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2년차 팀, 광주 FC가 뜨겁습니다. 광주는 개막전 상주 상무 원정 경기를 이긴 것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무패를 달리며 3승 1무 성적으로 전체 2위를 달렸습니다. 이제 44경기 가운데 4경기를 치른 것이기는 하지만 광주의 초반 돌풍은 K리그 판도를 뒤흔들 정도로 무섭게 불고 있습니다.

당초 광주는 강등권 후보로 거론돼왔던 팀입니다. 지난해 창단해서 창단팀 최다승을 거두면서 비교적 선전했지만 매 경기가 결승전같이 펼쳐질 올 시즌에 경험이 부족한 광주가 쉽게 살아남을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를 비웃듯 광주는 지난해 정규리그 준우승팀 포항과 1-1로 비기고, 전력이 결코 만만치 않은 상주, 제주, 부산을 상대로 모두 1골차 승리를 거뒀습니다. 잇따른 선전에 시즌 초반 상위권 성적으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광주 입장에서는 신바람 나는 초반을 보내고 있습니다.

광주가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

내용이 있는 것이 무엇보다 눈길을 끕니다. 광주의 스트라이커 주앙 파울로는 벌써 3골을 몰아넣으며 확실한 득점 자원으로 활약했고, 슈바, 김동섭, 복이(보그단 밀리치) 등 공격 자원들의 고른 공격포인트도 눈에 띕니다. 접전 상황에서 막판에 확실하게 경기를 해결해주는 공격 자원들이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면서 결코 호락호락하게 지지 않는 팀이 됐습니다. '매운 고추장 맛'을 보여주겠다는 광주의 포부가 시즌 초반부터 매섭게 실행에 옮겨지고 있는 셈입니다.

개개인의 경험이 더해지고, 선수들 간의 조화가 잘 이뤄지면서 조직 축구에서 강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광주 돌풍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즌을 앞두고 광주 FC가 추구한 축구는 바로 '비빔밥 축구'입니다. 각자의 기량을 잘 혼합해 맛있는 축구를 선보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몇몇 선수가 중심이 아닌 여러 명의 선수, '우리'가 중심이 된 축구였습니다. 그 모토 아래 전반적인 조직력이 강점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덕에 어느 팀을 만나도 자신감 있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고, 중요한 순간에 앞서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 특징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경기가 바로 3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 전이었습니다. 1-2로 뒤지던 광주는 마지막까지 끈질기게 제주를 물고 늘어지다 후반 종료 5분 전에 주앙 파울로의 패널티킥 골로 균형을 이뤘고, 후반 추가 시간에 슈바가 결승골을 넣기까지 했습니다. 광주 역사상 가장 기억에 남을 멋진 경기였고, 이 경기에 광주 선수들은 큰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그 상승세를 이어 광주는 4라운드 부산전 승리도 가져왔습니다.

▲ 광주 FC 돌풍의 핵, 주앙 파울로(오른쪽) (사진: 김지한)
약점을 커버해내는 최만희 리더십

최만희 광주 감독의 '허허실실' 리더십도 주목할 만합니다. 평소 최 감독은 푸근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분위기와 톡톡 튀는 유머를 가진 지도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 전지훈련 때 스키니진을 입고 직접 셔플 댄스를 추는 모습이 담긴 모습이 공개됐을 때는 그야말로 '레전드급'으로 평가받을 정도였습니다. 개막 전 미디어데이 때도 정해성 전남 감독이 "나에게 독설하는 팀이 우승할 것"이라는 농담에 최만희 감독이 "그렇다면 전남이 나에게 독설하라"고 응수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주변 사람들에 가까이 다가가고, 편하게 해주는 아저씨 같은 감독입니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냉정할 때, 진지할 때는 무척 다른 감독입니다. 그 진지함을 바탕으로 자신의 뚜렷한 철학과 리더십을 앞세워 팀을 탄탄하게 만들어 나갔습니다. 대표적인 학구파 감독이기도 한 그는 어느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때 조용히 팀의 특징을 만들어나가면서 반란을 준비했습니다. 그 속에서 올 시즌을 앞두고 '복주슈(복이, 주앙 파울로, 슈바) 트리오'를 구축해냈고, 신인왕 출신 이승기와 올림픽팀 공격수 김동섭, 주장 김은선 등의 기량을 키워내며 광주의 전력을 한층 강화시켰습니다. 그렇게 큰 스타 선수가 없어도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만들어냈고, 선수들은 그렇게 키운 역량을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광주 선수들의 약점을 최만희 감독의 경험과 철학으로 이를 잘 커버해낸 것입니다.

광주 FC발(發) 돌풍, 태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어느 시즌마다 시즌 초반, 시민 구단의 돌풍이 있었던 만큼 광주 FC의 선전이 반짝으로 그칠 가능성도 있습니다. 최만희 감독도 "초반 상위권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광주가 이전 시민 구단의 돌풍보다 더 주목되는 것은 겨우내 탄탄하게 키운 선수 개개인의 능력, 조직력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선수들 전반적으로 자신감에 넘쳐나 있고, 동시에 자만심이 없어 보이는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체력적인 문제, 부상 선수 관리 등 통상적인 변수가 언젠가는 존재하겠지만 결코 광주가 급작스레 무너지거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적어보입니다.

초반 반짝 돌풍이 아니라 진짜 돌풍을 불게 하려는 광주 FC의 상승세, 앞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명팀, 약팀이라는 오명을 벗어던지고, 이번만큼은 정말로 돌풍이 아닌 태풍급 행보를 이어가는 시민 구단 팀이 나올 것인지, 광주 FC의 앞으로의 선전을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대학생 스포츠 블로거입니다. 블로그 http://blog.daum.net/hallo-jihan 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세상의 모든 스포츠를 너무 좋아하고, 글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