 시민들이 언론에 거는 기대가 무너지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자 개개인의 자질의 문제만은 아닐 것입니다. 조회수 경쟁에 쫓기는 미디어 환경에서 기자들이 어떤 압박감을 받고 있는지 시민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습니다. 지금의 미디어 환경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데 모든 책임을 언론 환경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외부적 환경과 여건이 개선되어도 언론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는 언론보도 피해자들을 접하면서 기자 개개인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기자가 유족들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기자는 유족에게 자신이 쓴 기사는 '알권리'라고 주장했고, 사건의 원인을 파악하는 내용을 전언(傳言)의 형식을 따랐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은 이 사건 보도가 왜 '알권리'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유족들이 이 보도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분노했습니다. 허망하게 가족을 읽은 유족들은 그 상실감도 크지만 그 보도로 심각한 2차 피해를 입었습니다. '자살보도준칙'도 지키지 않은 언론인의 태도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이런 보도로 피해 보는 피해자가 없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관련기사 2022년 2월 12일 미디어오늘 “사과 한마디 없이 정정보도 두 문장으로 끝나버린 소방관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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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입은 피해는 정정보도로 치유될 수 없습니다. 보도피해는 단순히 보상으로 끝나는 일이 될 수 없습니다. 모든 기자는 잘못된 보도를 통해 일어날 수 있는 보도 피해자의 피해와 고통을 늘 살펴보아야 합니다.

성범죄 아동학대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생활을 침해한 보도가 문제가 되었지만 공공의 이익 또는 '알권리’를 주장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사건을 보도하는 기자들은 사건의 원인과 구체적 내용을 파헤쳐야 한다는 기자로서의 자기 신념과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이 사건을 예방하는 일이라는 '자기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보도는 보도 피해자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설사 사실에 기초했다 하더라도 프라이버시를 심대하게 침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구조적 맥락과 개선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알권리'는 힘을 잃어버립니다. 오히려 지금의 미디어환경에서 사생활 침해로 인한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킬 뿐입니다.

(언론윤리헌장 제3조)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한다. 

윤리적 언론은 취재 대상을 존중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가치가 있는 정보를 취재하고 전달할 경우에도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을 침해하지 않도록 한다. 특히 미숙하고 동의 능력이 없는 취재원, 사건 피해자 등을 취재할 때는 절차적 정당성과 가장 높은 수준의 인권 감수성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인다. 합법적으로 획득한 정보라도 이를 보도할 때는 윤리적 정당성을 갖춰야 한다. 공인이 아닌 일반 시민에 대해 보도할 때는 인격권 보호에 더욱 주의한다. 피의자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공중의 알권리 사이의 균형을 추구한다.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곤혹스럽고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 매체가 보도했을 경우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보다 앞서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판단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치명적 2차 피해의 현실

언론윤리헌장 제3조는 언론인들에게 “인권을 존중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말합니다. 당연한 상식으로 보이지만 취재 현장에 있는 기자들에게 곤혹스럽고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타 매체가 보도했을 경우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권과 존엄성보다 앞서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순간순간 판단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공인(公)의 경우 정당한 의혹 제기 또는 합리적 의심을 통한 취재행위가 '국민의 알권리가 되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공인이 아닌 사인(私人)이 취재원일 경우 공적인 가치가 있는 것인지 살펴야 합니다. 지금의 미디어환경에서의 2차 피해는 치명적이기 때문입니다.

시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언론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남다른 정의감을 바탕으로 사회의 공기(公器)가 되기 위해 기자들도 충실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정성이 서로에게 전달되지 않거나, 대상화 또는 도구화된다고 느껴질 때, 기자 스스로 윤리의식 인권의식을 갖추지 못했을 때 그 신뢰는 깨집니다. 확인되지 않는 정보로 사회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며 '언론'의 지위는 땅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시민과 언론이 굳건한 신뢰관계가 형성될 때 권력자들은 시민의 눈과 귀를 대신해 취재하고 보도하는 언론을 두려워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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